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 04월 | 특집] [1] 끝맺지 못하고 시작치 못한 싸움을 준비하며

일터기사

2010년 <일터> 특집에서는 금속노동조합의 2010년 계획인,

1) 2010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2) 금속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발암물질추방투쟁

3)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개악 분쇄 및 산재노동자 권리확보투쟁

에 대해 금속 노안실 동지들의 목소리로 들어봅니다.



[1] 끝맺지 못하고

시작치 못한 싸움을 준비하며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박 세 민


10년 전 IMF가 있었다. 자본가들은 IMF를 구조조정과 노조 무력화를 기회로 활용했다. 잘 나갔던 공장도 지지리 안 돌아갔던 공장도 IMF 상황을 활용하여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과 노조 무력화를 위해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 자본은 이윤실현의 방안으로 칼날의 한쪽은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통한 비정규직 확대를 겨냥했고, 칼날의 한쪽은 고용불안을 자극하며 극단적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노동자의 몸과 정신을 베어나갔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대화되었고, 관리자 눈치보기가 일상화 되었으며 노조에 대한 신뢰 상실과 벌수 있을 때 벌어야한다는 절박함속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것으로 생존의 방안을 선택했다.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되었고 노동자들은 강화된 노동강도와 현장통제속에서 몸뚱이가 파괴되어 갔다.


Ⅰ. 그때 노동안전보건 간부와 활동가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아픈 사람은 부담 없이 치료받기를… 더 아프지 않게 작업환경을 개선하기를… 새끼들과 가족들 생각에 관리자들 눈치보며 시키는 대로 일하고 아파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현장을 바꾸길… 더 나아가 힘을 키워 자본의 이해에 좌지우지되는 않는 노동을 원했다.

그래서 우리는 근골격계질환 대책투쟁에 나섰다. 눈에 불을 켜고 아픈 사람을 찿아 냈다. 산재불승인의 부담과 관리자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조합원들의 두려움을 털어내고, 희망을 찾기 위해 집단으로 뭉쳤다. 그렇게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은 시작되었다. 집단요양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주를 강제하며 조합원들이 왜 아픈지를 찾고 뭘 뜯어 고쳐야 하는지 찾았다. ‘허리아파 어께아파 근골격계 예방의무 법제화 하라’ ‘노동자가 철인이냐? 근골격계 대책 마련하라’ ‘아프나? 치료하자! 힘드나? 쉬었다 하자!’ 를 외치며 길바닥을 누볐고 근골격계질환 예방의무를 법제화하고 위반 때는 처벌토록 법제화를 요구 했다. “자본가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착취의 현실이 폭로 되는 것을 두렵게 지켜만 보는 속수무책 상황에 빠져 있었다” 조합원들은 폭발적으로 지지했고 조합은 신뢰를 되찾아 갔으며 조합원들은 노동자로서 재조직 되어갔다. 노동자의 요구는 곧 법과 제도가 되었다. 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착취에 맞선 공세적 투쟁이 전개되었다.

“속수무책이었던 자본” 그러나 자본은 빨리 자각했다. “큰일 났다. 껍데기만 남기고 다 제압된 줄 알았던 민주노조들이 다시금 재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어서는 노무관리가 설자리가 없다” “근골격계 투쟁을 비롯한 안전보건투쟁을 무력화 시켜야 한다” 경총은 조직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고 2004년 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조직되었으며 대응에 나서기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근골격계투쟁을 무력화 시켜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경총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대우조선 등 자동차와 조선업체 재벌로부터 비용을 각출케 하여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마련했다. 경총은 빵빵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KBS MBC SBS 등의 언론사에 대한 기획보도를 조직했다. ‘나이롱환자’ ‘산재로 일 안하고 먹고 노는 부도덕한 노동자’ ‘무분별한 산재인정’ ‘병원에 대한 관리 소홀’ 이 그것이다. 또 국무총리실과 산하 ‘기업 규제개혁위원회’ 요구와 압박 로비를 통해 그 힘으로 하고 국무총리실이 노동부를 압박하고 노동부가 근로복지공단을 압박함으로써 근골격계질환 투쟁을 무력화를 위한 전면적 산재보험제도 개악을 착 착 진행 시켰다.

