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활동가 운동장]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길

일터기사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길

백승호(회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현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노동안전보건 활동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백승호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노동안전보건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6년 입니다. 생각해보니 회사에 다닐 때 노안 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어떤 연구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아 딱히 노안 활동가라고 소개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이 활발한 것도 아니니 활동가라고 소개될 수 있는 처지도 아닙니다. 2018년 5월부터는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선전 담당 채용상근자로 활동하고 있고 6년 차에 들어섰네요. 지난해 9월부터는 노안 담당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95년 12월 만도기계 아산공장 냉동기 사업부의 용접공으로 시작해 2013년 11월 위니아만도 김치냉장고 조립공정의 기능직 사원으로 일하다가 퇴사했습니다. 당시 다양한 사모펀드 투기자본들이 회사를 사고 팔기를 반복했고 퇴사하기까지 회사 이름만 서너 번 바뀌며 구조조정과 분할매각을 반복했습니다. 여러 업무를 담당하다가 회사의 주력 사업이었던 김치냉장고 조립공정으로 배치되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과 단체협약에 집중했습니다. 매각과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중에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교섭을 진행하고 쟁의권을 확보하면 부분 파업이니 태업이니 하는 투쟁을 반복했습니다. 때로 민주노조 사수와 더는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살 수 없다며 건강한 산업자본으로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장 투쟁
도 벌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되며 고립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노안 활동은 일부 활동가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이뤄졌고 집행부 성향에 따라 좀 더 적극적으로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열심히 하는 노안 활동가들을 보면서 노동조합에서 집중해야 할 사업이 임금, 단체협약 쟁취 투쟁도 있지만 노안 활동이 더 중요하고 안전한 일터, 다치지 않는 일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활동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최우선 목표는 안전한 현장 만들기여야
일터에서 현장 노안 활동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활동은 역시 예방 활동입니다. 재해가 발생하거나 질병으로 병을 얻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발생했다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 2018년 겨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젊은 청년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역 활동가들이 달려갔고 사고 현장에서 하룻밤 사이에 수많은 위법 사항과 위반 사항을 찾아냈습니다. 그 덕분에 회사가 유족에게 “청년이 무리하게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궤변을 제압하고 회사의 위법, 위반 사항을 만천하에 폭로하면서 청년 노동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 내며 힘을 모았습니다. 유족(부모님)은 전국을 다니며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알려내고 더는 노동자를 죽이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그 덕분에 일터에서의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은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였고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도 부각되어 법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법은 멀리 있고 중대재해는 매일 일터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충남지역에서는 23년 3월 말 현재 11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재해노동자들은 대부분 미조직 건설 일용노동자들이거나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입니다. 지역본부 노안 담당으로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내용을 취합하고 유족을 찾아가 상담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유족을 만나 일터에서 최소한 사람이 죽을 지경에 이르면 안 된다고 호소하며 더는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회사에 항의해 보자고 권유하지만 유족들은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원망하거나 미련을 두지는 않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마음으로 남기는 것 같아 늘 아쉽습니다.
죽음 때문에 유족을 만나는 일을 멈추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막아야 하는데 결국 방법은 예방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뿐입니다. 이 간단한 원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일터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야 하고 조직된 노동조합은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배치하고 예방 활동과 개선 활동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건강한 일터, 안전한 일터를 약속하고 공약하는 노동조합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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