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 04월 | 특집] [2] 발암물질, 일터와 세상에서 없애야 한다.

일터기사

[2] 발암물질,

일터와 세상에서 없애야 한다.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배 현 철


지난 31일 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던 날 오전, 박지연씨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한지 2년 7개월 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2년여 만에 숨졌다. 그녀는 2004년 12월, 강경상고 3학년 때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하여 반도체 검수부서에서 고열로 가열된 납 용액과 화학약품에 반도체 본체를 핀셋으로 넣었다 꺼내어 엑스레이 기계로 제품을 검사하는 일이었다. 클린 룸과 방진복이 연상되는 삼성전자에서 화학물질과 방사선이 그녀의 생명을 2년 7개월 만에 빼앗아간 것이다. 삼성에서 일하다 걸린 백혈병은 알려진 것만 23명이고 숨진 것은 9명이다.


그럼 우리 금속노조 현장의 상태는 어떨까?

금속노조는 2009년 7월에 17개사업장의 발암물질실태조사를 하였다. 조사한 물질 중 미국이나 유럽의 발암물질분류기준(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분류기준)을 따라 조사한 결과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가운데 38%가 발암물질로 확인되었다. 그 실태도 치명적인 폐암과 종피종등 폐질환을 일으키는 석면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었고, 백혈병을 일으킨다는 벤젠, 세척제, 절삭유, 용접봉등 840개 화학물질중에서 316(38%)의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되었다. 현장조사결과 물질안전자료도 없는 물질이 수두룩하고, 더욱 충격적인 현실은 우리 조합원대다수가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발암물질인지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산안법상 안전교육과 물질안전자료 비치 등이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은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그럼 노동자들의 암 발병 실태는 어떨까?

아직 조사는 해보지 않아 통계는 없지만 알음알음 상태를 파악한 결과 발암물질의 사용실태에 따라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랜 동안 석면을 브레이크패드 소재로 사용해온 대구의 상신브레이크에서는 3명의 폐암환자가 발생하였다. 경기의 자동차부품사업장에서는 석면이 사용된 건물에서 실험업무를 하던 조합원도 2009년 폐암에 걸렸다. 영동의 한 사업장에서도 최근 폐암사례가 보고되었다. 현대자동차도 울산공장에서만 2009년 7명의 조합원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기아자동차도 광주공장에서 백혈병 사례가 보고되었다. 암이 산재보험의 관심 밖이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알려지지 않는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암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때는 어느 특정한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던 질병이 이제는 공포의 질병이 되어버렸다. 통계청의 ‘2009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08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 명당 139.5명으로 2001년 122.9명보다 16.6명(13.5%)이 늘었다. 암 사망률은 2003년 130.1명, 2005년 133.8명, 2007년 137.5명으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로 전체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6만8,000명 수준으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5,870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 하루 평균 18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 한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인간수명이 80세라면 남성은 3명중 1명이, 여성은 4명중에 1명이 암에 걸리고, 선진국 미국은 남성중 2명중의 1명, 여성은 3명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다. 산업화와 사회발전의 정도에 따라 암의 발병 율이 높은 셈이다.

세계보건기구가 2006년 발행한 뉴스레터는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약 3%가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생산직 남성에 국한해서 보면 12%로 증가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를 일상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에 국한해서 보면 사망자중 전체의 80%가 직업성 암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금속노조는 2010년 건강권투쟁의

고리로 발암물질추방을 내 걸었다.

그동안 금속노동자들의 전통적인 교섭주제는 고용과 임금이었다. 그동안은 건강도 노동시간도 임금과 고용 앞에서는 꼬리를 내려야 하는 주제였다. 2009년 조사결과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건강’과 ‘아이교육’에 가장관심이 높다는 의식조사결과를 전해 듣기도 했지만, 현재도 요구의 내용은 동일하다. 그동안 노안간부들의 20여년에 걸친 헌신적인 건강권투쟁은 번번이 조합원들의 의식의 한계에 갇혀 여전히 임금과 고용위주의 교섭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연 2700시간의 세계최장노동시간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발암물질 감시센터의 제안으로 진행한 2009년의 발암물질 조사결과는 새로운 관점에서 건강권투쟁의 의식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고, 그리고 암이라는 주제를 화두로 삼았다.


발암물질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

금속노조 발암물질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될 것이다. 첫째 현장의 발암물질실태조사이다. 어떤 발암물질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조사하여 데이터를 작성하는 일이다. 데이터작성은 이후 직업성 암 투쟁과 교섭, 발암물질 통제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조합원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드는 일이다. 어쩌면 최종 종착지인 조합원의 인식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이 사업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의 조사결과와 실제현장조사를 진행하면서 날것의 과정과 실태를 낱낱이 공개하면서 조합원교육과 토론을 통해서 발암물질투쟁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첫째 과제이다.

두 번째는 사회의제화 사업이다. 이 사업의 방향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발암물질과 유해화학물질을 시민사회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통제하는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화학물질은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과정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노출되어 질병을 잉태하고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오염된 상품은 소비자인 시민과 자연을 오염시킨다. 이과정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과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방향에서 노사간 교섭과제로, 또한 이 결과를 공단과 지역사회와 함께 소통하면서 지역적 과제도 만들어 낼 것이고, 사회정치적 과제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또한 발암물질을 국제적으로 생산유통을 금지하는 국제연대사업도 하나의 과제이다. 석면협약의 사례를 검토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직업성 암 인정투쟁을 벌여나가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 하반기부터는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금속노조의 발암물질을 없애려는 노력이 일터 곳곳,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바란다. 끝으로 삼성을 생각하면서 고 박지연씨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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