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ㅣ04월ㅣ현장의목소리] 노동자의 오늘은 학생의 미래다! – 명지대지부 투쟁

일터기사

노동자의 오늘은 학생의 미래다!

취재 / 한노보연 선전위원 윤성호 ․ 이지연

#1.
“명지대-힘! 투쟁의-힘! 승리의-힘! 단결-투쟁!”
매주 목요일 명지대 정문 앞에서는 명지대에서 조교로 일했던 노동자들의 복직 및 단협 쟁취 촛불집회가 열린다. 주변 풍경을 둘러보면 명지대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의 경비실 주변에는 남자 직원들이 무리를 지어 서있고 오른쪽에는 한 무리의 집회 참가자들이 있다. 그리고 뒤 쪽으로는 술집의 창문으로 학생들이 내려다보고 있다. 한 켠에서는 명지대 학생에게 복직요구 서명을 받으며 따뜻한 차를 나누어주고 있었는데 명지대 지부 사무국장 동지가 길 건너 왼편의 사람들에게 ‘날도 추운데 차 한 잔 드시지요!’라 외쳤다. 경비 아저씨만 괜찮다고 손을 저을 뿐 그 뒤의 직원들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역시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못 뻗고 잔다.
3월 26일 집회에서는 목요일 촛불집회에 함께 하는 동지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명지대 지부 조합원들이 율동을 선보였다. 나이 어린 순서대로 구성될 수 밖에 없었다(?)는 몸짓패, ‘미완성’. ‘완성되지 못함’이 아니라 ‘아름답게 완성함’의 뜻이라는 몸짓패 미완성은 쌀쌀한 날씨를 훅 날려주는 발랄 상쾌함이었다.
촛불집회 사회를 보던 한 동지는 “한 조합원이 제게 ‘저 많이 독해지지 않았나요?’라고 말하십니다. 글쎄요… 투쟁을 승리하려면 더 독해져야 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며 참석자들을 웃게 한다. 명지대지부 조합원들은 예전과 다른 노동자로서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비를 입고 피켓을 들고 사람들 앞에서 율동을 하고 마이크를 잡고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2.
왼쪽편의 남자직원들과 오른편의 명지대 지부 조합원들은 얼마 전까지는 함께 일했던 사이다. 대학의 행정실이나 본부 건물에 가면 있는 ‘조교 선생님’이 이들의 직업이었다. 그런데 작년 7월 24일, 명지대측은 학교재정 악화, 슬림화, 기간제법 등을 이유로 들며 조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구두 사직을 권고했고 7월 31일, 40명의 일반 조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은 정년보장 등을 요구하며 조교협의회 명의로 학교에 공문도 보내고 만나기를 요청했다. 자보도 써서 붙이고 노란리본 달기나 검은 옷 입기도 했지만 학교는 답하지 않았고 이들은 작년 12월 초, 대학노조 명지대지부를 결성했다. 학교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대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명지대 지부의 요구를 외면하며 올해 2월 28일, 학교는 2차로 95명의 일반조교들을 해고했다.

“신분이 불분명해 더 이상 채용하기 어렵다. ” “난 당신의 제자였습니다. ”

명지대 지부의 조합원들은 100여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4~5년에서 길게는 15년 동안 모교에서 일해 왔다. 명지대에서는 교육조교와 일반조교를 나누는데 교육조교는 대학원에 다니며 일해 장학금을 받는 이들이고 일반조교는 풀타임으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이들을 말하며 명지대 지부의 조합원들이 후자에 속한다.
명지대 노동자들은 졸업 후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하며 계약 갱신을 반복해왔다. 계약 기간이 2년을 넘으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해야함에도 명지대는 이러한 불법을 계속해서 자행해오다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1회에 한하여 재계약한다’는 인사기준을 만들어 일반 조교들에 대한 대량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이전에 계약갱신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살펴보면 더 가관이다. 계약을 갱신할 때는 교수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계약 당사자가 자신의 추천서를 쓰고 교수의 도장만 찍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왔다. 지금껏 명지대측이 원하는대로 편리한대로 상시적, 필수적 업무에 정규직 대신 1년짜리 계약으로 명지대 일반조교 노동자들을 부려오다 이제는 일반조교직을 폐지하고 행정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계약직 노동자’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이다.
명지대지부 노동자들은 4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를 앞두고 있는데 담당 노무사인 노무법인 필 김재민 노무사는 “2년이 넘으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한다는 법률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명지대는 계속해서 불법적 근로계약 체결을 해왔다”며 “명지대에서는 조합원들을 조교라 칭하며 사립학교법상의 조교(학사와 연구, 수업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조교의 경우 1년 이상 고용할 수 있
도록 명시되어 있다)를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라 지적했다. 또한 법원에서도 ‘기간의 갱신이 반복되어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무기계약으로 간주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 말했다.

