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ㅣ12,1월ㅣ일터다시보기 ] 2008년 6월호의 ‘현장 안전보건활동조직 들여다보기’를 읽고

일터기사

‘현장 안전보건활동조직 들여다보기’를 읽고

한노보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손덕헌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지금까지도 온통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당하고 소용돌이에 휩싸여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장에서 노동자건강권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는 적극적인 노동자건강권 인식을 확대하는 기획과 일상 활동강화를 통해 노동자건강권 의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만들어냈으면서도 동시에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세심한 기획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현장 활동가들은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면서 현장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때로는 현장과 함께하고자 했던 단체나 전문가들이 현장 활동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 “니들이 현장을 뭘 알아! 잘 모르면서 저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현장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를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현장 활동가들은 노동안전보건활동에서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노동자들이 산재신청을 할 경우 승인 받도록 하는 것이 활동의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짚어보면 산재승인을 많이 받게 하는 것이 현장 활동 들여다보기를 잘하고 있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을 몰두하다보니 근본적인 현장 문제점을 해결하기보다는 적당히 자본의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현장을 들여다보기를 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일부 현장 활동가들이 제대로 된 ‘현장 들여다보기’를 하면서 현장에서 줄기차게 제기하고 활동을 이어왔던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이 생각난다. 우리는 그때 일하다 아프다는 이유 한 가지를 가지고 싸움을 시작하면서 일터에서 제대로 된 현장 들여다보기를 하였다. 그 결과 근골격계 질환을 사회문제로 의제화 시켜냈고,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노동운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2002년 말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사업주에게 근골격계질환 예방의무가 법제화되었고 2003년부터 처음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라는 것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시 3년 후 2007년 7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새롭게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치열하게 진행해 왔던 근골격계질환 투쟁과는 달리, 우리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또 다른 사회문제로 의제화 시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치열한 투쟁을 하면서 쟁취한 유해요인조사는 두 번의 조사를 진행하면서 그냥 형식적으로 3년마다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과, 자본이 바라는 노동자들의 제한적인 참여로만 생각하고 있다. 지난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으려 했으며, 어떻게 투쟁하였고 그 결과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현장 들여다보기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장 제대로 들여다보기’를 할 때만이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노동안전보건활동의 방향을 준비할 수 있으며, 더 안전한 우리의 일터를 쟁취하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일터에서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많은 주장과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일상적인 현장중심의 안전보건활동 강화를 위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경우는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일터에서 ‘현장 안전보건활동 들여다보기’ 기획기사를 접하면서 노동자의 일터를 직접 방문하여 현장 동지들의 살아 움직이는 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내용이 전달된 것 같다. 또한 안전보건활동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가장 일상적인 안전보건활동이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을 찾을 수 있으며, 더 다양한 내용과 다양한 사업장의 사례를 담아낸다면 현장의 다양한 경험들을 나눌 수 있고, 더 많은 안전보건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이렇게 시작하면 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현장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에게 새롭게 첫 걸음을 딛고 어떠한 실천적인 활동을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생각한다.

앞으로 현장 동지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현장 사례들을 일터에서 발굴해 나갔으면 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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