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월/현장의 목소리] 죽어도 못나간다, 용역전환 철회하라!

일터기사

죽어도 못나간다, 용역전환 철회하라!

취재: 한노보연 선전위원장 송 홍 석

구로선경오피스텔 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

서울시 구로구에는 지어진지 14년된 25층짜리 오피스텔이 있다. 구로선경오피스텔이다.
20개층 총220개의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그곳엔 청소, 경비, 주차, 기계, 전기, 사무 등 빌딩내의 모든 시설관리를 위해 오로지 17명의 노동자들만이 일하고 있다. 기본적인 청소작업에 분리수거가 안돼 있어 220여개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수거해야 하는 일들, 두 개의 출입문에서 24시간 맞교대로 경비를 서야 하며, 입주민들의 주차를 일일이 거들어야 하는 일들, 20개층에 냉난방을 가동․유지 ․보수해야 하고, 24시간 주야로 전기시설을 관리해야 하는 일들, 각종 사무잡일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 이 모든 일들을 단 17명의 노동자들이 다 하고 있다.

그들은 일이 힘들어도 참았다. 인원이 적어도 참았다. 그렇게 한달 쌔바지게 일한 댓가가 최저임금을 갓 넘긴 88만원이어도 참았다. 왜? 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동의 유연화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치관리단 회장이 얼마전까지 정규직이었던 그들에게 일방적인 용역전환을 통보하였고, 이에 응하지 않은 조합원들을 7월 4일자로 해고한 것이다.

죽어도 못나간다, 용역전환 철회하라

구로선경오피스텔노동조합은 자치관리단이 해마다 추진하는 용역전환시도에 맞대응하기 위하여 2002년 1월 만들어졌다. 이후 조합원들은 매년 시도되는 용역전환을 막아내 왔지만, 관리단측은 매해 진행되는 임단협 교섭에서 “인원이 많다, 노조 때문에 골치 아프다”라며 자연퇴사 후 신규충원을 안하거나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통해 인원을 차츰차츰 줄여나가고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켰다. 초창기 30여명에 가까웠던 조합원이 현재 9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관리단측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역전환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쳤다. 작년 임단협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소유주 총회를 통해 “민노총 때문에 관리운영상 어려움이 많다. 경영상 불이익이 크다”라며 직영으로 운영되던 시설관리를 용역전환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노조는 수 십차례에 걸쳐 관리단 회장과의 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회피로일관한 관리단측은 올해 4월 임단협이 결렬되자마자 “7월 4일 용역으로 전환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해고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보내왔다.”
이에 노동조합은 용역전환의 폐해(용역전환은 최저가낙찰방식에 의한 시설관리노동자들의 인원 감소와 임금하락, 그리고 가장 큰 문제인 계약제에 따른 고용불안, 관리서비스의 부실을 가져올 것이며, 관리비용 역시 용역업체비용으로 오히려 상승하게 될 것)를 알리고 용역전환 철회를 요구하고자 5월 18일부터 47일간 옥외 천막농성을 진행하였고, 6월 29일부터 총파업, 7월 3일부터 전기․기계실이 있는 지하5층에서 현장 사수 점거농성에 돌입,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용역전환을 거부했던 9명의 조합원은 7월 4일부로 해고되었고, 7월 5일 관리단 회장의 아들이 사장으로 있는 용역업체와 건물관리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구로선경오피스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 그리고 건강

지금까지 구로선경오피스텔노동자들은 적게는 5년동안, 많게는 13년동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힘든 노동을 감내해왔다.
원래 10명이었던 기계,전기관리 노동자들은 현재 5명으로 줄어들었다. 건물이 노후화될수록 관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한데도 관리단에서는 오로지 경비 줄일 생각만 하고 있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오피스텔 청소를 맡고 있는 미화반 정원은 지난 4년간 8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미화반은 각층의 복도청소, 계단청소, 화장실청소, 전층의 쓰레기처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
그런데도 관리단에서는 5명도 많다고 4명으로 줄이려고 한단다. 그들의 노동시간은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려 11시간. 새벽 5시까지 직장에 오기 위해서 아침 4시에 일어난다. 다른 건물과 달리 이곳은 분리수거가 되지 않아 쓰레기수거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비 올때 비 맞으며 무거운 쓰레기를 수레에 담아 이끌고 올라가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위험스럽다.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게 쌔빠지게 일하고서 받는 돈은 월 88만원.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돈다. 그것도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노동부에 고발하고 나서의 일이다.

열악한 작업․노동환경에 제대로 된 건강검진 한번 없었다. 귀가 잘 안 들려도, 골병이 들어도 그 간단한 청력검사 한번 한적 없고 x-ray찍은 적이 없다. 정작 아픈데는 건강검진하지 않는다.
“옆에 기계실이 있어서 시끄럽죠. 또 작업장이 지하5층인데 지하 2,3,4층이 주차장이라 매연 등 지하 공기도 걱정되고.”, “ 걸레 갖고 맨날 쓸고 닦으니까 뭐 팔뚝 아프지, 뭐 이게 매일 반복되는 일이니까. 그렇게 몇 년을 쌔빠지게 일했는데, 자기네들 욕심 채운다고 그러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용역전환이 철회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

현장사수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난 7월 3일 이후 3차례의 무자비한 폭력적인 농성장 침탈이 있었다. 70여명의 용역깡패가 난입, 지하 5층 양쪽 출입문을 통해 현장침탈을 시도하였고 산소용접기와 빠루로 출입문을 부수고 소화기를 뿌리며 잠들어 있던 조합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가하여 코뼈가 내려앉고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굴복하지 않고 여전히 지하5층 작업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으로 희망이 거세된 세상!
소수의 인원으로 투쟁하고 있지만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구로선경오피스텔분회는 용역전환이 철회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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