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11월|풀어쓰는판례이야기]표리부동

일터기사

표리부동

표리부동(表裏不同) 마음이 음흉하여 겉과 속이 다르거나 말과 행동이 다름

노무법인 필 노무사 김 재 민

안녕하세요. 노무법인 필의 김재민 노무사입니다. 오늘 풀어쓰는 판례이야기의 시작은 표리부동이라는 4자성어로 시작하겠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표리부동의 정확한 뜻은 “겉과 속이 다르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지요.
2011년 7월 1일자로 우리나라도 개별사업장의 복수노조 시대가 시행되었고 그로인한 법 해석의 문제가 크다는 점은 지난 글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판례는 복수노조 시행 이후인 2011.07.28. 대법원에서 나온 판례로 복수노조 시대에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어용노조, 즉 겉은 노조지만 속은 노조가 아닌 노조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관계는 매우 간단합니다. ㅂ병원의 사용자와 노동조합은 2006년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직원의 정년을 한시적으로 만 60세에서 만 54세로 단축하기로 한 단체협약 및 정년 단축과 별도로 30명 이내에서 구조조정을 합의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취업규칙의 정년규정 또한 54세로 낮췄습니다.
ㅂ병원은 이 같은 노사합의로 정년이 단축되자 별도의 구조조정은 진행되지 않았으며 이후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단축되었던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여 다시 만60세의 정년을 회복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2006년 당시 만54세 이상이었던 직원들만 자동적으로 구조조정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이 정년을 단축시켜 오히려 노동자들을 해고하는데 앞장선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실상 정리해고의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단체협약의 정년단축안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며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2009두7790, 2011.07.28

(~전략~)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특별협약에 의한 정년 단축은 참가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대책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그 체결 당시 한시적 적용이 예정되어 있어 일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들을 정년 단축의 방법으로 일시에 조기 퇴직시킴으로써 사실상 정리해고의 효과를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이 이 사건 정년 단축이 모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객관적․일반적 기준의 설정이 아닌 일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들을 조기 퇴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강구된 이상 참가인의 경영상태 및 경영개선을 위해 노사가 취하였던 노력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일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들을 정년 단축의 방법으로 조기 퇴직시킨 조치는 연령만으로 조합원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특별협약 중 정년에 관한 부분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특별협약 중 정년에 관한 부분 및 이에 근거하여 개정된 취업규칙은 근로조건 불이익변경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이 사건 특별협약 및 취업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원고 등에 대한 퇴직처리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후략~)
그런데 이번 판결 이전에도 대법원은 이미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노동조합의 동의나 협약체결에 대해 판단기준을 밝힌적이 있습니다.

대법99다67536, 2000.9.29.

(~전략~)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 때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협약체결 당시의 사용자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후략~)

상기 판례를 보시면 알 수 있듯 대법원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일 경우 단체협약이나 노사합의의 효력이 무효라는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목적은 도대체 뭘까요? 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그 해답을 줍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조 (정의)
4.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후략~)

적어도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여야 하는 단체가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조건이라 할 것이며 노조법 외에도 각 노동조합의 규약에 노동조합의 목적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위에서 소개해드린 대법99다67536 판례는 이러한 기준만을 제시했을 뿐 지금까지 소위 어용노조라 칭해지는 노동조합이 맺었던 단체협약이나 노사합의의 효력을 부정하는 판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오늘 소개해 드린 “대법2009두7790″판례의 의미는 과거 형식적으로만 있었던 노동조합의 목적에 반하는 합의의 효력을 거의 최초로 규정한 의미 있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이와 너무나 유사한 사건을 진행한 바가 있습니다. ㅂ시의 시설관리공단과 관련된 사건으로 역시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을 단축했던 사건으로 제 실력이 부족해 결국 지고 만 사건입니다. 하지만 당시 해고되었던 노동자들은 이후 “ㅂ시 지역일반노조”에 가입하였고 원래 있던 노조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고되었던 노동자들은 이후 지역일반노조를 통해 복직은 물론 기존수준의 단체협약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노조의 시대가 시작되고 사용자가 배후에서 활동하는 노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으며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떠나 제3노총까지 설립한다는 작금의 현실에서 과연 어떠한 노조가 진정한 노조인지, 법에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목적을 지키는 노조인지 마음이 음흉하여 겉과 속이 다른 노조는 어떠한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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