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02년과 2003년을 경과한 근골격계 투쟁은 법적인 성과를 남기는 투쟁이었습니다. 이러한 투쟁을 바탕으로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대한 사업주의 유해요인조사 의무가 부과되었습니다. 그 1차 기한인 2004년 6월 30일이 불과 석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현장에서는 많은 고민과 의문이 있습니다. ‘제도화’라는 양날의 칼을 가진 유해요인조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할 것인지 현장에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이 문제에 관해 아주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자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안할 때, 노동자 중심의 ‘유해요인조사’의 원칙과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전국적인 공유와 실천이 필요할 때입니다.
1. 유해요인조사는 왜 하나요? 유해요인조사를 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요?
근골격계 직업병은 작업자세나 물리적 환경 뿐만이 아니라 작업속도, 작업량 등 집단적 작업환경 요인과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자본의 현장통제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여 발생하는 직업병입니다. 법제도를 통해 사업주의 의무를 강제하고 미조직 노동자나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본의 적극적인 개입에 말려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현장 유해요인 조차 자본의 이윤확보를 위한 관리기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대공장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근골격계 예방관리 프로그램’은 투쟁의 일차적 동력이 되어 왔던 ‘환자’들이 조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진을 시행하지 않은 채로 물리적 작업환경에 대한 ‘측정’만을 하고자합니다. 이미 경총에서는 근골격계 투쟁에 대해 “기존 구조조정의 과정을 완전히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이는 근골격계 직업병의 본질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현장 통제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투쟁의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자본에게 포섭당하면서 실제적인 주도권을 상실하고 관성화된 실리주의에 굴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누구의 주도로 하느냐?’ 입니다. 이것에 따라서 유해요인조사는 현장의 통제를 막아낼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을 더 치밀한 통제 속으로 몰아 넣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2. 유해요인조사를 누가 하나요? 노동자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유해요인조사는 사업주의 의무사항입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는 ‘사업주가 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주는 유해요인 조사시 노동자 대표 혹은 당해 작업 노동자를 참여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결국 모든 유해요인조사 과정에는 노동자(대표 혹은 당해 작업노동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해요인 조사는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노동조직 및 노동강도의 변화를 감시하고 현장 실천을 할 수 있는 실천단위를 구성해야 합니다. 실천단위로 조직된 동지들은 현장의 요구를 모으고 분석하며 현장의 대중행동을 조직해야겠지만, 근골격계 직업병을 중심으로 한 노동강도 전반의 문제를 현장 조직의 문제, 노동자 통제의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 역량을 가진 활동가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지들이 주체입니다.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각각의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2-1. 사측에서 유해요인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이랑 같이 하자고 하는데…
최근 대자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대응은 개별대응과 시혜와 보상을 핵심으로 하여 ‘체제내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예방관리프로그램을 만들고 휘황찬란한 재활센터를 건립하면서 마치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자본이 노리는 것은 골병과 죽음을 야기하는 살인적 노동강도 문제를 단사차원에서 개별 노동자의 ‘복지’차원의 예방 및 보상으로 제한하여, 신자유주의 분쇄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이지 자본이 아닙니다. 자본의 속셈을 까발리고 현장의 주체를 만드는 것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내부적으로 현장중심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가 중요합니다. 또한 유해요인 조사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검토와 의견이 모아져야 합니다. 우리가 준비가 되어 있다면 공동조사를 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환자 발굴과 조직에 나서야 합니다. 자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환자가 나오고 그들이 조직되는 것이 아닐까요? 환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요양대상자 일뿐아니라,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반증하는 현장의 실체입니다.
이는 결국 양날의 칼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느냐의 문제입니다. 자본에게 그 칼을 넘겨 주시겠습니까?
