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11월ㅣ특집 3] 현실화되는 주간연속2교대제,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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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현실화되는 주간연속2교대제, 어떻게 볼 것인가

한노보연 기획위원 김동근

1. 주간연속 2교대제 현실화
지난 10년간 쟁점이 되어왔던 주간연속2교대제가 완성차 사업장을 중심으로 2013년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가 올해 3월 시범운영에 이어 2013년 3월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기로 했고, 현대자동차도 2013년 3월 4일을 시행일로 잡고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한국GM 역시 2013년 1분기 시범실시를 거쳐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쟁점이 있지만 핵심은 노동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생산량과 임금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노동자가 바라는 것은 노동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감소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월급제 전환을 주요한 방안으로 주장해왔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노동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며 그 방안으로 시간당 생산대수 증가, 공장 간 차종 이관 확대, 병목 공정에 대한 3교대제 등을 제시한다. 노동시간 감소와 생산량 유지 자체에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사회적 요구가 자본에게 압박이 되고 있으며,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10년 넘게 추진해왔던 주간연속2교대제를 이제는 시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또한 생산량 유지는 매출액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본에게 핵심적이며, 노동 입장에서도 물량은 고용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 지켜진 생산량, 지키지 못 한 일자리 나누기 기획
현대차 합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10+10의 현행 근무형태를 8+9로 바꾸고, 시간당 생산대수를 7.5% 상승시키고 추가 작업시간 185.8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타 완성차 사업장의 합의도 이러한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평가가 분분한데, 크게 ‘노동시간 단축이 불충분할 뿐 아니라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노동강도가 증가하였으므로 사측은 손해 볼 것이 없으며 주간연속2교대제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안이다’는 것과 ‘현대차 자본의 일관된 입장과 경기 침체, 자동차시장의 전반적인 과잉생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안이 최선의 안이다’라는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후자의 의견은 노동-자본의 역관계, 생산설비 확충 및 추가고용을 통한 생산량 유지의 현실성을 따져볼 때 생산량과 임금의 연동이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생산설비 확충 및 추가고용을 통한 생산량 유지가 정말 비현실적인지 따져보자. 현대차그룹은 2011년 77.8조원 매출에 8조원의 순익을 거두었다. 자동차 생산 대수 1위인 GM이 165조원 매출에 10조원 순익인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형자산회전율(설비 한 단위당 올린 매출액 지표)을 보면 2002년 7.3이었던 것이 2011년 9.2로 높아졌다. 2002년에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최소한 2002년과 2011년의 중간치인 8.2정도로 유형자산회전율을 떨어뜨려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2011년 기준 약 5,000억 원 정도의 설비투자를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아산 공장 규모의 공장을 하나 더 짓고도 남는 액수다. 이와 비슷하게 추가고용에 드는 비용을 보면, 2010년 인건비 1원당 약 2.2원의 이익을 냈던 것을 0.2 정도만 줄이면 매년 인건비 여력이 3천 6백억 원 발생한다. 이는 9,000명에 이르는 사내하청을 모두 정규직화하고 2,300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가 이번 합의에서 4,654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 2012년 1월 4,800억 원을 배당했다는 점 등을 볼 때에도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설비투자·추가고용을 통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이 불가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 노동시간 단축 대신 노동강도 강화?
한국 자동차 산업은 90년대 말까지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뤄오던 것에서 2000년대 들어 현장통제를 통해 노동강도를 상승시킴으로써 생산성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0여 년간 이어져온 방식을 다시 되돌려야 하는 시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노동강도 상승을 제어하는 가장 큰 힘은 노동조합의 현장권력이었는데, 노동강도 상승에 대한 노동의 합의는 사측에 대한 설비투자 압박을 더욱 저하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설비의 노후화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출혈적 노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다양한 방식으로 합의된 노동강도 강화를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현장 통제력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과 임금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노사간 합의’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현장권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교환은 장기적으로 노동조건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완성차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은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의제였다. 그러나 현재 합의된 방식에서는 고용 창출 부분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다. 노동시간 감소분이 생산성 증가로 보충되었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존재하는 사내하청·불법파견, 광범위하게 연계되어 있는 부품사 문제, 갈수록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완성차 노동조합의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전술한 내용이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읽혀질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의 입장을 상수로 두고 현실적인 대안을 노동자의 양보에서만 찾는 것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현실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노동이 더욱 궁지에 몰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단결의 강화를 통해 구체적인 쟁점에서 승리를 얻고, 그 승리가 노동자계급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연대를 확장하는 선순환이 절실한 때이다.
일터

* 현대차 경영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서(2012.3.5.)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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