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 지역 노동안전 네비게이션] 서울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과 일하는 서울시민 참여 플랫폼 운영 경험

일터기사

서울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과 일하는 서울시민 참여 플랫폼 운영 경험

신태중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위원)

지방자치와 지방정부 노동정책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중단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1년 주민의 직접 투표에 의한 지방의회 선거로 부활하였다. 이때부터 지방분권화가 되었어도, 지방사무는 매우 제한되어왔다. 특히 노동 행정에서는 근로 기준과 같이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해야할 사무가 국가 사무에 해당하여 지방정부의 적극적 역할은 한동안 거의 부재했다. 지방고용노동청 역시 지역적 특성에 맞춰 지역 노동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위상은 아니었다.
그러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서울시가 먼저 역할을 시작했다. 지방정부 노동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모범사용자로서 역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넘어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로의 정책대상 확대, 지역 특성에 따른 실태조사에 의한 정책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중앙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여러 지방정부에 비슷한 제도가 도입되면서, 지방정부 노동정책 영역이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도 지방정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 노동안전보건 활동
서울시는 노동자 안전보건 문제를 전담할 산업안전팀을 2019년 1월에 신설하고, 산재예방 조례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례를 2020년 1월에 제정하여 정책추진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노동안전보건 기본계획도 2020년에 수립하여, ‘노동자가 존중받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실현’ 비전 아래, 3대 추진전략, 16대 추진과제, 1,172억 원의 예산편성 등 계획을 발표하였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는 안전어사대, 노동안전조사관, 노동안전보건우수기업인증 등을 시행했다. 안전어사대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동자들이 안전 장비를 잘 갖추고 있는지, 사업주는 개인보호구 지급, 안전 발판 설치 등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역할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서울지방고용노동청-안전보건공단 업무협약을 통해 서울시 안전어사대가 안전사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고용노동청에 통보하면, 안전보건
공단이 재점검 후 불량현장에 대해 고용노동청이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연계시스템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긴급을 요구하는 위험 제거나 대응이 지체되는 문제가 있어 즉각적 개입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이승우, 2022).
노동안전조사관을 통해서는 노동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있으나, 현재 1명이 활동하고 있어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이 쉽지 않다. 노동안전보건우수기업 인증제는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령을 준수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한 기업 또는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에 의지가 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선정하여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노동환경개선자금, 노무컨설팅, 홍보 및 마케팅을 지원한다. 그 밖에도 배달 라이더 안전교육, 민간상해 단체보험 지원 등도 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의 개입은 이제 시작으로, 성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 다만,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도입했던 것과 달리,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추진이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특히 2020년부터 3개년간 추진하기로 한노동안전보건 기본계획의 추진과제에 대한 적극적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자 참여에 의한 지방정부 노동정책
지역주민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그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여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방정부 노동정책도 지역 내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자 참여에 의한 논의와 계획 수립 속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노동정책 거버넌스에는 노동자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다. 서울지역은 양대노총을 제외한 당사자의 참여가 미흡하고, 공공부문을 제외한 노사민정협의회의 활동도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미조직 노동자와 민간부문 취약노동자의 참여와 발언의 통로가 부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문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토론하는 참여의 장을 조성함으로써 노동자의 참여·숙의·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추진한 사업이 ‘일하는 서울시민 참여 플랫폼’이다. 서울지역 100명의 노동자와 함께 서울시가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노동문제가 무엇인지,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에 기반한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았다. 사회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25명씩 4개 분과로, 분과별로 두 차례 토론을 진행하였다. 참여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을 찾는 토론을 통해 서울의 노동 의제를 발굴하고자 하였다. 이 중 작은 사업장 노동문제를 논의하는 분과에서는 노동자 안전보건문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 참여 거버넌스 구성·운영, 안전보건 문제 밀집 업종 지역 노동자안전보건센터 설치(교육, 컨설팅,건강검진 등), 노조 및 노동단체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역할 수행 등의 제안이 나왔다.
이러한 시도는 조직되지 않은 개별 노동자가 참여해 일터의 문제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특히 자신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참여자 경험에 기반한 문제점과 원인을 찾아보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 찾기까지, 실질적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도 의미 있다. 그렇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적극적인 참여자 조직에 의한 숙의·토론 공론장 기획, 숙의·토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충분한 학습기회 보장, 집중된 토론을 위한 간결한 논의주제 선정, 기획-준비-진행-평가 등 몇 가지 한계가 지적되었다. 무엇보다도 논의 결과를 실제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책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바로 활용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지방정부 노동정책 역사는 이제 10년으로 매우 짧다. 지방정부 노동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지역사회의 꾸준한 요구와 연대이다. 또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결정되는 노동정책 구현을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지가 핵심이다. 서울지역의 경험이 다른 지자체의 노동자 참여에 의한 논의의 장 기획에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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