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0월/새세상열기-의료] 2편. 2008년 제주 영리법인병원 저지 투쟁의 경과와 의미

일터기사

2편. 2008년 제주 영리법인병원 저지 투쟁의 경과와 의미

제주의대 의료관리학교실 박형근

1. 2008년 제주 영리법인병원 투쟁 개요

○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 외국 영리법인병원 설립 허용
– 현재까지 외국 영리법인병원 투자 계획 및 집행 실적 전무

○ 2008년 3월 10일
– 기획재정부, 내국인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서비스 규제완화책을 새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 발표

○ 2008년 6월 3일
–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국내병원이 영리의료법인 형태로 병원을 개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최종 심의했으나 국민 여론 등을 의식,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론 내리기로 함

○ 2008년 6월 20일
– 제주특별자치도, 국내 영리병원 설립 계획과 관련한 설명 자료 발표
– 김창희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단장은 “헬스케어타운이 내년 착공에 들어가고 있지만 그외에 제주에 몇몇 병원이 들어오는 것으로 약정된 만큼 헬스케어타운 내 다른 지역도 영리의료법인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며 “영리의료법인 가능 지역은 ‘도지사가 지정하는 지역’인 만큼 희망자가 생기면 가능성이 있으며, 법을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밝힘

○ 2008년 6월 23일
– 제주대의료민영화 및 국내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개최

○ 2008년 6월 24일
– 제주특별자치도 도민여론조사 결과 발표
– 제주도의 특정지역에 한해 국내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에 대해서는 도민의 75.4%가 찬성한다고 응답(적극 찬성 31.5%, 찬성하는 편 43.9%)했다. 19.3%는 반대한다고 응답(반대하는 편 12.3%, 적극 반대함 7.0%)했다.

○ 2008년 6월 27일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 여론조사’에 영리병원 포함
– 도내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서는 ‘의료비 상승, 의료서비스 양극화 심화 등 문제가 발생하므로 중단 해야 한다’는 응답이 47.9%, ‘질 높은 의료서비스 환자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답변은 42.8%로 찬반의견이 팽팽

○ 2008년 7월 16일
–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김용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7일까지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재실시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힘

○ 2008년 7월 17일(제민일보 보도)
– 제주특별자치도는 ‘국내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 사실을 이렇습니다”라는 주제로 도내 350여곳에서 임시반상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공무원·공무원 가족, 각종 단체 행사 등에서 영리법인병원 홍보에 나서는 등 여론조사를 앞두고 영리병원 홍보에 행정력을 집중

○ 2008년 7월 24 – 25
– 도민여론조사 실시

○ 2008년 7월 28일
– 제주도지사 기자회견, 반대 39.9%, 찬성 38.2% 여론조사 결과 발표 및 2008년 영리법인병원 입법 추진 포기선언

2. 제주특별자치도 의료분야 3단계 제도개선안 내용

제주특별자치도는 매년 중앙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받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가 3번째로 ‘3단계 제도개선과제 추진’이라 불린다. 이미 제주도는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을 허용하는 것에 덧붙여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에게 건강보험 적용 진료부분과 미적용 부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주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중앙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보건복지가족부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허용에 따른 당연지정제 예외 기관 인정 논란을 우려한 중앙 정부와 제주도의 협의 하에 아예 내국인 영리법인병원에 대해서도 기존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건강보험을 당연 적용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중앙정부와 협의하였던 초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도 개선안 내용
검토 의견

외국기간과 개설 승인권을 복지부장관으로부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로 이양
○ 개설 신청한 외국의료기관의 자격 승인 권한을 경제부처, 병원협회 등 이익단체가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위원회로 이양함에 따라 일정 기준 이하의 외국의료기관도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음

국내 영리병원 설립 허용
○ 건강보험 수가 이외에 자율적으로 의료비를 결정할 수 있는 주식회사병원의 출현을 의미함
○ 제주도 허용 이후 제주도와 규제완화의 보조를 맞추어가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으로 확대되고, 영리병원 출현의 효과가 주변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국적 수준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단계로까지 발전될 것으로 전망됨

