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월/현장의 목소리] 자본의 심장부에서 비정규직을 철폐하라

일터기사

자본의 심장부에서 비정규직을 철폐하라

취재: 한노보연 선전위원장 송 홍 석

노동을 기계처럼 마음대로 부려먹기 위해 7월 1일 시작한 비정규직 악법.
그 이후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이 계약해지되어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외주화되거나, 정규직과는 다른 직군으로 분리되어 차별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뉴코아 비정규노동자들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한국사회를 뒤흔들어놓은 그들의 파업투쟁은 비정규직악법의 실체를 만천하에 속속들이 드러냈다.

자본주의의의 꽃이라 불리우는 주식과 선물이 거래되는 곳, 한국 자본시장의 심장부 증권선물거래소에서도 6박7일간의 파업투쟁으로 지난 20년간의 중간착취와 노예노동을 거부하고 나선 비정규노동자들이 있다. 증권업계에서 지난 십 수년간 도급인 척하며 노동자를 마음껏 착취해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자신도 모르게 이리저리 팔려 다녀도 쥐죽은 듯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바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번호 일터 [현장의 목소리]에서는 증권업계 최초로 불법파견 실태를 폭로하며 ‘직접고용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악법철폐’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전국증권산업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를 찾아가 보았다.

같은 사무실, 같은 일, 같은 옷 입고 지낸 우리가 남이가?
한 식구에서 한순간에 버려지는 비정규직

코스콤은 증권회사들의 전산시스템 구축 및 운용을 위해 1977년 재무부와 증권선물거래소에 의해 설립된 회사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라는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아 증권관련 정보를 그대로 받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특성상 국가 증권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공공성이 강한 기업이다.

이런 코스콤에서 무늬만 도급계약일 뿐, 실제로는 지난 20년간 직접 업무지휘를 해 온 위장도급, 불법파견 사실이 드러났다. 제조업 등 금속사업장에 주로 만연해 있는 ‘도급을 위장한 불법 파견’이 증권업계에서도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2007년 5월 이전까지 20년동안 50개 하청회사와 도급계약을 맺으며 500여명의 비정규노동자들을 다른 아무런 복지혜택도 없이 4대 보험만 가입시킨 채 저임금으로 착취해 왔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십 수년간 정규직과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으며, 정규직의 1/4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 그마저도 임금을 체불 당하며 살아온 것이다.
90여명의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처절하고 절박한 심정에서 ‘더는 이대로는 못 살겠다’ 하면서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5월 29일 노동조합을 설립, 사무금융연맹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에 ‘코스콤비정규지부’로 가입했다. 이와 동시에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존재확인’ 소송도 냈다.

‘열 받아서’ 노동조합 설립했다

코스콤비정규노동자들은 한마디로 ‘열 받아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한다.
입사할 때부터 ‘우리는 한가족이다’ 란 얘기를 들으며 ‘열심히 하면 정규직으로 뽑아준다’ 는 말에 주말에도 휴일에도 나와서 코스콤을 위해서 일해왔다. 자식들은 커 가는데 20년을 근무해도 150여 만원 남짓한 임금에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어 아침이면 신문배달, 우유배달이며, 야간에는 대리운전이나 주유소에서,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로 버텨가며 생활하였다. 매번 ‘다음에는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5년간 임금동결도 감내해왔다.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오후 9시 이후 퇴근하는 것이 보통이며 한밤중에도, 주말에도, 명절에도 네트워크 장애 대기와 점검을 위해 출근해야 했다. 그것도 아르바이트 수준의 시급 4200원을 받으며(아예 수당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산재를 당해 입원해도 ‘계속 쉬어야 하면 나가라’는 말을 듣고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콤 사측은 2007년 5월 1일 그간의 불법파견을 은폐하고자 50여개 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하였고, 5개 업체와 새로이 계약을 맺었다. 또한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파견법의 ‘차별시정’을 피하고 합법도급으로 위장하기 위해 동일한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칸막이도 설치했다.

손바닥으로 온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코스콤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무의 성격상 근본적으로 도급은 불가능하고 말한다.

