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9월| 사진으로 보는 세상]2012 여름나기- 인천우체국 집배원을 추도하며

일터기사

2012 여름나기
– 인천우체국 집배원을 추도하며

용인수지 소누렁


강남의 길용이 형님을 필두로 다들 하나같이
우체국을 떠나는구나
형님은 퀵서비스 오토바이와 부딪혀 뇌손상으로
서초는 쌍겸배에 과로로
구미는 쇠사슬에 기도파열로
수지는 이 망할놈의 더위에
합천 함양은 오토바이 추락으로
인천은 버스와 충돌로

대통령각하 지경부장관님 우정사업본부장님 청장님 총괄국장님 물류과장님 집배실장님 고맙습니다
사는 게 고통입니다 대한민국 집배노동자는
우리 생을 관장하시는 수고와 이렇게라도 집배노동자들을 해방시켜주시니 큰절 올립니다
죄가 있다면 몇 십 년만의 폭염과 안전불감증을 탓하겠지요
안전모 하나면 우주침략자로부터 지구도 지켜 내야겠지요

그런데 제 차례는 도대체 언제입니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 오늘 이 순간이 불안하기도 하거니와
살아도 살았다 할 수 없는 저는 불가피한 비용
차라리 이윤을 위한 자본의 도구가 맞나요
이제 죽음을 기다릴 여유도 없고 당장 새치기하고 싶어요
기네스북에 오를 세계 최고의 장시간노동과
숨이 붙어있는 게 신기할 정도의
노동강도에

지난 8월21일 인천우체국의 젊은 상시위탁집배원이 버스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올해 알려진 죽음만 벌써 6명째다. 배달 중 공장출입문 쇠사슬에 걸려 사망, 배달 중 교통사고, 우체국 내에서 과로 사망, 배달 중 농수로 추락사가 이어졌다.
인력충원이 없어 점심도 거르며 초를 다투는 살인적인 중노동이 35살 결혼을 앞둔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것이다.
연초 우정노조는 ‘살인적인 중노동 철폐’를 걸고 우정사업 본부장실을 점거하여 긴급노사협의회를 진행, 집배인력 총1,900명을 증원하고 올해는 700명에 대한 증원을 합의했다. ‘말 뿐인 합의’에 노동자는 죽어간다. 더 이상 집배원의 죽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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