2-2. 사측에서 유해요인 조사를 시행할 전문기관을 선정하자고 합니다. 기관선정시 노동조합이 조심해야 할 점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본에서 섭외하는 ‘전문가’들의 경우는 대학에 속해있는 경우부터 몇 가지 인간공학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까지 다양합니다. 이중에 누구의 선택에 ‘합의’를 해주느냐의 문제는 결국 조합이 이 문제를 어떻게 사고하고 있느냐의 문제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나서서 현장의 유해요인에 대한 분석과 해결주체를 조직하여, 실질적인 주도권을 확보/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원칙들을 가지고 기관선정시에는 가급적이면 상급단체나 노동안전보건단체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2-3. 유해요인조사가 사측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유해요인조사’와 관련된 교육이 정부주도아래 산업안전공단 주관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유해요인 조사지침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에 대한 구체적인 강제와 내용이 형식적입니다. 이를 간파한 자본은 안전관리담당자들을 시켜서 형식적인 ‘서류’를 만드는 것으로 유해요인조사를 해버리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혹 동지들이 속해 있는 사업장이 그렇게 처리해버린 것은 아닌지 잘 감시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 시행한 무식한 자본은 우리가 현장 실천으로 가르쳐줘야 합니다. ‘유해요인조사란 이렇게 하는거다’라는 모범을 현장의 힘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3. 유해요인조사를 2004년 6월 30일까지 끝내야 한다던데 회사에서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6월 30일이라는 물리적인 ‘기한’은 자본에게 주어진 것이지 노동자들한테 주어진 것은 아닙니다. 유해요인 조사는 현장이 준비되었을 때 해야합니다. 현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하는 유해요인조사는 근골격계 문제와 현장 통제의 문제 모두를 한꺼번에 자본에게 넘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은 사측에 의해 주도되는 유해요인조사가 가급적 노동자 주도의 유해요인조사가 될 수 있도록 이어서 설명할 내용들을 원칙적으로 주장하고, 그러한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노동조합은 물론 당해 작업 노동자도 유해요인조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유해요인 조사의 실행과 관련하여 과정상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시기를 판단하는게 좋습니다.
• 현장 실천단위의 구성과 이 현장 주체들에 대한 활동시간을 보장 • 실천단위 집중교육 ; 실제적이고 조직적인 유해요인 조사 수행 역량 강화 • 조합 주도의 조합원 교육 |
4. 유해요인조사는 언제 해야 하나요?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현장의 요구를 모으고 실천할 주체들을 조직하면서 해야 합니다. 산업안전공단에서 제시한 체크리스트도 노동자들이 현장을 발로 뛰면서 만들면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자본측의 기획과 행동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내용과 방식을 비판하고 현장의 일상적 실천들을 조직하는 투쟁의 과정에서 유해요인 조사는 자리매김 되어야 합니다.
법적으로는 근골격계부담작업에 근로자를 종사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3년마다 유해 요인조사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지체없이 시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법에 의한 임시건강진단 등에서 근골격계질환자가 발생하였거나 근로자가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 제39조의 규정에 따라 요양결정을 받은 경우 •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하는 새로운 작업·설비를 도입한 경우 •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하는 업무의 양과 작업공정 등 작업환경을 변경한 경우 |
5. 조사해야할 ‘유해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노동부의 지침들은 다들 한번씩 보셨지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우리가 하는 작업이 과연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맞나? • 설비, 작업공정, 작업량, 작업속도 등 작업장 상황 • 작업시간, 작업자세, 작업방법 등 작업조건 • 작업과 관련된 근골격계 질환 징후 및 증상 유무 등 |
이러한 내용들은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산업안전공단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해요인조사 시행지침 및 작성방법’에 의하면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아주 ‘손쉽게’ 내용을 채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근골격계 직업병은 근본적으로 ‘노동강도’와 관련지어 생기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그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철저하고도 실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체크리스트 들고 현장 한바퀴 죽 돈다고 유해요인은 결코 밝혀지지 않습니다.
