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월/현장의 목소리] ‘파트 사모님 ‘의 비애를 아십니까?

일터기사

‘파트 사모님 ‘의 비애를 아십니까?

이랜드그룹 노동자들의 투쟁에 붙여…

뉴코아 노동자, 한노보연 회원 김석원

2007년 7월 1일, 작년에 만들어진 비정규직 보호법이 발효되었다. 이제 사용자는 2년 이상 직접 채용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여야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라 차별시정을 즉시 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국회의원, 정치가들은 기업가, 정확히 자본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윤의 노예가 대부분인 우리 자본가들은 작년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부터 어떻게 비켜 갈 수 있는지를 이미 준비해 오고 있었고, 대표적인 악질자본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랜드는 결과적으로 총자본진영의 ‘총대’를 맸다.

현재 재벌서열 30위권 안까지 진입한 이랜드는 최근 몇 년 간의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으로 유통업체뉴코아, 한국까르푸, 해태유통. 의류제조업체 데코, 네티션닷컴, 태창 등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급격히 확장하였다. 특히 작년 1조 4천억 이상을 배팅하면서 한국까르푸를 인수하였고, 롯데, 신세계, 현대의 이른바 유통업계 ‘빅3’에 육박하는 외형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허우대 안을 조금만 들춰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쌈짓돈이 부족한 회사가 대규모의 펀딩(funding)으로 인수전에 참여하였고, 8천억 이상의 투자금이 유입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룹의 주력 사업장이자 까르푸가 이름을 바꾼 홈에버는 아직도 회사가 기대하는 매출을 실현해 내지 못하고 있고, 정당한 경영권의 발동이라는 미명 하에 영업장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차적인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는 몇 년 전 인수한 뉴코아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근무하는 계산대에서 정규직은 전환배치하여 비교 대상을 없애버리고, 비정규직은 아웃소싱이란 방법으로 내몰고 있다.

이 광풍의 소용돌이 속에 칼을 맞은 사람은 하루종일 서서 일하면서 80~90만원의 월급을 받고, 정규직 관리자 또는 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통제를 받는 여성 비정규직 계산노동자, 이른바 ‘파트 사모님’들이다. 애당초 이들의 바램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정규직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까 현재의 신분(직영비정규직)으로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소박한 희망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뉴코아에서는 회사가 관리하기 어려운 계산원 직무를 아웃소싱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누가 보아도 말이 안 되는 이유를 들이대며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 6월말로 계약종료를 실시하기 위해 3개월, 1개월, 심지어 계약기간이 적혀 있지 않은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아웃소싱업체 직원들이 계산업무를 하는 것에 항의하며 계산대를 지켜내려는 여성 노동자들을 일당 20만원 이상 받는 용역깡패를 사서 무자비하게 짓밟아 버렸다. 이 과정이 주류 미디어에 보도되며 여론이 악화되자, 회사는 용역깡패들은 철수시켰지만 계산직 아웃소싱 방침은 아직도 철회되지 않고 있다. 총무담당 이사라는 자는 공중파 TV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법을 지키기 위해 외주용역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말을 버젓이 하고 다닌다.

한편으로 뉴코아노동조합의 변화 역시 짚어볼 대목이다. 1998년 민주노조 설립 후 몇 차례의 파업을 치루어내긴 했지만 정규직으로 구성된 조합은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볼 기회가 없었다. 여성 조합원이 다수를 점하고 있고, 이들이 비정규직 직원들과 매장에 섞여 근무하면서, 정규직 직원이 비정규직 직원을 ‘관리’한다는 시스템 속에 상대적으로 정규직 직원들의 우월의식이 있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조에 가입하였고, 조합이 이들을 받아안고 투쟁을 조직하면서 조합원들의 의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결국 구조조정의 칼날이 정규직에게로 향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함께, 이랜드자본의 실체가 하나둘 본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합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홈에버는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결과는 유사하다. 회사는 현재 3000여명에 달하는 자사 비정규직 중 선발과정을 거쳐 1000명 정도를 정규직화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였지만, 분리직군제 적용과 차별조항의 온존 등 기만적인 내용이 폭로되면서 노동자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기존 비정규직 직원들의 계약해지 역시 뒤따랐고, 여성노동자 해고 건에 대한 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이 났음에도 회사는 꼼짝하지 않고 있다.

6월 30일 현재 뉴코아노동조합은 전면파업 8일차, 이랜드일반노동조합은 전면파업 3일차를 맞고 있으며, 각 법인의 주력 사업장인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을 중심으로 매장타격투쟁 등 강력한 파업전술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아직 회사와의 타협점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뉴코아의 경우 임협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풀어야 임협에 임하겠다는 회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고, 이는 조합도 마찬가지다. 신세계 등 동업계의 정규직화 방침 발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등 변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투쟁을 통하여 정규/비정규 유통노동자들간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어나갈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감히 말하고 싶다. 뉴코아 노동자들의 예를 들었듯이 언제까지 정규직이 철밥통이 될 수는 없다. 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노동자가 말뿐인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지 않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비정규직 철폐투쟁일 것이다.

(조합 소개)
2000년 265일 파업을 결행하였던 이랜드노동조합과 2003년 여성노동자의 고공농성으로 유통자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던 까르푸노동조합은 이랜드의 한국까르푸 인수로 같은 그룹 계열사가 되었고, 작년 노동조합의 통합을 이루어 이랜드일반노동조합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그동안 조합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 이미 1300여명을 훌쩍 넘고 있다.
뉴코아노동조합은 몇 안 되는 유니온샵 노조로, 유통업계의 비정규직 광풍을 제일 먼저 맞은 사업장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맞서 싸우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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