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활동가 운동장]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한국타이어의 노동을 바꿔나가다

일터기사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한국타이어의 노동을 바꿔나가다

오동영(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

노안 활동의 첫 발걸음을 떼다
지회를 설립한 이후 처음 펼친 중점 사업은 산업재해자를 발굴하여 산재를 신청해서 승인을 받은 뒤, 치료를 받고 완쾌한 모습으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하나 같이 이런 제도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아프면 그냥 개인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일을 하였기에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었는데, 이사업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며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 이 말을 들으면서 무척이나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때는 지회에 산재에 대한 아무런 자료도 없었다. 현장 작업 영상 확보부터 산재 실태 조사, 자료 수집 등을 일일이 진행해야 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생도 많이 했다. 근무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산재 진행에 할애한 것 같다. 하지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보람이 있었다. 이러한 사업이 점차 확장하며 조금씩 조합원이 증가하였고 현장의 변화도 함께 시작된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산재는 크게 설비, 작업 방법이나 환경, 그리고 과도한 생산의 문제에 기인한다. 산재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이러한 요소들을 개선해나가는 사업이 필요했다. 노조는 생산 중심으로 굴러가는 현장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형성이 중심이 되는 곳으로 바꿔가자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관리감독자들이 나서서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라고 한국타이어 자본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한 사항에 대해 사측은 너무나도 다른 입장만을 내세울 뿐이었다. 애초부터 사측은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나갈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산재 처리 기간에 대한 문제까지 서서히 불거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산재 신청을 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3개월이면 되었는데 현재는 5~6개월 이상 걸린다. 그런데 현재 한국타이어 단체협약에는 휴직을 최대 6개월간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산재 처리 기간이 단협에 규정된 휴직 기간을 넘기는 일이점점 늘어나며 현장 조합원은 점차 불안해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국타이어 산재 신청건수도 증가하고, 사측에서 의견서가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처리 기간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사업자 의견서를 10일 이내에 받도록 한 산재보상법 규칙 조항이 2021년 삭제가 되었는데, 이를 근로복지공단이 악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다른 지회에도 이러한 문제가 있는지 확인 했는데 모두가 산재 처리 기간이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문제는 금속노조 본부는 물론, 각지부나 지회 전체가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여전히 계속되는 산재,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하여
7월 12일, 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의 3차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같은 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총파업 대회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열렸다. 나는 재판을 방청하던 중이었는데 대전 1공장 성형공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지회장 동지한테 연락해 현장 대응에 나섰다.
재해자는 지난 3월 대전공장 화재로 인해 전환 배치를 받아 성형공정에서 두 달 정도 숙련 기간을 거쳐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날 작업 전에 공정 반장(라인장)에게 동료들 앞에서 생산 실적과 불량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휴식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리 설비에 들어와서 작업을 하던 중 협착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휴식 시간중 이라 주변에는 동료가 한 명도 없었고, 안타깝게 재해자는 사망하고 말았다.
생산보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라고 관리자들은 늘 말한다. 그런데 현장에서의 현실은 생산이 우선시 된다는 것이 이미 확인되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제는 생산이 우선시 되는 현장보다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는 현장을 만드는 투쟁을 동지들과 함께 전개해 나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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