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 활동가 운동장] 건강하게 일할 권리 외치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과의 투쟁

일터기사

건강하게 일할 권리 외치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과의 투쟁

김정열(회원)

안녕하세요. 경남 거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열입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대우조선지회에서 약 3년간의 상근활동을 마치고, 올해부터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함께 건강권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상근활동을 하는 동안, 대외협력부장과 부지회장 직책을 맡다 보니 온전히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임기 내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건강권 사업이 나름의 성과가 있었고, 후속 사업의 필요성을 느껴 하청지회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열띤 노동안전보건 활동
먼저 몇 가지 성과 홍보를 하자면, 첫 번째가 산재은폐 근절 투쟁입니다. 산재 신청을 이유로 가해지는 사업주의 보복행위에 있어 사업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소장·반장 등 현장 책임자 벌금 400만 원의 처벌을 이끌어내는 첫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 다치면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는 문화가 늦게나마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알권리 보장입니다. 대우조선 출입증이 발급되는 노동자(이주노동자 포함) 모두에게 스마트폰으로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현재는 사업장석면지도, 작업환경측정결과, 위험성평가, MSDS자료에 국한되어 있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추가협의가 가능하도록 창구를 열어 두었습니다. 대우조선의 이러한 알 권리 보장 사업은 반올림 동지들과의 연대를 위한 기획사업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는데 반해,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재판을 통해 받아야 하고, 이마저도 삼성보호법으로 차단시키는 삼성 자본은 그 추악함을 반성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직업성 암 예방 사업입니다. 현재는 제조·사용이 금지된 석면 노출로 인하여 대우조선에서는 해마다 2~3명의 노동자들이 석면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에 퇴직 후에도 무료검진 지원, 질환 발생 시 산재절차 간소화를 위한 석면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투쟁을 전개한 결과 21년에만 209명의 카드발급을 쟁취하였고, 직업성 암 산재신청 후 3개월 만에 승인받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용접흄, 조리흄, 도장(페인트), 디젤연소물질 등을 발급 대상물질에 추가할 것을 요구하는 제도개선 투쟁을 병행해 왔습니다.
물론 투쟁의 지속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석면건강관리카드의 경우 발급자 209명 전부 대우조선 정규직입니다. 이에 지역사업으로 관내에 있는 하청노동자 및 삼성중공업 노동자에게도 카드발급을 위한 투쟁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후 건강관리카드 대상물질 확대, 발급기준 완화를 위한 제도개선 투쟁과 또 알 권리 보장 역시 확대해야 하지만 하청노동자의 경우 제도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적은 실정입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고민 끝에 2022년 2월,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노동안전보건팀을 구성하여 각 업체별 안전보건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교육을 배치하고 실천하는 투쟁을 전개 중입니다.

노안 투쟁 통해 만든 현장 변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버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누군가를 고발한다는 것도 그리 마음 편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애매하게 알고 있던 지식이 확고해지는 시간이었고, 함께하는 동지들은 투쟁을 통해 사측의 태도가 변하고 현장이 바뀌는 모습을 몸소 체험하며 노안활동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동지들이 조금씩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현재 대우조선 사내에는 약 100여 개의 하청업체가 있습니다. 이 중 21개 업체에서 쟁의권을 확보하고, 6월부터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는 총파업 투쟁을 준비 중입니다. 늘 불안정한 고용 앞에 건강권은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작게나마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외치는 하청노동자의 목소리에, 한노보연 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리며 함께 힘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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