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 04월 | 기획] 짱구 굴리지 말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일터기사

이번 호부터 지역, 산업,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는 동지들의 경험과 고민이 녹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 코너를 새로이 시작합니다. 한 명 한 명의 경험, 고민, 실천과 결의를 따라 배워 보다 많은 이들의 기억과 과제로 이어지는 활력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현장을, 노동자를, 노동자 조직을 살아있게 만들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애쓰고 있는 동지들의 이야기를 모아 나겠습니다. 한 달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활동가를 만나 갈 요량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꼼꼼하게 읽어 일상활동과 공동활동의 힘과 지혜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선전위원회




짱구 굴리지 말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 금속노조 경남지부 노안부장 김정철 동지와 함께

▸ 인터뷰 & 정리 _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아이구




개인적으로 노안활동을 하면서 낯익고 반가운 김정철 동지.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동지는 살갑게 반겨주었다. 그 특유의 인사말로.

“참~ 욕 봅니더. 먼 곳까지… 우야튼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임하겠습니다.”

왠지 믿음직스러웠다. 인터뷰이후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한 말. “김정철 동지 같은 사람이 10명만 더 있어도……”


실천으로 실천을 조직해 나가는 동지인지라 인터뷰를 약간 거북해 하기도 했다. 허나 인터뷰 시간은 휙 하니 지나가 버렸다. 인터뷰 전후로 부양지부 근골격계 질환 실무관련 권역별 교육방안 논의, 경남지부 노안담당자 회의 등 사실 인터뷰 짬 내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멋져 보였다. 인터뷰 하러 가는 길에 본 창원대로 길가에 핀 개나리 빛깔만큼.

노동자의 일터도 일상도 세상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직하기 어려웠던 그 시절, 지금은?

이 땅의 노동자 대부분이 겪듯이 김정철 노안부장도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 직장을 잡는 과정은 우여곡절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다녔던 부산의 신발공장. 손프레스 작업하던 여성핸드백 공장. 사상 주례근처에서 그라인더 했던 조그만 철공소. 그래도 가장 긴 일년여 다녔던 프레스 공장. 다녔던 공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도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조건 때문이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현실이지 싶다.

군을 제대한 이후 주변의 친지들과 선배동료들의 권유로 2년짜리 한백직훈에 들어갔다.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위해서 1급 기능사 자격증을 따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능력을 나름 갖추었다. 그러고도 일거리가 없어서 그만 둔 삼정공업. 특근강요에 거부하다 그만 둔 동안산업 등. 한영공영에 들어가 수습기간을 마치기까지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소회를 김정철동지는 씁쓸한 헛웃음으로 대신했다.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예나 지금이나 취직인 것을 안타까워 짓는 웃음.


노동조합과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다.

한영공영 첫 출근, 중식집회에서 아는 동생들을 만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싹텄다. 동지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열악했던 노동경험에서 체득하고 있었을 터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치자마자 아는 것 하나도 없었던 자신에게 당시 지부장이 산안부장을 제안했다. “재밌다”고 해서 “재미있겠다.”싶어 수락하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곧이어 임단협 투쟁에 돌입하면서 쟁대위 부지부장까지 맡아 인천공장 투쟁에도 함께하였다. 그 와중에 임단협투쟁 마무리 문구 정리 잘못으로 지부장이 사퇴하였다. 당시에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전통을 모두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지부장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과정에서 주위의 권유로 지부장까지 했다. 아마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조합원들을 만나고 솔선수범 했던 실천에 대한 신뢰가 입사 후 10개월 만에 지부장을 역임케 했지 싶다. 이러한 현장활동의 기풍은 맛난 거 먹으면서 하는 가족회의를 통해 가정에서도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요즘은 일상활동과 현안투쟁 때문에 바빠서 가족모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해하면서.


실천을 통해 찾아 움켜쥔 답

동지의 투쟁경험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96년 노동법개악 에 맞선 총파업투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본조와 논의 없이 단위노조차원에서 총파업을 단행했단다. 당시 ‘만남의 광장’에 지역동지들이 모여서 삭발투쟁을 하기로 하여, 결혼때문에 사무장이 하기로 했지만, 김정철동지가 삭발을 했다. 그때 함께 한 동지들의 투쟁결의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97년인가 98년인가 한영공영 인천공장 점거투쟁 등 죽는 것 말고 다해본 투쟁과정에서 법정 구속되어 감옥에 갇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싸워야 하는데 현장조합원들과 떨어져 함께 하지 못해서.

동지는 강조한다. 심금을 울리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항상 현장과 함께 해야 한다고.

