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ㅣ1월ㅣ뉴스]고등법원 “국가가 원인 못찾은 희귀 질환, 업무상재해” 외

일터기사

고등법원 “국가가 원인 못찾은 희귀 질환, 업무상재해”

09년 12월 14일 서울고법 행정5부(조용구 부장판사)는 시멘트 공장에서 수십 년 일해 부비동암으로 숨진 강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이 “시멘트 공장 작업환경 때문에 부비동암에 걸렸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던 것과 달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근로자나 유족 같은 일반인이 업무와 질병 사이 특수한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는 건 지극히 어렵다”며 “사업주나 국가가 해당 질병이 업무와 무관한 것임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근로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취지에 맞는다”고 판시했다.
강씨는 지난 1968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해 단양공장에서 약 21년 동안 불도저 및 로다 운전공으로 일하다가 1989년 퇴직했고 2007년 부비동암으로 숨졌다. 부비동암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6가크롬이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희귀 질환으로, 코 안쪽 바깥 콧구멍에서 뒤쪽 콧구멍에 이르는 콧속 및 콧속 둘레 작은 구멍 부비동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강씨 유족은 그의 병이 시멘트 공장에서 일할 때 6가크롬 등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발생한 업무상 재해이기 때문에 유족급여 등을 지급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했고, 공단이 “질병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낸 상태였다.

▶ 고법의 이번 판결은 발병 원인이 불분명한 희귀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로서, 사업주나 국가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는 한 질병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SLS조선, 중대재해 은폐,고의가 아니다?

SLS 조선이 고의적인 중대재해 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SLS 조선 노조 측에 따르면 작년 8월 4일, 작업자 총 16명(회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배에서 내려오고 있는 도중 사고를 당했다. 4만 톤급 화학제품운반선과 선착장을 연결하는 21미터 통로(브릿지) 중간이 부러지면서 16명이 7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한 것. 이 중 11명이 중상을 입었고, 5명이 경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를 입은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업무복귀를 했으나, 일부 직원들은 아직까지 퇴원하지 못한 채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LS조선은 이러한 중대재해 발생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4개월 후인 09년 12월초 노동부에 중대재해를 신고했다. 중대재해는 발생 시 즉각적인 신고를 해야 하고, 일반 재해라도 한 달 이내에는 신고를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신고를 지연했던 것이다.
SLS 조선 측은 산업재해 발생보고를 해야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 나타난 일이라며, 고의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중대재해 신고는 기본적으로 10명 이상의 중상자가 나와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시 사고로 인한 부상자가 총 10명이었는데 이 중 3명만이 중상을 입었다”고 산재은폐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측이 산재처리를 막기 위해 노동자들을 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SLS 피해 노동자에 따르면 사측이 모든 치료를 해주고 임금도 100% 지급을 약속하며, 산재신청만 하지 말아달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현재 SLS조선의 산재은폐 문제는 경찰과 노동부가 개입해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의 조선 산업은 세계적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그 정반대에 놓여있다. 국내 조선소들의 생산 지상주의는 안전관리 소홀로 이어져 전도, 협착, 과로사 등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SLS조선의 산재은폐 논란은 한국 조선 산업의 고질적인 산재은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부당한 퇴사 압력으로 인한 우울증,산업재해 인정

회사의 퇴사 압력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남모씨는 1995년 LG전자 고객서비스 부문에 입사, 서울 콜센터 등에서 고객 상담 업무를 해왔다. 남모씨는 회사가 2002년 10월 상담업무를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퇴사 뒤 도급업체로 옮기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2003년 1월 남씨에게 기존에 해 오던 업무와 상관없는 휴대전화 수리 교육을 이수 받도록 한 뒤 자재업무 보조직으로 발령을 내고, 2년여 동안 6차례 원거리 인사 발령을 하는 등 ‘인사 불이익’을 주고 지속적으로 퇴사를 강요했다.
결국 남씨는 2005년 3월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중 쓰러져 응급실에 후송되어 ‘과호흡증후군의증’과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상태가 악화되어 2007년에는 ‘공황장애’와 ‘재발성 우울성 장애’ 판정까지 받았다.
남씨는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남씨의 질환은 남씨의 개인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업무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불승인 결정을 했다. 남씨는 소송을 냈고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도 마찬가지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09년 12월 6일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유승정)는 1심을 깨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남씨가 꼼꼼한 성격에 강한 업무성취동기를 가지고 있는 등 취약한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도급업체 전직 압력, 잦은 전보, 보직 미부여 등 업무상 사유에 의해 받은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발병 요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설령 남씨에 대한 인사 명령이 정당한 것이더라도, 산업재해보험법이 정하고 있는 보험 급여는 사용자의 고의·과실과 관계없이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리 : 한노보연 선전위원 손 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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