반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변하지 않았다. 2002년 2003년 먼저 자각한 노동조합들과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은 투쟁속에서 구조조정 저지와 조직을 강화하는 대안투쟁을 만들어 나갔으며 실천으로 확인시켜 나갔다. 노동조합 집행부가 실천의지를 갖고 결의와 투쟁을 조직하면 “소기의 성과가 보장된 투쟁” 이었다. 되는 투쟁이었다. 그러나 ‘구속’과 ‘노사관계 악화’ 등 최소한의 희생과 부담이 따를 수도 있었던 때문이었을까? 근골격계질환 대책 투쟁은 노동강도 저하투쟁으로 나가지 못했으며 금속 전체의 투쟁으로 결의되지 못했다. 결국은 일부 노조와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의 투쟁


으로 국한 되었다. 정권과 자본의 조직적인 대응에 조직적으로 대응치 못함으로써 우리는 패배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2005년 자본은 총공세를 퍼부었다. 근로복지공단 앞세워 3대 독소규정 제정했으며, 찾아가 때려잡는 서비스를 시행함으로서 산재 불승인이 산재환자들의 불이익이 폭발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천, 창원, 광주 등 전국 각지 근로복지공단지사 점거 농성투쟁이 이어졌다. 악랄한 노조탄압에 다른 집단정신질환 발병에 대한 산재승인을 요구하며 전개되었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집단정신질환 공대위 투쟁을 매개로 산재보험 제도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이 쉼 없이 전개되었다. 목을 메달아 죽는 것 말고 노동안전보건활동가와 공대위 동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실천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의 폭력 행정과 독소규정 폭로, 45일 단식, 릴레이연대단식, 100인/500인 단식 등 서울교 고공농성, 송전탑 고공농성,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장 진입투쟁, 90명에 달하는 동지들에게 구속과 벌금 등 전과자의 낙인이 찍혔고, 근로복지공단 정문 앞 망루설치와 고공 농성 등 투쟁이 진행되었다. 정권과 자본의 일치된 대응으로 근로복지공단 본사 앞 농성장을 철거키 위한 수차례 공권력 투입과 철거가 이루어졌고 근로복지공단 정문 앞 망루 농성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살인적으로 진압함으로써 산재보험 제도 개악에 맞선 250일간에 걸친 근로복지공단 투쟁은 제압되었다. 그때! 민주노총은 금속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07년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발족시킴으로써 근골격계질환에 산재불승인을 제도적으로 합리화 할 수 있는 제도개악을 완결했다. 그로부터 지난 3년! 패배의 댓가는 혹독했다. 근골격계질환 산재신청에 대한 무차별적 불승인이 일상화되었다. 조합원들은 산재처리할 엄두도 못내고 …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 담당 간부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에서는 지역대응체계와 게릴라식 투쟁을 조직하려 했건만 … 회사 관리자들은 산재신청 하라! 질러대고 … 조합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고 …


Ⅱ. 2010년 이제 우리는 무엇을 꿈꿔야 할까?

“아이들과 가족들 생각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갖은 눈치 보며 일하고 있습니다. 짤리지 않고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아파도 참아가며 파스붙이고 일했습니다. 새벽 일찍 일터로 나가 밤늦게 돌아옵니다. 토요일 특근은 기본이고 어쩌다 쉬는 일요일엔 잠자기 바쁩니다. 가족들과 따듯한 밥 한끼 먹기 어렵고 아이들은 아빠가 잠만 자는 사람인줄 압니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남은 것은 몸은 망가졌고 삶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2010년 지금 우리가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서있는 자리는 과연 어딜까? 선배 활동가들이 꾸었던 그 꿈은 그저 꿈결 같았던 옛날 일로 기억되어야 할까?

선배활동가들은 힘겨웠지만 부단한 투쟁으로 법과 제도를 쟁취했다. 자본의 착취와 구조조정에 저항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나갔다. 그러나 나와 금속의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은 그리고 금속노조는 투쟁을 성과를 승계치 못했으면 조직적 과제로 받아 안지 못했다. 근골격계질환 대책투쟁을 전면적인 작업환경개선과 노동강도 저하투쟁으로 연결해 내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장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다. 조합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현장은 관리자들에게 장악 당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은 개별화되고 더욱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다.

나는 다시금 선배들이 꾸었던 그 꿈을 꾼다. 아픈 사람은 부담 없이 치료받고! 더 아프지 않게 작업환경을 개선하기를! 시키는 대로 일하고 아파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현장을 바꾸길! 발레오와 같이 자본의 이해에 따라 멀쩡한 흑자공장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고 공장에 기대어 살던 수천 수만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희망을 박탈당하는 현실이 반복되지 않는 노동을 꿈꾼다.


Ⅲ. 기회가 왔다. 함께 또는 선도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자!


