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유노무사 상담일기]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말하는 ‘자율’과 ‘선택’이란!

일터기사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말하는 ‘자율’과 ‘선택’이란!

유상철(노무사, 노무법인 필)

‘노동개혁’이라며 노동기본권 축소를 얘기한 연구회,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노동부
2022년 6월 노동부(장관 이정식)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7월 18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회는 고용 노동 시스템 현대화 및 미래지향적 노동시장 구축 등 새로운 노동정책의 추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노동부 훈령으로 설치되었다. 그리고 12월 12일,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라는 말을 달아 권고문을 발표하였다. 미래노동시장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2000년대 초반 노사관계론 수업 시간에 들었던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함께 일하는 노무사는 “대학생이 제출한 저급한 리포트 같다.”라고 했다. 도대체 12인의 전문가들은 뭘 했다는 것인가!
권고문은 근로시간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고, 연공형 임금체계 완화 및 직무숙련 등을 반영한 성과형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주요 과제 제안 사항으로 ‘국제기준과 우리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여 노동조합 설립·운영, 단체교섭 구조, 대체근로 사용의 범위,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제도 전반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답이 정해져 있었던 내용이지만, 이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물론 국회에서 법률 개정까지 끝나야 하겠지만 이참에 근로시간, 임금, 노동조합 등 노동관계법 근간을 뒤흔들어 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가 말하는 노사 ‘자율’과 ‘선택’을 통한 ‘노동개혁’은 결국 노동기본권 축소를 예정한 것이다. 삽시간에 역사가 후퇴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
권고문 발표 다음 날 나온 언론 기사들을 보면 노동부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노동부는 “전폭적으로 수용해서 조만간 필요한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권고문을 정부안으로 대폭 수용할 예정이다.”, “온 힘을 다해 기필코 완수하겠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정말 의지가 충만하다.

아프면 쉴 권리 보장과 부당노동행위 제도개선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부
노동부가 설치, 운영한 연구회의 권고를 노동부가 대폭 수용하겠다는 것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권고한 ‘아프면 쉴 권리’ 보장 권고와 부당노동행위 제도개선 권고를 불수용했던 입장과는 사뭇 달라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인권위는 2022년 6월 14일, 일하는 사람의 ‘아프면 쉴 권리’ 보장(모든 임금근로자가 업무 외 상병에 대해 일정 기간 내에서 휴가 또는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 추진)을 권고했다. 노동부는 9월 29일 인권위의 권고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하면서도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인권위 상임위는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노동부는 또한 6월 2일 부당노동행위 제도개선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근로자 측의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거확보가 어려우므로, 「노동위원회법」 제23조를 개정하여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문서 제출을 명할 수 있는 규정의 신설을 추진할 것, 또한 하청근로자의 노동 3권을 침해하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근로계약 체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관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 ‘사용자’ 개념을 확대 개정할 것) 권고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회신하였다. 인권위 상임위에서는 마찬가지로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방패막이가 될 작정으로 한 것인지 몰라도 노사 ‘자율’과 ‘선택’이라는 궤변으로 노동시장을 교란한 12인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권순원(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권혁(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선(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상호(경상대학교 법학과), 김인아(한양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철성(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송강직(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엄상민(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이상민(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이정민(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전윤구(경기대학교 법학과), 정승국(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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