영리병원 건강보험 적용 제한적 허용(당연지정제 폐지 논란으로 인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으로 입장 변경됨)
○ 영리병원에 건강보험 적용/비적용 환자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 부여한다는 의미
○ 환자 수가 많아서 환자 유인에 도움이 되거나, 건강보험 수가로 수익 가능한 분야는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특혜를 부여하는 것임
○ 도입 시 기존 병원과 역차별 발생하여 기존 병원 동일한 조건 요구 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 폐지에 준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어 건강보험 제도 유지 어려움

외국 영리병원전문의 수련기관 지정 허용
○ 영리병원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
○ 소속 의사가 교육, 연구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가 되며, 비영리병원에 비해 교육, 연구 활동에 소홀할 수밖에 없음
○ 왜 허용하려고 하는가?
– 싼 값에 의사인력 활용하려는 것

외국 의료인 면허소지자 국내 의료활동 허용
○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법제도와 차이가 있음
– 의사 이외 간호사, 의료기사 등으로 허용 범위 확대
– 모든 국가로 허용 범위 확대
○ 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가?
– 중국, 동남아 등 우수인력을 저렴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
○ 도내 인력에 대한 고용창출 기회 박탈하게 될 것임

외국의료기관 의약품 수입허가 기준 개선
○ 의약품의 효과, 안전성, 가격 적절성 등을 검증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절차를 무시하고 영리병원과 유통업자들이 도조례로 규정될 완화된 조건에서 의약품과 건강식품을 보다 용이하게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을
○ 신약 등 안전성 평가 기능이 소홀해질 가능성 있음.
○ 영리병원에게 의약품 및 건강보조식품 유통특권을 부여하여 자율적으로 약가를 결정하여 폭리를 취할 우려가 있음

3. 제주 영리병원 투쟁의 성과와 의미

고조되던 제주 영리병원 논란은 7월 28일 여론조사 결과 발표로 일단락되었다. 반대 39.9%, 찬성 38.2%로 찬성입장이 과반을 넘지 못했기에 제주도 당국이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접기로 한 탓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입법예고 전 단계에서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 추진이 적어도 올해에는 종결 된 것이다. 그러나 제주 영리병원 논란이 정리된 이 시점에서 몇 가지 짚어볼 사항이 있다. 왜냐면 의료민영화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 민영화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자.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보면, 촛불 민심에 밀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혹은 폐지 건은 현 정부 임기 내 추진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문제도 그렇다. 핵심은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상품 개발을 위해 건강보험 공단이 보유한 개인 치료정보를 개인별 혹은 인구학적·사회경제학적 특성별로 민간보험회사와 공유하는 문제인데 이것도 의료민영화 논란의 핵심사안인지라 쉽지 않은 문제이다. 마지막 남은 카드가 영리병원 허용 문제이다. 이마저도 전국적 수준에서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내국인 영리병원 도입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고 나서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반면, 의료민영화 반대 입장에서 보면 제주 영리병원 설립 허용은 영리병원 전국화의 물꼬를 트는 시발점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리병원의 전국화는 시장에 의료민영화가 가능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고, 그 간의 촛불의 성과가 무력화되면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당연지정제 완화까지도 가시권 안에 들어올 만큼 강력한 정책적·정치적 의미를 지니는 사안이었다. 제주 영리병원 문제는 결국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니는 전선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 번째는 제주도 당국이 왜 스스로 의료민영화의 선봉장을 자청했는가의 문제이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도 당국은 경제부처의 지도(?)를 받아 ‘의료’를 제주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설정한 바 있다. 태국과 같은 동남아 국가도 의료관광으로 외화벌이를 잘 하는데, 너희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외국 오렌지 수입으로 귤 산업이 이전만 못하고, 외국 관광활성화로 관광수입을 통한 경기도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제주의 천연자원과 결합된 의료관광 활성화론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 것이라 판단된다.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정 초기부터 내국인 영리병원에 대해서도 허용하려고 하였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투쟁에 의해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그 범위가 제한된 상태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되었다. 의료관광의 국제 교역 조건상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한국과 제주도에 외국자본은 투자를 기피하는 상황이었고, 앞으로도 외국자본의 투자유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2003년 7월 1일부터 발효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병원 유치실적과 추진계획이 전무한 것이 실증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2010년 차기 지방선거를 내다보고 있는 도지사로서는 내국인 영리병원 유치실적에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의료민영화 논란이 한창인 촛불정국 속에서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의 선봉장을 자임하게 된 꼴이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되짚어 보면 제주도지사와 그 핵심참모들이 의료민영화의 실체와 국민적 저항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직하게 인식하지 못한 탓이 제일 크다고 생각된다.