#3.
파업 8일째, 2월 24일 화요일. 명지대지부 조합원들은 학생회관 앞에 천막을 쳤다. 명지대측은 천막을 치면 꼭 고지해달라(!) 했고 서수경 지부장은 천막을 설치한다고 외쳤다. 그러자 학교측의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조합원들에게 달려들었다.

2월 24일 조합원의 일기.
가장 설치를 저지하시는 분들은 기능직 선생님들이었다.“선생님! 우리 천막 설치해야돼요! 그러지 마세요!”우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우리도 이거 해야 돼. 알잖아!”하신다. 기능직 선생님들… 만만한 조교 다음으로 교내의 약자분들이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또 한 번 펑펑 울었다.
너무너무 어렵게 천막을 치고 조합원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은 회의. 생전 처음 본 광경에 잔뜩 겁먹은 표정과 피로가 안쓰러웠다.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도 내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삶을 잠시 살아주고 온 기분이다. 하루가 낯설다. 조끼가 튼튼한지 매만지며‘우리 오랫동안 살아야 할 것 같다’한다.

명지대본부 직원들과 조합원들, 총장과 조합원들은 24시간 내내 숨바꼭질이다. 직원들은 조합원들이 붙인 플랜카드와 대자보를 떼러다니고 총장은 금방 있다가도 조합원들이 면담 요청을 하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총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다니기도 하고 총장실 앞에서 기다리며 ‘짜장면 시켜먹기’ 투쟁도 하고 집 앞 1인 시위도 한다. 월․수․금요일에는 용인캠퍼스에서, 화․목요일에는 서울캠퍼스에서 집회도 진행하고 있다.
처음 파업을 시작할 때 ‘설마, 일주일을 넘길까’ 하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시작했다는 명지대 지부 조합원들은 벌써 파업 두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4
140여명의 일반조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새로온 사람들을 앉혔으니 학사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은 당연히 높았다. 그래서 몇몇 학생들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갑자기 조교가 바뀌어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등등.
이에 대한 학교의 대응은 무엇이었을까? 학생복지팀장은 자유게시판에 글 올린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 시간을 잡고 1대 1로 약 3시간씩 면담을 했다.
“응, 김군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구만!” 그 학생은 자유 게시판의 글을 자율적(?)으로 삭제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 한 학생이 이런 식의 학교 대응에 자유 게시판의 글을 지우지 않고 저항하자 이번에는 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댁의 아드님이 공부는 안하고 데모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아십니까 ?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명지대는 학생들의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올해 등록금 동결이 된 것은 조교들을 잘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말까지 흘리면서. 대량해고된 명지대지부의 투쟁에 함께하고 싶어도 학교측의 노골적인 탄압에 나설 수 없었던 학생들은 커피, 도너츠 등을 천막으로 가져다주고 지지 서명을 하며 자신의 힘을 보태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명지대 총학생회는 명지대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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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관계에 대해서 노조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번져가는 이 상황에 대해 총학생회 측의 입장을 표명하겠습니다.
고용관계는 학교 측의 인사정책으로 학생들의 직접적인 관여보다 학교가 처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또한 인사정책은 학생들의 등록금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학교는 이미 모두가 아시다시피 등록금 동결을 이루었고, 2009학년도 예산 편성이 끝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희가 지금껏 받아왔던 서비스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 또한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학생회에서 당당히 여러분의 의견을 종합하여 학교에 당당히 외치겠습니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고 학교로부터 받아야 하는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호소할 수 있으며,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보장받아야합니다.

총학생회에서 외치는 2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반 조교 노조 활동 및 집회로 인해 침해받는 학생들의 수업권 및 면학 분위기를 보장하라!
2. 학교 측은 조직개편에 따라 발생한 불편함에 대한 서비스를 보장하라!
여러분 또한 보다 현실적인 생각으로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한 단체입니다. 순수하게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학생회가 되겠습니다. 또한 학우 여러분의 어떠한 의견이라도 수렴하는 학생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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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의 몇몇 단체를 제외하고는 ‘얽히지 않는게 상책이다’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명지대 지부 조합원들은 지금 나의 투쟁이 내 후배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의지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지만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에 서운해하면서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내 후배들이 세상으로 나오면, 우리의 외침을 온 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또한 학생들과 현재 투쟁에 대한 소통의 물꼬를 트기위해 학생회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 상태다.

#5
마른 하늘 날벼락같은 해고, 생각지 못했던 비민주적인 대학본부. 이런 공간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시작한 명지대 지부 조합원의 투쟁은 이제 나를 넘어 비정규직 철폐의 목소리로 확장되고 있다. MB정권이 4년으로 비정규직 계약을 늘려주면 너희도 조금 더 다닐 수 있다 말하는 대학본부의 거짓말에 ‘비정규직은 악법이니 철폐되어야한다!’ 말하는 명지대 지부의 투쟁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또 하나의 파열구를 만들고 있다. 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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