금속노조의 중앙사업도 마찬가지란다. “대대를 통해 조직적으로 결의하는 것이지만, 중앙차원의 사업기획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사전에 많은 의견과 고민을 수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전과 달리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안 좋아졌단다. 각 부서 담당자 회의를 통해 연대정신을 실현하고, 일과시간 이후에 활동했던 마창노련의 전통이 많이 무뎌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앞선 몇몇 사람들만이 하는 활동에 길들여진 것, 예상가능하고 뻔한 투쟁 경험이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현재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투쟁에 애써나가면서 투쟁력을 높여가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회의에서 공동의 결의를 모아가는 방식에 발로 뛰는 것을 더해 쌍방향 직접 소통을 일상적으로 해야 한단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매주 1회 노안담당자 회의를 하고 있다. 주단위 노안회의-지부집행위-지부운영위 등을 통해 결의한 활동에 기초해서 예산도 확보했다고 했다. 경남지부 노안사업비는 5기 때는 2900만원이었고, 6기 땐 30만원 빠진 2000만원이다. 경남지부 노안담당자들도 신임과 유경험자가 반반인데, 신임들을 위해 산재실무모임을 진행 중이란다. 6기 초기에 매주 지부차원에서 노안실무교실을 통해 측정-검진-소음-배기 등 7개 주제에 대해 교육도 했단다. 참여도도 배워야겠다는 열의가 높아 매회 평균 20~30명이 참여하였고, 가장 많았을 때는 35명이었다고 겸연쩍어 하면서 자랑을 했다. 이런 일상 활동이 동지의 자부심이지 싶다. 각 지부에서도 꼭 배워 실천할 부분이지 싶다.

현장 일상 노안활동 사례도 소개했다. 어떤 현장에 천장크레인 레일 안전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노안회의를 천장크레인에서 진행했다. 그러니까 바로 해결되었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감을 갖고 하면 된다는 것. 과감한 행동으로 구체적인 돌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짱구 굴리기 보다는.

그래야 최근 전국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정리해고 앞에는 뭘 해도 안 되는 구나하는 생각과 실천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단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부와 산별노조차원에서 해고자 우선채용과 같은 요구나 권리찾기 기금 마련 등이 채택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장을 숨 쉬게 하라.

월요일마다 한 아름씩 선전홍보물을 챙겨가야 할 정도로 홍수상황인데, 제대로 배포되지 못하고 조합원들이 읽지 않는 것을 걱정했다. 예전에는 현장을 직접 돌면서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포했었던 것을 떠올렸다. 조합원들이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교육시간을 활용해서, “내 일이 아니다”라고 여기는 조합원들의 인식을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법 개악에 대한 인식과 결의를 모으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며.

올해 경남지부도 금속노조 주요 노안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애쓰겠다고 했다. 발암물질 추방사업을 위해 전사업장이 참여케 조직했고,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는 지역조사단 조직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2010년 하반기 집단요양투쟁에 힘을 모아나겠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지속적인 점검활동을 전개하여 현장을 개선해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또한 실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동 활동을 위해 지켜야 할 원칙도 제시했다. 지회별로 조직력이 불균등한 것을 극복하고 공동 활동의 기반을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조사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수렴과 소통을 통해 공동 요구를 만들어야 공동 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데 발암물질 추방사업의 경우도 부담스러워 하는 지회는 최소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만이라도 챙겨서 최소한의 공동분모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악 산재법으로 고통받는 문제도 꼭 해결할 수 있도록 영남공대위 차원에서 실천투쟁도 벼려나가고 있단다. 그래야 개별대응을 중심으로 하면서 조직적 대응이 여의치 않게 된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고, 경남지부 정대 때 노안관련 산재법 관련 불승인 관련 근로복지공단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현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선배활동가들의 투쟁으로 만든 기풍과 건강권을 꼭 지켜야 한다며.

노동자건강권은 당, 투쟁체, 현장조직, 정파 등 너무 많이 나누어진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주체, 경험, 이념, 조직, 요구 등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실천의제이자 공동 활동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 주요 고리로 본단다. 대림자동차 농성 투쟁 때 함께 한 다양한 동지들도 나름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단다. 제일 먼저 꼭 해보고 싶은 공동 실천꺼리로 중대재해를 꼽았다. ‘주40시간 노동’을 현장과 사회의 가장 주요한 의제로 삼아서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람답게 살아갈 생활임금 쟁취도.

김정철 동지는 “주어진 역할을 책임감 있게! 조합원과 함께! 자신감 있게! 구체적으로! 과감하게! 짱구 굴리지 말고! 말보다 행동으로!” 현재의 위축되고 왜곡당한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올곧게 하는데 힘과 지혜를 쏟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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