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 유노무사 상담일기] 단체협약을 통한 유족 특별채용

일터기사

단체협약을 통한 유족 특별채용

유상철(노무사, 노무법인 필)

업무상 고충에 따른 자살과 산재 인정
2020년 3월 새벽같이 집을 나간 A와 연락이 두절 되었다. 회사에는 “조금 늦는다”라는 문자를 보내놓았지만 12시가 넘도록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가족들은 사방팔방으로 사라진 A를 찾아다녔다. 결국 A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A는 직장에서의 인사이동과 진급의 부당함을 토로했고, 버틸 힘이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냈다. 가족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가족들은 다른 일을 찾아보자는 말도 했지만 A는 결국 가족들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신청을 하면 인정될 수는 있는지 등 수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유족 사건을 제기하였다. A와 함께 근무하였던 직원들의 진술, 확인 등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기에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이 사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12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승진고시에 합격하고도 자신보다 늦게 승진고시에 합격한 직원이 승진하는 동안 고인이 3차례 승진 누락하였고 거기서 오는 괴로움을 동료 및 지인들에게 토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5년 후 업무 인사이동 과정에서도 자신이 접해보지 못한 업무를 맡게 되어 업무에 대한 어려움이 확인된다고도 했다. 따라서 인사발령 이후 우울증세가 발생하여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고인의 사
망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

산재인정 이후 산재유족 특별채용
2021년 12월 회사에서,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유족 특별채용에 관한 조항이 있다고 유족에게 연락을 해왔다. 2021년 말 결원에 대해 2022년 상반기 중 충원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우선채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유족은 현재직장과 비교하면 월등히 좋은 조건이지만 A가 떠난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단체협약의 작성) “③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악용하여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남발한 적이 있었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채용 비리와 연관 지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대해 사용자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단체협약 시정명령 대상이라고 했다.
대법원(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상은 최소한의 것일 뿐 보호나 배려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유족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은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부담할 재해보상 책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내용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데 기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또한 “협약 자치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유효하게 보아야 함은 더욱 분명하다”라고 하였다. 즉,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산재유족에 대한 특별채용을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그 당시 정부는 노동조합 탄압의 도구로 악용했다.
유족이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사건이 해결되었던 만큼 노동조합을 통해 일하는데 어려움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라는 말을 남겼다. 얼마 전 5월 중순 유족의 특별채용 절차가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힘겨운 선택이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격려와 다짐을 하였다. 나보다 노동조합에 더 감사하라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생각만큼 힘든 사건이었기에 더한 뿌듯함에 한껏 미소 짓게 만들었던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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