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월/작업환경과 노동자] 병원 사업장의 노동환경

일터기사

병원 사업장의 노동환경

한노보연 김재광

이번에 살펴볼 작업장은 아마 안 가보신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많든 적든 꼭 가게 되는 곳이거든요. 우리 모두 종종 갑니다. 하지만 이곳이 직장인 분들 빼고는 여기 갈! 일! 없는! 게 제일 좋죠. 바로 병원입니다. 우리가 아프면 가는 곳,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병원이면 당연히 작업환경도 깨끗하고 안전하지 않겠냐? 또 병원에서 일하면 자기 건강은 알아서 자기가 잘 챙기지 않겠냐? 굳이 그런 데까지 살펴 볼 필요가 뭐가 있겠냐? 고 하실 지도 모르겠는데요,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이번호 일터에서는 ‘환자가 아니라 노동자의 눈’으로 병원이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 살펴봅시다.

병원 노동환경의 특징

병원은 위험한 병균과 위험한 약품이 널려있는 위험한 작업장입니다. 또 병원하면 의사, 간호사만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의료기사, 전산원, 환자이송 도우미, 사무직을 비롯해서 60여개가 넘는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모여 일하는 작업장입니다. 그러다보니 건강문제도 다양합니다. 직종 간 갈등으로 생기는 문제도 많습니다. 또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은 사업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노동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병원은 24시간 돌아가는 작업장이죠. 당연히 야간노동, 장시간 노동에 노동 강도도 높습니다.

지난 2002년 한 대학병원 노동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의 80%가 일하는 부서에서 건강상의 문제를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특이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병원을 3대 직업병 다발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노동안전보건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 노동부가 전국 492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96.1%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죠. 예컨대 특수건강건강검진 59% 미실시, 안전보건교육 50% 미실시, 작업환경 측정 35% 미실시 했습니다.

◈유해요인

◇ 감염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일이 많고 또 환자의 가래나 대소변 혈액 등에 노출되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 즉 전염병에 걸릴 위험이 큽니다. 주사를 놓거나 혈액을 채취할 때 바늘에 찔려서 다치거나 감염이 되기도 합니다. 또 메스에 베일 수도 있습니다. 소아과 병동의 간호사나 의사가 풍진이나 홍역에 걸리거나 응급실이나 결핵 병동 간호사가 결핵에 걸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병원 내 감염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는데요,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대형병원 의료종사자 질환의 15%가 감염성질환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9월 고대 구로병원 노동조합이 병원노동자들이 느끼는 건강 문제를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 그걸 보면 병원 노동자들의 41.4%가 주사 바늘이나 메스 등에 의한 부상을 심각한 문제로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 약품 중독 등

약품을 비롯해서 병원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물질들 때문에 생기는 건강문제도 있습니다. 환자에겐 약이 병원노동자들에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수술실의 경우에 수술 장갑 때문에 라텍스 알러지가 생기기도 하구요. 또 수술기구를 소독하는데 쓰이는 에틸렌 옥사이드라는 물질이 있는데 백혈병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그리고 마취가스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병리과나 수술실에서 조직을 보관하는데 쓰이는 포름알데히드란 물질이 있는데, 흔히 포르말린이라 불리는 겁니다. 병원에 갔다 오면 옷에 배는 냄새, 병원냄새라고 하죠. 포름알데히드는 발암물질입니다. 그 외에도 임상병리실에서는 발암물질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화학물질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방사선과나 핵 의학과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유독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필름 현상액이 문제가 됩니다. 그 외에도 치과의 경우에는 치과 아말감 작업 시 수은이, 보철 연마 작업시 분진이, 약제과의 경우에는 약가루 분진이나 항암제가 문제가 됩니다.

◇ 물리적 요인

대형병원 노동자들에게 가장 흔한 질환이 근골격계 질환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병원노동자 질환의 37%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4%를 차지하는 사고성 재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병원노동자 (61.4%)의 근골격계 질환 유병율이 금속노동자(54%)보다 높다고 합니다.

