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월/현장의 목소리] 우리의 노동을 투기자본에 팔아 넘길 수는 없다

일터기사

우리의 노동을 투기자본에
팔아 넘길 수는 없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케이엘테크지회장 김 국 배

주식회사 케이엘테크는 LCD 패널의 컬러필터를 재생하여 엘지와 삼성, 동우 STI에 전량 납품하는 지역의 대표 벤처기업이다. 2002년 5월 (주)케이엘테크 창립 이후 회사는 줄곧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05년에는 코스닥에 동록되었다. 하지만 회사의 고도성장과 달리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공장 입구부터 코를 막게 하는 악취와 화학물질로 뒤범벅된 아찔한 현장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단결의 필요성을 자각시켰다.

2006년 8월, 조합원 144명이 금속노조로 조직을 결의하고, 노동조합 인정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을 1달 넘게 지속했다. 그러나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청산과 직장폐업 운운하며 협박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적금과 보험을 해지하면서까지 어렵게 투쟁을 지속했다. 결국 2006년 11월 24일, 임금과 단체협약 투쟁에 종지부를 찍고 조합원들은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7년 6월 말 전(前) 윤석문 전무이사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즉 (前)김상호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으며 부득이하게 소유한 지분 전량(15.29%)을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회사명까지 거론하면서 이미 계약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정식교섭을 통해서 논의할 것을 요구하며 교섭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온전한 교섭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회사로부터 노조승계, 고용승계를 선결조건으로 하고 있다던 계약서 일부분만을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7월 초순경 새롭게 지분을 인수한 동방홀딩스라는 회사에서 상견례 요청이 있었고, 노동조합과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영권 인수과정과 인수자들이 정상적인 기업인이 아닌 소위 투기자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투기자본의 배후세력에 이용호라는 인물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용호는 김대중 정권시절 각종 권력형 비리와 주가조작,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용호게이트에 장본인이다. 노동조합과 첫 대면을 가진 대표이사 내정자(김현호)는 이용호게이트 사건 당시 이용호의 담당 변호사였다. 그리고 이용호가 회장으로 있는 동방홀딩스라는 회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할 것임을 선포했다.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되자 회사는 양수도 계약을 해지하고 강일용이라는 밀라트산업개발 대표와 인수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그러나 강일용이라는 대표이사 역시 동방홀딩스라는 회사가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외이사로 내정되어 있던 자다. 뿐만 아니라 강일용 대표이사 내정자를 대신해 노동조합을 방문한 사람은 다름 아닌 동방홀딩스의 대표이사이자 현재 이용호의 자문변호사다. 더욱이 강일용이 대표이사로 있는 밀라트라는 회사는 만성적자로 허덕이는 부실기업이다. 때문에 그가 사재를 털어 지분을 인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오히려 회사를 인수한 진짜 배후세력에 여전히 이용호가 건재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8월 21일, 노동조합은 대표이사 선임 및 정관변경을 확정하는 주주총회를 기습 방문하고 투기자본으로의 경영권 인수 반대를 주장하며 주주총회를 무산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주총장소를 임의로 변경하는 편법을 자행하고 일사천리로 경영권 인수를 확정했다. 때문에 노동조합
은 소액주주들과 함께 주주총회 무효 및 대표이사 업무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것과 별개로 간부들의 철야농성과 출퇴근 선전전 등을 통해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조합원들에게 선동하고 있다.

투기자본은 기업의 지분을 매입,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후에는 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자산매각 등을 통해 사실상 기업을 도산의 위기로 내모는 경제주범이다. 때문에 투기자본의 횡포는 필연적으로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불러온다. 이후 우리에게 남아있는 투쟁은 분명 녹록치 않은 투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선택이나 타협의 여지가 없다. 우리 케이엘테크지회 조합원들은 투기자본과 한 치의 타협없이 투쟁할 것이며, 평생고용과 안정된 일터를 건설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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