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ㅣ04월ㅣ이러쿵저러쿵] 나이 들면서 경험하는 충격들

일터기사

나이 들면서 경험하는 충격들

한노보연 송윤희

다들 경험해봤을 저의 충격들을 나열하자면,

1. 대학교를 들어갔을 때, 갑자기 선생님들께서 존칭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송윤희씨” 라는 호칭과 함께요.
2. 나이가 들자, 어느 날부턴가 “학생!” 이라는 호칭 대신에 문득 “아가씨” 라는 호칭을 들었습니다.
3. 학교에서 임상실습을 나가자, “송윤희 선생님” 이라는 호칭과 함께 병원 타 직원(간호부, 임상병리, 그 외 다른 의사들) 로부터 깍듯한 대접을 받을 때였습니다. 물론, 환자, 보호자들 역시 아직 미숙한 저에게 (당시 나이 스물다섯) 90도 인사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런 대접이 너무 황당한 저는 회진 돌고 나가는 방마다 꾸벅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고 나갔었습니다.
4. 이건, 좀 씁쓸한데…..!지난 해 여름 어느 날, 나름 원피스로 멋을 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동네 주민이 “아줌마!!”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근데 그 아줌마는 대답이 없었고 동네 주민은 계속 해서 “아줌마, 아줌마!!” 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말 귀를 못 알아 들을까’ 하고 뒤 돌아본 순간, 그 주민은 저를 짜증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헉! 나도 이제 아줌마구나.. 아직 애도 안낳았는데..’
5. 교회에서, 만으로 29세 때 교회에서 목사님이 집사직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극구 사양했고, 30세 때 (결혼 후) 또 다시 권장 받았을 때 저는 마지못해 승락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누가 저보고 “집사님~” 하며 부르면 어색함을 숨기기 힘듭니다.

저는 이름을 좋아합니다. 외국에서 살다온 게 좀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아직도, “윤희야, 윤희 언니” 이런 호칭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편하게 저를 부를 수 없나봅니다.
3월부로 전문의 신분으로 일을 하게 되자, 더더욱 저의 바램은 멀어져 갔습니다.직원분들은 깍듯하게 저를 대해주었습니다. 예의를 서로 차리는 것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게 너무 과도해서 저는 어색합니다. 그런데, 두려운 것은, 그런 대접에 제가 익숙해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대학 교수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며 직위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절대 저 자리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수라는 직위 이상이 없고, 따라서 주위 모든 (정말,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입의 혀같은 대접을 해주고, 훌륭한 학자였던 그는 점점 그 대접에 익숙해지며 자신의 그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질타나 충고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빼앗기게 됩니다. 어느 덧, 그는 그 대학 안, 그 과 안의 왕자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극단적인 표현을 써봄)중세, 전근대 시절과 달리 현대에서 계급은 더욱 교묘하게 우리 사회와 정신으로 들어와 자리 잡습니다. 저의 정신에도 서서히 침투해 들어갈 것 같아, 두렵습니다.조심해야겠습니다. 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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