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6월/뉴스]

일터기사

산재보험법 개정안, 5월29일 국무회의 통과, 내년 7월 시행 예정

지난해 12월 기만적인 노사정합의안에 근거한 노동부의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이 마침내 지난 5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내용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입법예고안, 거의 그대로이다. 개정안은 올 6월 국회에서 심의가 완료되면 올 하반기 하위법령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터] 2007년 2월호 특집에서도 밝혔던 것처럼,‘산재보험제도, 40년만의 전면 개편’이라는 떠들썩한 그들의 선전과는 달리, 이번 산재법 개정 안은 보장의 확대는 실제 미미하고 축소될 위험에 놓여 있으면서, 공단의 권한은 무소불위의 수준으로 확대하였다.
수많은 근거없는 불승인과 강제요양종결로 자살을 강제한 공단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다.
치료가 좀 더 필요하다는 주치의 의견을 무시하고 요양 강제종결로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17년간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되다가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노동자에게 무려 360일만에 불승인을 결정한 공단에 더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 산재법 개정안의 본질인 것이다.

요양종결 앞두고 자살한 노동자, 공단은 산재거부, 법원은 인정

산재요양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되는 등 불안증에 시달리다가 요양종결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자살한 노동자의 산재 인정에 대해 공단은 인정을 거부하고 법원은 산재임을 인정했다.
지난 2004년 9월 수동변속기 조립공정에서 작업 중 허리를 다쳐 제4-5추간판탈출증으로 산재인정을 받고 수술후 산재요양 중이던 현대차노동자가 수술 뒤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정상적 보행이 되지 않아 후유증을 호소했으며 집에서도 불안해하고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요양종결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가족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신청을 했으나 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이를 산재로 인정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질병인 디스크 제거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이 계속돼 스트레스를 받던 중 산재요양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돼 복직 후 전직이나 장애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좌절감이 심화돼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최근 산재요양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공단과 노동부는 무엇이 그들을‘자살’이라는 극한적인 상황으로 이르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나, 얼마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재법 개정안을 보면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져 있는 산재노동자를 오히려 옥죄이려 하고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원 직장으로의 안정적 복귀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나 이를 외면하고 있고, 요양 중 필연적인 경제적인 불안정을 전혀 해소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산재승인을 보다 더 까다롭게 하며, 양질의 요양치료보다는 요양기간을 단축시키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 이번 산재법 개정의 주 내용이기 때문이다.

현중사내하청노동자, 요양 후 해고

지난해 10월 사내하청노동자 손창현씨가 산재요양 후 하청업체의 완강한 복직 거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대중공업에서 또 다시 하청노동자가 산재요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복직을 거부하고 해고한 작태가 벌어졌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도우산업에 2003년 12월 입사한 오세일씨는 입사 2년만인 2005년 11월, 6m 높이의 족장에서 추락, 허리를 크게 다치는 산재를 당했다. 산재 요양을 마치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활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후, 지난 1월말 오씨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현장에 복귀하려 했는데, 회사는 대기하라며 현장 복귀를 거부하더니 급기야는 4월 9일 징계위원회를 개최, 4월 13일 해고를 하고 만 것이다. 3개월여의 대기기간 동안 회사는 사규에도 없는 ‘작업적합성평가’를 요구하였고, 오씨는 회사가 지정한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작업 적합성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제출했지만, 회사는‘작업적합성평가를 지정한 병원에서 받지 않았다는 것’과 ‘각종 지시불이행’등의 이유로 지난 4월13일 오씨에게 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2006년 한성 ENG에 근무했던 현중사내하청노동자 손창현씨(37세)도 동일한 문제로 결국은 자살했다(2006년 11월호 일터부산지역소식 참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현장복귀거부와 해고의 현실에 맞서 싸우지 않고서는 결코 살맛나는 일터를 만들 수가 없다는 생각으로 오세일씨는 지금도 출퇴근 투쟁 등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당차게 투쟁 중인 그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식당 조리원 노동자, 손 반복 사용으로 인한 질병도 ‘업무상 재해’

식당에서 근무하는 조리종사자가 오른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질병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식당에서 3년간 대구머리찜을 조리해온 노동자가 오른쪽 팔에 종양이 생기는‘색소융모 결절성 활액막염’진단을 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냈으나, 공단이 “질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판결하며, 판결문에서 “색소융모 결절성 활액막염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의학적 정설은 없지만, 식당에서 1kg 정도의 후라이팬 뚜껑을 여닫는 일을 3년간 장기적으로 해 왔고, 업무내용과 다른 원인으로 상기 질병을 치료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공단이 인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 노동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동하고 있고, 담당 주치의가 질병과 노동에 대해 어떠한 소견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보고 듣지 않는다면, 공단은 과연 노동자에게 산재 승인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조선소 용접공 노동자, 법원이 루게릭병으로 산재인정

조선소에서 20여년간 용접공으로 일하다 희귀 난치병인 루게릭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산재로 인정했다.
부산지법은 판결문에서 “구체적인 발병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루게릭병이 납과 연관이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최근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고, 송씨가 허용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납이 노출된 환경에서 작업을 해온 데다 숨진 송씨 가족 중에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이 없는 점 등을 판결에 감안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지난 1983년 조선소에 입사해 배관용접 업무가 주로 이뤄지는 의장부와 선체부 등에서 20여년간 근무해 오다 2003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으며 2005년 12월 치료 중에 사망하였다.

[희귀질환인 루게릭병도 일터로부터 얻었다. 내게 생긴 질병이 내가 하는 일과 관련 있는지를 항상 의심해보자.

정리: 한노보연 선전위원장 송 홍 석

4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