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 2021.02

일터기사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이진우/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지난 1월 20일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이 열렸다. 연세대 윤진하 교수 연구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플랫폼 노동자와 직역별 전문가(산업보건, 보건정책/형평성, 지역사회, 법률/노무)가 직접 참여하여 플랫폼 노동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열린 방식의 포럼이다. 이 포럼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과 휴식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논의했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행사가 시작되고 각 팀이 준비한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 팀은 거점 기반 건강관리 프로그램 제공과 휴식시간 확보방안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발표에 대해 플랫폼 노동자와 자문단이 각 팀에 방문하여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런 의견 수렴을 통해 각 팀의 건강관리 방안을 더욱 구체화하고, 현실성을 높일 수 있었다.
  가사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근본 지점에는 가사노동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 잠깐 앉아 쉬면 CCTV 감시로 확인되어 불만 전화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가사노동 중에는 식사가 어려워 간식을 들고 다니면서 놀이터에서 끼니를 때우게 된다고 한다. 최근 활발해진 플랫폼 기반 가사노동의 이용약관에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이나 권리를 명시하는 방안도 필요하고, 가사노동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캠페인도 중요할 것이다.
  가사노동을 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중장년층 여성이고,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들에게 일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여서, 관련된 질병을 가족과 상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50대 여성 건강 교육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가사 노동자들은 본인이 일하는 반경에 이동노동자쉼터가 없다면 이동 중간에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현재의 노동자 쉼터가 대리운전노동자나 배달노동자 중심, 남성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 가사노동자의 이용률이 높지 않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높은 편이라 이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   지난 21년 1월 20일 플랫폼 노동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이 열렸다.

 

  대리운전 노동자와도 미팅이 진행되었다. 현재 이동노동자쉼터 모델은 대리운전 노동자의 휴식공간으로 마련된 측면이 크다. 앞으로는 휴식 공간으로의 활용을 넘어, 정기적인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서초의 이동노동자 쉼터에서는 근로자건강센터와 연계해 월 1회 6~8시에 운동관리사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된 바가 있었고, 상당히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카카오대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직무교육, 기초소양교육, 자동차기능, 안전보건 관련 교육들을 온라인을 기본으로 오프라인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인 대면 교육이나 건강관련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쉼터와 연계기관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채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달노동자는 쉼터의 존재는 알지만 워낙 개수가 부족해서 이용이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에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방안에 미팅에 참여한 노동자는 긍정적인 답을 선뜻하지 않았다.
  이동거리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바우처 등을 통해 개별 배달노동자가 근골격계 치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하는 방식이 현실성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들에게 건강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단순 건강관리 측면을 넘어서, 플랫폼으로 분절화된 노동을 모이는 공간으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
  우리팀은 찾아가는 플랫폼노동자 건강상담소 운영을 최종안으로 발표했다. 이동노동자쉼터와 시청과 구청 등의 시민이용공간을 활용하여,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주차별로 건강관리 운영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주는 건강진단 및 심리상담, 2주는 건강교육, 3주는 건강/심리 상담 및 운동치료, 4주는 법률지원로 구성한다. 직종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주1회 운영하되, 배달노동자는 3~4시, 대리운전노동자는 4~5시, 가사노동자는 5~6시로 정했다.
  지원기관은 경기도 우리회사건강주치의 사업을 하는 노동자건강증진센터 및 근로자건강센터이다. 이용자가 참여하는 쉼터 운영위원회를 통해 프로그램 및 전체 운영방안을 개선하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플랫폼 노동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를 형성하고자 했다. 쉼터의 위치 정보와 운영 중인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자가진단 도구를 통해 상담과 연계를 도모한다.
  휴식시간 보장 방안을 위해서 가사노동자의 경우에는 이용약관 명시 및 대시민 캠페인을 제시했다. 배달노동자는 작업건수에 비례해 휴식수당을 보장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1건에 200원의 휴식수당을 도입해 1일 20건 정도 배달 시 4천원 정도가 적립되고, 배달노동자가 휴식권을 사용하면 20분간 콜을 받지 않고 4천원을 수입으로 제공받는다. 또한, 노동자가 고객을 평가하는 상호 평가 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다른 팀들은 플랫폼 노동자 전용 온라인 마당으로 소통과 교육, 안전,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방안, 개방형(Open-API) 플랫폼 종사자 보호 앱을 기반으로 온라인 교육, 정보 전달체계구축, 과로방지(휴식계산 및 알림), 차량 정비알림, 온라인 상담체계 구축, 플랫폼 사업주 및 종사자 인센티브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포럼 결과물들은 연구진들의 추가 연구에 디딤돌이 될 예정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건강관리방안이 확산되고 실질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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