[2022-12 활동가 운동장] 로켓배송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다

일터기사

로켓배송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다

김재천 (회원,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나 그렇지 않은 산업이 있다. 대표적으로 물류센터와 배달산업이 해당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밀려난 중소영세상인, 자영업자, 노동자들이 물류센터/배달노동 영역에 대규모로 진입하였고, 업체도 무한정으로 인력을 받아들였다.
현재 한국의 물류센터 선두 주자는 쿠팡 물류센터(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다. 쿠팡은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와 유사한 사업 방식을 추구하며 성장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출범시키고 고도의 성장을 거치면서 지금은 국민 3명 중 1명이 이용하는 기업이 되었으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선두자리를 잡고 있다. 전국에 축구장 몇 배가 되는 크기의 30여 개의 대형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고 현재도 추가로 짓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집합이 금지되고 일상 활동이 일부 제한되면서, 많은 국민이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으로 배달받는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국민(시민)은 안방에서 주문하고 문 앞에서 받는 시스템으로 편리함을 얻었지만, 노동자들은 냉난방도 없는 물류 창고에서 고객이 주문한 여러 물량을 입고/포장/출고/배송해야 하는 압박을 받으며, 끝이 없는 발송과 배송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일이 많아지고 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2020년에만 쿠팡 부천 신선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152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책위를 만들어 대응했다. 이후 공공운수노조도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전략적으로 조직사업을 진행해 2021년 6월 6일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를 만들게 되었다.
쿠팡에서는 집단감염뿐 아니라 산업재해 역시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집계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이전 5년 동안 쿠팡풀필먼트에서 산업재해가 4.7배 증가해 239건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2022년 8월 기준으로 쿠팡은 그동안 산재가 많이 발생한 조선소·건설사 등을 제치고 당당하게 산업재해 기업 상위를 차지했다. 쿠팡의 빠른 배송
으로 국민의 삶이 편해질지 모르지만, 24시간 내내 운영하고 로켓배송이라는 빠른 배달로 인해서 많은 노동자가 장시간·중노동, 심야 노동, 근골격계질환, 휴게시간 부족, 노동 유연화 등으로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심지어는 냉난방 시설도 없는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여름과 겨울에는 폭염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지난 11월 21일 오전,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 본사에서 “일하다가 골병들고 쓰러지는 물류센터, 쿠팡의 탐욕이 커질수록 노동자는 골병든다”라는 제목으로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과 노동실태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일차적으로 3명의 노동자가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을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까?’라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축구장 몇 배 되는 곳을 매일 수만 보씩 걷고 온종일 “빨리 하라”라는 재촉을 듣는 상황을 목격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 우체국과 물류센터를 조직하면서, 빠른 배송문화와 심야 노동으로 인한 물류 현장 노동자들의 쉼 없는 배송 전쟁에 안타까움이 많다. 노동자들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새벽에 만나서 뒤풀이를 하고 심야에 간담회와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 노동자들이 다른 시민들처럼 일상을 살 수 있게 돌려놓으려면 하루 배송을 없애고 여유롭게 받는 문화를 소비자들이 만들어야 한다. 그와 함께 심야노동을 없애야 한다.
로켓배송은 물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다. 때로는 죽음까지도 맞이한다. 죽음과 골병의 현장을 당장 멈춰서 로켓배송이라는 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면 한다. 살려고 물류센터 현장에서 일했는데 몸과 마음이 아프면 모든 것을 잃는다. 물류센터 현장을 바꿔내고 안전하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함께 쟁취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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