• 사업장에 대한 다양한 경영자료(생산성, 생산량, 수익, 인원, 비정규직 분포, 산재 및 공상자료)들이 공개되고 분석되어야함 •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한 원인 접근 • 다양한 방식의 노동강도 평가가 진행 • 사업장의 문제에 대한 현장 진단 • 환자 발굴을 위한 다양한 노력 ; 설문지를 통한 유병률 조사 및 검진 • 인력의 감소 혹은 충원과 같은 인력의 변화 • 비정규직(외주화 포함)의 도입과 같은 작업장내 고용구조의 변화 • 임금 삭감 혹은 상승과 같은 임금의 변화 • 팀제의 도입과 같은 작업조직의 변화와 • 이런 수많은 변화들에서 기인한 노동자들의 직무관련 스트레스 |
5-1. 노동강도평가가 중요하다는데…그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노동강도 평가는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강도에 포함되는 노동시간으로 대표되는 절대적 노동강도, 노동밀도로 대표되는 상대적 노동강도, 그리고 노동유연화의 문제는 사실 현장의 동지들이 더 잘 아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소위 ‘객관적’인 자료를 만드는 것이 ‘노동강도 평가’입니다.
현장의 실천단위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설문을 이용한 방법 ; 육체적 작업강도 설문지, 노동조건 변화 설문지 • 면접조사 ; 노동조직과 과정에 대한 심층 면접 • 자료조사 ; 주요한 공정 및 생산방법상의 변화, 하청 및 외주 등 생산조직체계의 변화, 임금체계의 변화, 생산성(예 job수, 효율 등)을 내는 기준과 연도별 변화, 생산계획, 인원변동 현황, 인원소요계획, 근태/특근 현황 (급여지급기준), 작업시간 변화, 잔업특근변화 등 • 생리학적 조사 ; 노동자의 육체적 피로도를 측정 |
사실, 생리학적인 조사를 빼고 현장 노동자들이 못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생리학적 조사는 그 한계가 명확하여 보조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이므로, 사실 주된 분석은 현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조차 어렵게 느껴진다면 현장에서 몇 마디만 물어보십시오. ‘지금 일이 힘든가?’, ‘지금 보다 일이 얼마나 줄면 안 아프게 할 수 있을 것 같나?’…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본인이 느끼기에 힘들지 않는 정도, 그게 바로 적정 노동강도입니다.
6. 조합원들이 많이 아프다고 하는데…유해요인을 조사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노동부 유해요인 조사의 핵심은 ‘생색내기’입니다. 실제로 이미 발생해 있는 근골격계 환자들과 현장에 있는 ‘예비환자군’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최근의 사측 주도의 유해요인 조사는 실제 현장 투쟁의 동력이 되었던 ‘환자’의 발생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단 유해요인 조사를 통해 근골관리프로그램이 만들어진 후 검진을 시행하고 치료를 받자고 주장합니다. 당장 아픈 사람들을 외면하는 자본과 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이는 ‘요양자’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이 조직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며 또한 문제의 규모상 대규모의 결원으로 인한 충원 압박을 피하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그러나 현장실천을 진행하고 정확하게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실제 요양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요양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야 합니다.
자본은 지금까지 근골투쟁의 역사에서 선도적 현장주체로서의 역할을 했던 ‘요양자’들의 힘을 무서워 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답은 분명합니다. 현장에 아프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자본의 손에 움직이는 관리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을 고려해보면, 자본은 생색을 내고 무대책으로 일관하겠다는 것일 뿐입니다. 반드시 현장에 있는 ‘환자’들의 치료와 산재요양을 쟁취하고 현장을 개선하는 것은 유해요인 조사의 시행과는 별개로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7. 우리 사업장의 작업이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저희는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할 수 없나요?
유해요인조사는 노동부장관이 정한 고시에 의거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정의된 작업에 대해 법적 강제력을 갖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로 재듯 만들어 놓은 비인간적인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범위는 폐기되어 마땅한 항목입니다.
