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월/현장의목소리] 특급호텔 온양그랜드호텔의 특급노조탄압

일터기사

특급호텔 온양그랜드호텔의 특급노조탄압

취재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정 흥 준

호텔에서 노조활동은 죄인가요?

온양에 위치한 그랜드호텔노조는 2005년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당시만 해도 조합원 수가 150여명 이었다. 그러나 호텔의 실질적 주인인 송재건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공격적인 외주용역화, 계약직 전환을 감행, 2006년부터 1년 6개월 사이에 98명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그 자리엔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 현재 정규직이라고는 관리사원들과 끝까지 투쟁하며 버텨온 12명의 조합원들 뿐이다.
호텔의 야만적인 탄압은 비단 노조와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출근하면 노조탈퇴원서를 들이밀고 서명을 하지 않으면 출입을 안 시키는가 하면, 부인암 수술 후 몸이 좋지 않아 휴직계를 제출한 조합원에게 휴직을 인정하지 않고 결국은 그만두게 만들기도 하였다. 심지어 조합원이 화장실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무단이석이라고 징계하고, 징계받은 조합원에게는 독방에다 두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등 비인간적인 탄압을 해 왔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이게 정말 다 인가요?

온양그랜드호텔 노동조합은 2005년 결성시 한국노총산하에 있다가 2006년 민주노총으로 조직을 전환, 현재는 충남지역일반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노조의 요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하다. 5년 동안 동결된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 어마어마한 호텔부지에 직원휴게실로 쓸 수 있는 작은 노조사무실 한 칸 만들어 달라는 것, 그리고 조합원이 있으면 당연히 협조해야 할 조합비 일괄공제, 지부장의 주1회 활동보장 등이다. 이를 위해 노조는 지난 8월 9일 12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파업을 해야 했다. 그러나 호텔은 성실한 교섭은 커녕 8월31일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 조합원들의 사업장 출입조차 가로 막고 있다. 현재 온양그랜드호텔노조 조합원들은 충남지역일반노조에서 지급되는 생계비 5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파업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성북동에 위치한 송재건의 집 앞에서 서울상경투쟁도 하고 있다.
온양그랜드호텔을 소유한 송재건은 청주에 특급호텔인 청주라마다호텔을 소유하고 있으며 서울에는 대형빌딩이 두 채나 있다. 총 평가자산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돈을 지키기 위해 큰 아들은 빌딩을 관리하고 둘째 아들과 셋째아들이 각각 호텔을 하나씩 맡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이들 호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속년수 18년이 된 여성조합원이 월 103만원을 받고 있으며, 호텔조리사인 경력 10년차 조합원 역시 월 129만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

이마저도 언제 인상되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 심지어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출근기록만 남기고 퇴근기록은 남기지 않는다고 하니 송재건 부자일당이 어떻게 1조원이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온양의 이랜드라는 그랜드호텔!

현재 그랜드호텔엔 거의 정규직이 없다. 송재건이 워낙 노조를 혐오하다보니 노조결성과 동시에 노조말살작업을 통해 지금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또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등에서 호텔 측은 번번이 패소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자산을 무기로 사법기관의 판결도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과 온양의 양심적인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 집회, 천막농성 등 다양한 투쟁방법으로 호텔 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송재건은 대화조차 거부하며 결국 노동자의 최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는 파업을 하면서 노조를 인정해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온몸으로 하고 있다.
노동3권은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행위임에도, 송재건은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노동자를 마치 자신의 종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에게 대드는 노동자에게는 돈이 아무리 들더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런 자들이 활보하고 떳떳이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온양그랜드호텔의 12명의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기에, 언젠가는 송재건 같은 부류의 경영자들이 정신이 바짝 들 날이 있을 것을 믿는다.

취재 후기

마침 온양그랜드호텔 노조 조합원들이 성북동 송재건의 집으로 상경투쟁을 한다고 하여 그리로 달려갔다. 번지수만 알고 찾아간 성북동. 성북동 아래는 재개발이 한창이었지만 윗동네는 달랐다. 서울에서 나서 자랐지만 말로만 들었던 성북동 부자동네는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집들의 담이 어찌나 높은 지 집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 중 대로변에 있는 송재건의 집도 으리으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곳에 살면서 노조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몇 마디를 나눴다. “투쟁은 언제까지 예정되어 있나요?” 대답은 간단했다. “최소한 연말까진 해야죠.” 그러면서 “송재건 집 찾기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주소지는 원주로 되어 있고.” “조합원 12분 중 남자분이 4명인데 그중 3명은 해고상태이고요.” “이 동네에서 집안 일 봐주는 사람들도 한 달에 150만원 받는다던데, 우린 호텔에서 10년 이상 일하는데, 겨우 100만원 조금 넘거든요” 그때 지나가던 차들이 잠시 서서 피켓과 현수막 내용을 읽고 갔다. 그러자 또 이어진 말 “그래도 지나가는 차들이 많고 관심 있게 많이 봐요.” “정보과 형사가 그러는데 이 동네 이렇게 넓어도 250가구밖에 안된대요. 그런데 회장님들 집에서 집회신고 하느라 항상 동네 구석구석 집회신고가 나 있다네요.” 하면서 웃었다.
돌아오는 길에 자기네 집에 자기들이 집회신고를 하는 참 한심한 동네라고 생각했다. 내심으론 ‘쪽 팔려서 이런데서 어떻게 살지’ 하면서.
아무쪼록 연말이 오기 전에 온양그랜드호텔노조가 반드시 승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온양에 가더라도 그랜드호텔은 가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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