똑같은 팀장의 면접과 인사관리를 받으며, 같은 사무실에서 ‘코스콤’이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작업복과 명찰을 달고 업무지시와 업무결제를 받으며 일해 온 20년의 세월이 뜬금없는 칸막이 하나로, 도급업체의 임시방편적인 인사관리 시도로 유야무야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위장도급계약을 맺고 파견의 형태처럼 채용, 업무관리감독지시, 근태관리, 휴가관리, 소모품비용처리 등에 직접 간여하고 지시해 온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이상, 코스콤 사측은 불법파견된 노동자를 즉각 직접 고용하는게 마땅할 것이다.

최소한의 대화의 틀을 쟁취해내다

20년을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밤낮, 휴일과 명절을 가리지 않고 일해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 짤릴지 모르는 해고의 위협과 비정규직 차별화를 영구화하려는 사측의 도발에 노동조합은 너무도 당연한 ‘정규직화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였고, 노조의 출범과 동시에 삽시간에 1백여명이 조직되었던 코스콤비정규노동자들의 분노의 열기는 매주 전원이 참석하는 촛불집회, 조합원 총회, 1인시위, 6박7일간 총파업(업무거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7월 4일, 마침내 회피와 협박으로 일관한 사측에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 ‘기본합의서’를 이끌어내었다.
쟁취한 ‘기본합의’는 ▲조합, 지부, 코스콤은 코스콤 비정규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책회의를 구성 ▲지부측 3인에 대하여 대책회의 활동을 인정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것이었다.

‘동지애’와 ‘연대’의 힘은
1차 투쟁을 거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이런 투쟁이 없었다면 같은 코스콤비정규노동자들끼리도 서로 소통할 일도, 같이 분노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기본합의서’ 체결에 대해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이전에는 콧방귀도 안 뀌던 사측과 갖가지 요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화의 틀을 마련하게 되었다는데 의미를 둔다. 그리고 1차 투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이전에는 당하고만 살았던 우리 비정규직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고 한다.

투쟁하면서 ‘동지애’도 느끼고 ‘연대의 힘’도 느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지난 십수년간 반복되었는지 서로의 상황을 함께 확인하면서 같이 분노하게 되었고, 이러한 우리의 투쟁은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투쟁들이라고 말한다.

“사측의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한 노무관리로 인해 우리는 파업투쟁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것은 우리가 노동자임을, 그것도 비정규직노동자임을 자각하게 하는 훌륭한 배움터가 되었다. 노동자가 왜 파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지, 비정규직이 왜 양산될 수 밖에 없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코스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의 문제다” 라고 말한다.

진짜 투쟁은 이제부터다 !!!

사측은 기본합의서에 의한 교섭이 시작되기도 전에 노동조합 탄압부터 일삼았다. 조합원이 속해있던 하청업체들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업무를 주지 않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으며, 1차 실무교섭부터 사측 실무책임자가 불참하는 등 지부를 교섭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등 불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최소한의 기본합의서마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스콤의 경영전략이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아웃소싱에 있고, 장기적으로도 75%의 노동자를 아웃소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이는 현재 정규직의 업무도 아웃소싱되리라는 것을 의미) 정규직화라는 노조의 요구에 사용사업주인 코스콤측이 그리 쉽게 응대할 리는 없을 것이다.
지부는 “기본합의서로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없기 때문에 가장 본질적인 정규직화 쟁취 투쟁은 이번 2차 투쟁이 될 것이다. 2차 투쟁에서는 정말 모든 것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 라고 밝히며 투쟁의 의지를 불태운다.
2차 투쟁을 승리하기 위해 지부는 조합원을 더 확대하고, 선전전의 지역도 더 넓혀 나갈 것이며, 증권노조지부만의 연대에서 벗어나 사무금융연맹과 민주노총, 민중으로의 싸움 확대를 통하여 코스콤이 공공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음을 폭로하는 타격투쟁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한다.

사측이 기본합의서의 내용을 훼손하는 이런 기만적인 행태를 지속한다면 지부의 투쟁은 재차 총파업을 불사하는 등 더욱 가열차고 거세어 질 것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사측의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할 것이며, 증권업계 최초의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 서서, 코스콤지부의 이해를 뛰어넘어, 전체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앞장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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