세 번째는 제주도 당국이 왜 입법예고 전 단계에서 무리한 여론조사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는가의 문제이다. 의료민영화 우려가 증폭되고 있던 촛불정국 속에서 그 어떤 중앙부처도 ‘의료민영화’ 핵심전략의 주무부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명박정부가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한 이후 영리병원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적 발표는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제주도의 경우 의료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영리병원에 대해서 도민의 다수가 찬성한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발언을 통해 간접적 허용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중앙부처의 이러한 면피용 입장으로 인해 공이 제주도 당국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7월 28일 발표된 영리병원 여론조사 발표 이전에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온 상황 탓에 제주도 당국은 새로운 객관적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도 당국은 7월 28일 여론조사 결과에서 과반의 찬성이 나오지 않으면 2008년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을 포기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그 이후 보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제주도내 전 공무원이 동원되어 20세 이상 성인 10만명(제주도민 55만명)을 직접 만나서 영리병원 도입의 필요성을 교육·홍보하였고, 영리병원 허용 지지 광고가 도내 일간지를 도배하다시피 하였으며, 도내 일제 반상회까지 개최하면서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여론조사 기간 동안에도 도청 공무원들에 의한 찬성 유도 전화와 방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총력동원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찬성율은 과반을 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대보다 낮았다. 액면으로 보면 1.7% 차이지만, 내용은 제주도 당국의 참패였다.

네 번째는 제주 영리병원 논란의 결과가 갖는 파급력에 대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는 제주도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의료민영화에 대한 경각심이 대단히 높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조건이 성숙되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2010년 선거를 앞둔 2009년에 다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주와 같이 경제전망이 어둡고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며, 의료관광의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에서 조차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의 주장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에 비추어볼 때 타 지역에서도 영리병원 허용론을 당분간은 쉽게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영리병원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간의료보험활성화를 위한 제반의 조치도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다. 제주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민의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제주 영리병원 논란으로 의료민영화 문제가 일단락될 것이냐에 관한 문제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결코 아니’라고 판단한다. 의료민영화 추진의 핵심에는 건강보험 40조원을 탐내는 민간보험자본과 미국식 의료제도를 모델로 ‘의료’를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부처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한 번의 여론조사 결과에 휘둘릴 주체들이 아니다. 이미 전국에 깔아 논 제주를 포함한 경제특구를 비롯하여 곧이어 5조원이 투자될 첨단의료복합단지들이 의료민영화에 생사를 걸고 달려들 것이고, 건강보험제도의 규제 틀 속에서 경쟁에 지쳐하는 수많은 ‘민간’ 병의원들이 현 제도에 심각한 염증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민영화의 핵심주체들과 이들이 키워낸 수많은 행동대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국면이다. 앞으로 이들의 역할(?)이 자못 기대된다.

제주 영리병원 논란은 여론조사라는 형식을 통해 의료민영화로 비롯될 의료비 폭등을 염려한 제주 도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 추진 주체들의 태도에는 일체의 흔들림이 없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급급한 현 정부가 계속해서 의료민영화에 집착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대립과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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