근골격계 질환은 나쁜 작업 자세 같은 인간공학적 요인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가 더해져서 나타나는 건데요, 병원의 노동환경은 이 두 가지 문제 다 심각한 거죠.

환자를 들어 올리거나 환자의 자세를 바꾸는 작업, 수액박스나 약품, 세탁물 등 무거운 물건을 옮겨 나르는 작업이 많습니다. 또 급식 노동자의 경우는 일반적인 식당노동에 더해서 환자 식사를 일일이 나르는 작업까지 하게 되구요. 오래 서서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행정직의 경우는 같은 자세로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게 됩니다.

◇ 직무 스트레스

병원의 수직적 위계질서 문화속에서 오는 관계 갈등, 환자를 상대하는 감정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 과도한 업무량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 환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는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직접 받는 스트레스나 환자의 건강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받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환자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 기분도 같이 안 좋아지죠. 폭언이나 폭행도 문제입니다. 2003년 보건의료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40%가 폭행이나 폭언을 경험했고, 2006년 전남대병원 조사에서는 신체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등 폭력 경험자가 69%나 됐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직간접적인 건강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고대구로병원 노동조합의 조사결과 위장장애와 두통(40.2%), 만성피로증후군(35.3%), 수면장애(19.7%), 불안감(15.7%), 과민성 대장증후군(12%) 등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원인에는 심각한 인력부족도 이유입니다. 종합병원의 경우는 간호 인력 규모에 따라 6등급으로 구분하는데, 간호사 1명당 병상 비율이 2미만이면 1등급, 2명에서 2.5 미만이면 2등급 이런 식입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간호사 한명이 돌봐야하는 환자 수가 적어져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병원은 더 높은 수가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1, 2등급에 해당하는 병원은 우리나라에 단 4개 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종합병원은 수가 인상으로 인한 이윤보다 간호사를 늘리는데 드는 인건비가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3, 4등급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전남대병원은 간호사 1명당 병상 수 3.0-3.5로 4등급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수치는 공식적인 수치이고 실제 가동되는 병상 수는 공식 병상 수와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전남대 병원의 공식 병상 수는 800개입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4등급을 받는 데 필요한 간호사 수는 228명에서 267명인데, 실제로는 230여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남대병원에서 실제 가동되는 병상 수는 800개보다 232개 많은 1,032개나 됩니다. 실제로 4등급이 되기 위해서는 295명에서 344명의 간호사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적게는 65명에서 많게는 120명까지 간호 인력이 부족한 거죠. 거기다가 출산휴가, 육아휴직, 각종 휴가 연월차로 생기는 결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인력부족은 훨씬 더 심해져서 간호사 한 명이 5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는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 교대 근무

심각한 인력부족에도 병원이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말입니다. 병원은 24시간 돌아가야 하죠. 그래서 병원노동자들 대부분이 교대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밤 근무를 해야 하거나 장시간 수술 방에 서 있어야 하거나 여러 감염위험이 있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일선 병원의 여성노동자들의 말에 따르면 유산하는 여성노동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보건의료노조 단협에 따르면 90일 산전산후 휴가와 아이 첫 돌까지 육아휴직이 보장되고 유산을 한 경우에도 임신 몇 주차에 유산되었는지에 따라 지정된 기간만큼의 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휴가와 휴직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습니다. 일손이 딸리니까요.

마치며

오늘 병원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살펴봤는데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병원까지 돈벌이에 급급해 병원 노동자의 생명을 갉아 먹고 있다니 참으로 씁쓸합니다. 게다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산업 시장화 등으로 병원의 영리추구가 더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한데요, 병원이 돈벌이에 나서면 병원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것에서 끝이 아니죠. 병원 노동자들이 건강해야 환자들도 잘 돌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병원이 사기업처럼 돈벌이를 하게 되면 환자도 돈벌이 수단으로 볼 것 아닙니까? 이래 가지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다음호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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