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 활동가 운동장]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바꿔낸 한국타이어 현장

일터기사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바꿔낸 한국타이어 현장

현진우(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노안실장)

한국타이어는 주 60시간도 모자라 80여 시간 이상을 근무하던 회사였으며,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찢어지고 골절되고 절단되는 사고도 빈번했던 회사였다. 또한 회사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고용 안정이라는 인질로 노동자들을 탄압해왔다. 대비를 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회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중국, 헝가리, 미국 등에 여러 공장을 증설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난다고 표방해왔다. 그동안 국내공장의 설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되었고 인원은 감축되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회사의 위상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귀도, 입도 막히고, 눈도 가려진 채 묵묵히 일만 해나간 것이다. 회사에서는 그런 현장의 노동자들을 앞에서는 가족이라 칭하지만 뒤에서는 노예로, 하나의 부품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사고와 질병, 죽음이 난무하는 한국타이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30여 명의 노동자가 2013년 11월 27일, 회사를 바꿔보고자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지회)를 설립하였다. 지회를 설립했지만,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을 인정해주지 않았으며 관리자들은 억압과 탄압을 자행하였다. 동료들 간 이간질을 시도함은 물론, 심지어 가정에도 연락하며 불화까지 조장하였다. 일터에서는 수많은 징계를 남발하였다. 그럼에도 회사를 바꿔보자는 열의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지회는 더욱 가열찬 투쟁을 다짐하였다.

노동안전보건 교육과 활동으로 만들어 간 일터의 변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동안전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통해 현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의 관리자들과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교육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을 바꾸기 위해 일터의 문제들을 노동청에 고소·고발하고, 공장에서 다치고 아픈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 신청도 함께했다. 현장의 불합리를 알리고 바꾸기 위한 선전전도 진행했다.
소수로 시작했던 인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 1천여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생겼던 적도 있었다. 회사의 탄압과 회유로 인원이 급격히 탈퇴하여 절망을 맛본 적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히 회사를 바꿔보자 앞으로 한 발짝씩 걸어 나갔다.

현장에서부터 더 많이, 다양하게 진행하는 다수 노조로서의 노동안전보건활동
또한 한국타이어는 60여 년간 어용노조가 판을 치던 회사였다. 다수노조인 한국노총 고무노조가 노동자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했지만, 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오히려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가 점점 후퇴했다. 2021년 고무노조 위원장이 바뀌고 처음으로 한국타이어에서 파업이 진행되었다. 지회 또한 대표노조인 고무노조와 같이 파업에 동참하였다. 하지만 고무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사측과 직권 조인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결국 파업 투쟁도 마무리되었다. 이에 고무노조에 몸담고 있었던 노동자들이 분노하며 대거 탈퇴하였다. 이들은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렸고, 1,500명이 넘는 인원이 지회에 가입하였다.
2022년,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어용노조를 제치고 과반 노조가 되었다. 지회가 대표노조가 되면서 대전 및 금산공장 공장장들과 소통을 위해 매주 미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안건을 받고 현장의 안전과 복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노사협의회도 구성되었다.
지회는 대표노조가 된 후에도 현장의 노동자들이 소외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현장 순회를 진행하고 있다. 불합리한 문제점들을 조합원들에게서 듣고 개선해나가고 있다. 지회 차원에서 매주 소식지를 내고, 노안부에서도 매달 ‘건강한 일터’를 발행하고 있다. 현재도 고무노조에 몸담은 노동자들에게도 눈과 귀를 열어, 이들이 탄압받지 않도록 많은 활동가가 참여하며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또한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가 생산직 사원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노예 취급하는지 끊임없이 알리고 있기도 하다.
미팅과 선전전 등을 통해 현장의 불합리가 조금씩 개선이 되어가고 있고, 복지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한 번에 바꿀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천천히 바꾸고 있다. 여전히 회사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마찰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우리 활동가 동지들의 투쟁으로 한국타이어는 죽음의 공장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모든 노동자가 항상 안전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되도록, 오늘도 한국타이어지회는 열심히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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