그렇다면 부담작업이 아니라는 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까요? 동지들 2002년과 2003년의 근골격계 투쟁을 돌이켜 봅시다. 우리는 법적인 틀이 없을 때도 잘 싸웠습니다. 현장에서 환자들을 조직하고 그 조직된 환자들을 중심으로 현장활동을 진행하고 노동부에 임시건강진단과 안전진단을 요구하는 투쟁들이 기간 우리가 해온 ‘제도적’ 범주의 투쟁이었습니다. 법제화가 되었다고 기간의 전술이 폐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아니라고 하는데서 더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내어 정부와 자본의 정의가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법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전술입니다.
노동부에서 발표한 보건규칙에 의하면 ‘법에 의한 임시건강진단 등에서 근골격계질환자가 발생하였거나 근로자가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 제39조의 규정에 따라 요양결정을 받은 경우’ 지체없이 유해요인 조사를 하게 되어 있으며 이는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아닌 경우에도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아닌 경우에는 환자를 발굴하여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하면 되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부 보건규칙에 의하면 ‘노사의 이견 등으로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 사업주는 특정작업에 대한 노사의 의견과 주장근거를 첨부하여 지방노동관서에 판단을 신청’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전술을 택하는 경우에도 정부에서 쉽게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 뻔합니다. 실천이 준비되지 않는 ‘민원’은 무시되기 쉽습니다.
8. 유해요인조사 결과 많은 작업이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라고 판정되었습니다. 작업환경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건규칙 제145조(작업환경개선)에 따르면 “사업주는 유해요인조사 결과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인간공학적으로 설계된 인력작업 보조설비 및 편의설비 설치 등 작업환경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일단 기본적으로 사측에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안 맞는 말입니다. 유해요인조사의 항목에서는 작업장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개선 내용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개선의 초점을 인간공학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집단적 작업환경의 개선을 배제시키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 내용에 연연하지 말고 유해요인조사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모든 문제들에 대해 자본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유해요인이라 규정하고 있는 다음의 것들에 대한 대책부터 시작해 볼까요?
• 1. 설비, 작업공정, 작업량, 작업속도 등 작업장 상황 • 2. 작업시간, 작업자세, 작업방법 등 작업조건 • 3. 작업과 관련된 근골격계 질환 징후 및 증상 유무 등 |
9. 우리 지역에는 조합이 없거나 있더라도 힘이 없는 사업장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는 지금의 노동운동의 한계상 고민을 진행하기조차 어려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노동재해의 문제와 노동자의 불건강의 문제가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에게 이전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반드시 공유되어야 하는 문제임에는 분명합니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따로 조직하여 스스로 투쟁에 나서게 하는 것은 오히려 난망한 일 일수 있습니다다. 법제도화의 장점인 소규모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틀거리가 된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우리사업장에서 진행되는 유해요인 조사에 반드시 비정규직을 포함시키고 현장 실천단위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연맹이나 노조 단위 또는 지역본부 단위의 공동대응을 통해 힘없는 중소기업들의 투쟁을 만들어 봅시다. 창원을 중심으로 고민되고 있는 지역차원의 조사단을 우리지역에도 만들어 보는게 어떨까요?
10. 유해요인조사를 잘 해서 조합에 성과를 남기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유해요인조사를 위해 현장통제를 쟁취하고 노동강도강화를 저지하는 성과를 남기고 싶은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과정상 ; 현장실천단위의 조직과 활동시간 보장, 독자적인 조합원 교육의 선행 • 내용상 ;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이용한 ‘생색’이 아닌 노동강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현장 접근 포함 • 검진을 통한 환자발굴과 요양자 조직의 운영 • 모든 과정에 있어서의 조합원 공개의 원칙 |
어렵지요? 근골격계 투쟁은 만만한 투쟁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자본이 부뚜막에 올라간 송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잔머리 굴리는거 아니겠습니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은 현장에서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11 유해요인조사를 할 때 지켜야할 원칙은 무엇인가요?
정말 핵심적인 원칙은 이 투쟁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투쟁이고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실천력을 조직하는 것이지요.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동지들이 나서는 것, 그리고 발로 현장을 뛰면서 일상적 실천들을 조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투쟁의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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