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 지역 노동안전 네비게이션] 충청남도 노동안전 조례 및 산재예방계획의 소개와 향후 과제

일터기사

충청남도 노동안전 조례 및 산재예방계획의 소개와 향후 과제

최진일 회원,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대표

‘충청남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는 2020년 10월 5일 제정되었다. 도지사의 산재예방계획 수립에 대한 책무, 산재예방정책 수립을 위한 위원회 설치와 운영 및 실행기구로서 노동안전보건센터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포함했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맞춰 22년 7월 14일 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 조례에서는 ‘사업주’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조례의 적용대상을 도내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했으며 ‘사업주의 의무 및 협조’ 조항을 신설하였다. 특히 사업주 의무 조항 대상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와 제78조에 따른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로 명시했다. 도지사 역할도 산업재해 예방 계획 수립, 노동안전보건 증진사업 시행, 산업안전지킴이단의 운영 등으로 더 구체화하는
한편 ‘사업장에 대한 지도’ 등 직접적 조치도 가능하도록 했다.

충남 산재예방계획의 내용
현재 충남도의 산재예방계획은 ‘노동정책 기본계획’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제출되며 2022년부터 시작되는 2차 기본계획의 수립에는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노동정책 기본계획 추진단’이 중심 역할을 했다. 비록 최종적인 승인과 결정은 도지사 권한이지만 1년에 걸친 추진단의 논의과정은 나름의 진정성과 치열함이 있었고 큰 틀에서 상당 부분 최종안에 반영되었다. 2차 노동정책 기본 계획은 ‘일하는 모두가 존엄한 노동, 함께 바꾸는 충청남도’라는 비전 하에 4개의 정책목표를 설정했다. 이 중 하나가 ‘안전한 일의 세계, 건강한 노동자’이며 이 정책목표에 따른 13가지 구체적 정책과제가 선정되었다. 주요 내용에는 충남도 자체의 노동안전보건 관리체계 강화, 작업중지권 실행력 강화, 중대재해 관리체계 마련, 노동안전 문화회관 건립 및
노동안전보건센터 설치, 감정노동자 보호, 산업안전지킴이단 확대 운영, 작은 사업장 안전관리체계 지원 등이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이나 정책효과를 기대하기엔 이르지만, 추진단 운영을 통해 중요한 의제들을 정책과제로 선정한 것은 내실 있는 거버넌스 구축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추진단이 이렇게 작동할 수 있었던 데에는 충남노동권익센터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반면, 조례에 따라 산재예방계획을 전담하는 거버넌스인 산재예방위원회의 운영은 여전히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제 운영에서도 안정성이 부족하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지자체 내 전담 인력의 문제이다.

시급한 과제, 안정적인 전담 인력 확보
지자체 내 안전보건 전담 인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확보되어야 하는데, 하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업장인 충청남도의 자체적인 안전보건관리 전담 인력이며, 또 하나는 도내의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추진할 전담 인력이다. 충남도가 자체적인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를 확보하여 본청 및 산하단체, 위탁기관 등의 안전보건관리를 법적 기준에 맞게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은 노동정책 기본계획 추진과정을 포함해 산재예방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되었다. 충남도는 이에 대해 안전보건 담당자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진척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재해 예방 정책과 관련해서는 2021년에 이르러서야 일자리노동정책과 산하에 산업안전팀이 구성되고 담당 인력이 배치됐다. 그러나 산업안전팀은 그 후 겨우 1년 동안 담당자가 여러 번 교체되는 등 여전히 안정적, 전문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거버넌스가 구성되고 과제들이 도출된 상황에서 운영과 정책 추진이 지지부진한 결정적인 원인은 이처럼 실제 업무를 담당할 충남도 내부 인력의 부재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도의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과제, 실행기구인 노동안전보건센터 설립
충남도 노동안전보건센터는 2024년부터 운영 시작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충남도는 초기 계획에서 노동안전보건센터의 역할을 사업장 및 노동자 교육을 중심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노동정책 추진단 논의과정에서 센터의 위상이 교육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었다. 노동안전보건센터가 지역 내 중대재해 발생 상황에서 지자체 차원의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과 지역 내 작은 사업장의 안전관리자라는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이러한 주장들은 정책과제에 반영되었다. 여전히 남은 과제는 이러한 목적의식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실제 설립과정에 꾸준히 개입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노동자, 시민의 대응과 역할
정리한 바와 같이 충남도의 산재 예방정책에는 노동자, 시민들의 중요한 문제의식들이 다수 반영되어 있고 실현을 위한 과제들 역시 제법 구체적인 수준으로 담겨있다. 작업중지권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충남도가 선도적으로 매뉴얼을 만들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전할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 소규모사업장이나 이주노동자 밀집 사업장 등 중대재해 취약업종과 영역에 대한 조사와 지원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애초의 목적과 취지를 잃지 않고 추진된다면 일정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지점은, 여전히 수많은 조례와 위원회에도 불구하고 정책수행의 결정적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너무나 많은 가치지향과 정책, 제도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충남도 역시 도지사가 교체된 시점에서 장기적인 노동정책의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럴 때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민주노총 지역본부나 지역단체들을 중심으로 충남도 산재예방정책에 대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현장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중심으로는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명예산업안전감독관(명산감) 활동을 본궤도에 올리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전체 명산감 회의를 소집하여 자체적 정비를 하는 한편, 명산감 활동의 목표와 과제를 다시금 공유하는 과정에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부에 코로나를 핑계로 수년간 방치되었던 명산감 협의회를 정상화하도록 요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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