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월/작업환경과 노동자] 주물공장

일터기사

작업환경과 노동자 -‘주물 공장’

한노보연 김 재 광

‘노동자노동자’가 이번에는 주물 공장과 금속가공 공장을 찾아갔습니다. 주물(鑄物 casting)은 금속·합금을 녹여 목적하는 형상을 갖춘 형의 공동에 흘려 넣어 응고시킨 제품을 의미합니다. 주물은 그 자체로 완성품이 되기도 하고, 각종 기계․기구의 부속품이 되기도 합니다. 자 그럼, 주물 공장과 금속가공 공장의 작업환경과 작업자의 건강에 대하여 알아볼까요?

1. 주물 공장의 위험요인

1) 분진

주물공장은 대부분 작업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분진도 많고 금속 흄도 많이 나오는데 환기도 잘 안되니까 취재진이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눈도 따갑고 목도 따가웠습니다. 작업환경이 나쁘다보니 주물공장은 직업병도 많고 사고성 재해도 많은 편입니다.

연구조사에 의하면 주물공장 폐암사망률이 다른 노동자보다 5배이상 높다는 연구도 있고, 손가락 절단, 화상 중량물 취급과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으로 인한 재해가 일반적인 사업장의 3배정도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주물공장에서는 주물사를 쓰는데 이 모래에 석영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석영의 주성분이 실리카라는 것인데, 이것이 폐에 쌓이면 규폐증을 일으키고 주물공장에서 가장 심각한 직업병이고 더 나아가면 폐암이 됩니다.

실리카로 인한 폐암은 30-40년이 되거든요. 대개 우리나라에 저런 주물공장이 들어온 것이 70년대니까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그러니까 한 2010년부터는 직업성 폐암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2) 금속 흄

산화철 분진이나 합금재료로 쓰이는 중금속 분진, 금속흄 아연이나 구리, 망간 같은 것들이 역시 진폐증이나 중금속 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중금속 중독은 납중독이 있습니다. 동합금 주물 중에서 납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납중독의 경우도 대부분 다른 중금속 중독처럼 초기 증상이 특별한 게 없습니다. 피로하고 창백 현상, 수면장해, 소화기관 장해(얼굴이 창백해지고 잠을 잘 못자고 소화가 잘 안되고) 심한 복통이 올 수도 있고 심해지면 중추신경장해, 빈혈, 말초신경염, 신장장해로 발전합니다.

3) 금속열

또한 주물 공장 뿐만 아니라 금속을 취급하는 금속가공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병이 있는데요, 금속열이라는 겁니다. 증상이 감기 몸살 같은 건데, 입에서 금속 맛이 나고 열나고, 오한, 통증, 피로를 느끼는 겁니다. 한 하루 이틀 정도 지나면 없어지는데, 감기처럼 내성이 생기지 않아서 주말에 쉬면 좋아졌다가 월요일에 일을 시작하면 증상이 재발해서 월요병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무리해서 감기 몸살에 걸렸거니 하고 그냥 모르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4) 금속가공유

금속가공 공장에서의 유해작업환경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각종 금속가공유가 가장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속가공유는 사실 제조업 노동자들이 가장 광범하게 사용하는 유해화학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속가공유는 크게 비수용성, 수용성, 반합성, 합성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비수용성은 기름, 수용성 반합성 합성은 물로 희석해서 쓰고 방부제, 방청제 등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갑니다. 금속가공유는 피부에 닿아서 접촉성 피부염, 심하면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금속가공은 접촉성 피부염을 가장 잘 일으키는 직종입니다. 일반인은 2~ 5%, 노동자는 10~30%로 일반인보다 대여섯 배나 높습니다. 금속가공유가 공기 중에 미세하게 흩어져 오일미스트 상태로 떠다니게 되는데 이것을 들이마셔서 장해나 암, 간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석유 같은 기름의 발암성은 20세기 초 영국 면방직 공장에서 피부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 후 광물유가 피부암과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원유를 고도로 정제하지 않았을 때 다핵방향족 탄화수소들이 생기는데 이것이 발암물질입니다. 아무래도 금속가공유에는 기본으로 석유 같은 기름이 들어가게 되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금속가공유 첨가제로 들어가는 성분 중에 니트로스 아민, 염화파라핀, 포름알데히드 같은 것이 대표적인 발암물질입니다.

2. 방호조치

1) 분진

건설현장이나 주물공장에 계신 노동자들을 보면 목에 먼지를 벗긴다고 해서 삼겹살을 드시는 걸 저도 많이 봤는데요, 효과가 있을 까요?
삼겹살의 지방이 중금속을 협착한다는 말이 있는데, 공장안에서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주물공장은 워낙에 공중에 떠다니는 금속이나 분진이 많기 때문에 공장안에서 뭘 먹으면 그걸 다 먹는 셈입니다. 오히려 더 나쁘다는 거죠.

분진은 1차 발진원이 있고 2차 발진원이 있는데 1차 발진원은 애초에 분진이 발생하는 곳, 2차 발진원은 분진이 날아가 쌓여 있다가 다시 날려서 퍼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모든 곳이 다 2차 발진원이기 때문에 2차 발진원은 대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2차 발진원을 안 만드는 것, 즉 1차 발진원에서 확실히 방진하는 것이 방호의 원칙입니다. 즉 작업공정을 격리, 밀폐, 자동화, 습식화,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여 가능한 분진이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러한 예방조치는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사업주측에서 많이 강조하는 것이 청소입니다.
2차 발진원, 그러니까 작업장 바닥을 비롯해서 곳곳에 쌓여있는 먼지를 자주자주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면 그만큼 날리는 분진이 적어지니까 청소는 분진에 대한 대책으로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청소도 기계를 세우고 해야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니까 1주일에한번만 기계를 세우고 청소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청소방법도 중요한데요.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으로 압축공기로 금속 분진 청소를 하거나, 옷이나 머리의 금속 먼지도 그렇게 터는데 정말 안 좋은 청소법입니다. 미국의 주물공장에서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습식청소, 즉 먼지가 날리지 않게 청소해야 한다는 겁니다.

2) 금속가공유

실상 금속가공유가 얼마나 유해한지 현장 노동자들이 잘 인식을 못하고 있습니다. 종종 마스크를 안 하고 일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는 자기가 다루는 물질이 유해하다는 인식을 잘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인데, 회사에서 품질이나 물량만 강조하지 작업의 위험에 대해서는 가르친 적이 드물고, 암 같은 것의 잠복기가 워낙 길어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전보건교육을 한번 하더라도 제대로 노동자 입장에서의 교육이 중요하겠죠.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일미스트가 많은 곳에서 면 마스크를 끼는 것은 보호구를 해서 오히려 더 나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름의 알갱이를 걸려 주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합니다. 꼭 맞고 적절한 보호구를 지급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무입니다.
실제로 아주 다양한 보호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요구를 해야겠죠.

방송을 마치며

주물공장에서는 소음, 분진, 유해물질 등의 유해환경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방지하는 개인방호도 중요하고, 배기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유해환경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노동시간을 줄인다 하면 주5일 근무하면서 여가생활이나 삶의 질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보다 더 중요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의 문제라는 발상을 해봤으면 합니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이 그림의 떡인 사업장이 더 많고, 우리가 방문한 사업장과 같이 주야맞교대에 잔업 특근 안하면 생활이 안 되는데다가, 뭐 구조조정이다 해서 고용이 워낙 불안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는다는 것이 언제는 쉬운 적 있었나요?

‘노동자 노동자’ 다음 호에도 동지들의 사업장을 찾아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는 유해요인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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