지금 당장 대책 마련 과정의 조직에 나서야 한다. 노동자에게 모든 희생을 강요하는 잘못된 사회와 노동현실을 바로 잡기 위한 실천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 또는 선도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일자리와 건강을 잃어야 하고, 노동강도는 강화될 것이며 구조조정은 가속화 될 것이 자명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앞에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고 원치 않아도 찾아왔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가 그것이다. 2010년 3년 만에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모든 사업장에서 실시해야 한다. 사업주들은 법적 의무로 노동자 참여하에 근골격계질환 발생 원인을 찾아야 하고, 발생 원인 제거와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근골격계질환자를 찾아 의학적 조치를 마련치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 근골격계질환의 원인은 존중받지 못하는 억압적 노동현실과 노동강도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노동자를 병들고 힘겹게 하는 불량한 작업환경·노동강도 증가·현장통제 등 문제점과 원인을 규명해 나갈 수 있다. 작업환경과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조합원의 요구와 열망을 모아내고 함께하는 실천으로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다.


똑바로 하자!

모 공장에서 2004년 조사결과 3백건이 넘었던 근골격계 위험작업이, 회사가 주도한 2007년 조사결과에서는 단 한건의 위험작업도 지적되지 않았던 황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보태고 뺄것도 없이 2004년 2007년 회사 주도로 진행된 유해요인조사는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축소하고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조사에 불과했다. 조사과정에서 노동자는 배제되었다. 원인조사는 인간공학적 평가와 문제투성이 산업안전공단 지침에 따른 간이평가가 주를 이루었고 핵심적 원인인 노동강도에 대한 평가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적된 원인은 회사의 부담 최소화 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졌으며 작업환경 개선은 형식적이었다. 에어밸런스나 호이스트 설치 등 부분적 설비 개선, 안전메트 지급, 의자 교체로 제한되었다. 질환호소자 대책은 대기업은 1개월에서 3개월 가량의 사업장 내외 제한적인 치료가 보장되었지만 지불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개인의지로 산재 신청해 불승인 되거나 방치되는 등 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 금속노조 2010년 유해요인조사 대응지침

1. 지부조사단 및 지회조사단을 구성하여 주체적으로 조사한다.

2. 지회는 상집간부 중 1인을 지부조사단에 반드시 포함시켜 유해요인조사 및 대책사업을 전담케한다.

3. 지회는 근골격게질환 이환 여부 파악을 위해 조합에서 하달 된 통일된 문항의 증상조사를 반드시 실시하고 지부를 경유해 보고한다.

3. 2007년 유해요인조사 결과의 타당성 파악 및 개선조치 이행 여부 파악을 조사 내용에 포함 시킨다.

4. 조합원들의 불만과 문제점을 조사하고 조합원이 원하는 대책을 마련한다[조합원교육, 중간보고, 부서별 대안 토론회, 결과보고 등을 반드시 실시한다)

5. 2010년 조사결과에 다른 조치 및 작업환경 개선등 대책활동을 반드시 전개한다.

2010년은 달라야 한다. 다르게 진행하고 과정을 제대로 조직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는 한 희망은 없다.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 근골격계질환 발생 원인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유해요인조사! 2004년 2007년의 거짓을 드러내는 유해요인조사! 현장을 열망을 받아 안고 작업환경 근로조건 개선과

직결되는 유해요인조사가 되도록 조직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조사하고 요구를 모아내고 함께 실천하고 책임있게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가 왜 아픈지? 뭘 개선하고 바꿔야 할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노동자 자신이고 고 우리 동료들이 그들이다. 개선과 대책방향에 대해서도 노동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2010년 유해요인조사는 우리가 직접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적인 문제를 대학교수 임네 하는 사람들 한데 회사에게 맡겨둘 수 없다.

2010년은 제대로 해야 한다. 조합원과 함께 발생 원인을 빠짐없이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조합원의 요구와 지혜를 모아 해결대안을 마련하고, 함께하는 실천의 힘으로 교섭하고 투쟁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금속노조는 “주체적으로 조사하여 함께 투쟁하고 책임 있게 개선하자!” 는 핵심 슬로건 아래 지부조사단과 지회조사단을 구성하여 주체적으로 유해요인조사에 실시하기 위한 과정을 조직해 나가고 있다.

2010년 노동조건과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강화 분쇄 깃발을 다시 세우고, 노동자의 몸과 삶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존중받는 노동을 위해 나아가는, 끝맺지 못한 싸움과 시작치 못한 싸움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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