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2월|유노무사의 상담일지]

일터기사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쌍용자동차 동지들의 투쟁이 한창이던 2009년 6월 26일의 일이다. 민변의 변호사는 쌍용차 앞에서 진행될 예정인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법률전문가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하여 그 자리에 있었다. 공장 밖 인도에서는 쌍용차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경찰에게 구금되어 있었고, 변호사는 체포 이유의 고지 없이 불법체포, 감금을 하고 있다며 경찰에게 체포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뒤늦게 경찰은 이들 조합원에 대하여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한다고 고지하였고, ‘퇴거불응죄’의 성립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던 변호사들을 방패로 막고 밀어내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였다. 이에 변호사는 신분증을 들어 보이는 등 변호사 신분을 밝히면서 변호사의 법적 권리(형사소송법 제34조)와 체포된 피의자의 헌법상 권리(헌법 제12조 제4항)에 근거하여 체포된 조합원에 대한 접견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수차례에 걸친 변호인의 접견 요청에 대하여 어떠한 답변이나 안내도 없이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변호사들을 방패로 밀어내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여 변호인의 정당한 접견교통권을 방해하였으며 심지어 계속적으로 변호인 접견을 요구하던 변호사를 807전경대 중대장은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라고 직접 지시하였다. 변호사의 접견 요구는 정당한 임무수행으로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할 수 없으며, 도리어 경찰에 체포되어 법원의 체포적부심사로 석방될 때까지 구속한 것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체포․감금한 행위로서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되는 상황이었다.
2011년 10월 20일 법원은 미란다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찰의 현행범인 체포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이에 항의한 변호사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며, 항의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하더라도 정당방위로서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평택지원 2009고단1660 사건). 이 사건은 올해 1월 25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로 판가름되었다. 이 사건은 담당한 검사는 경찰의 불법체포를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불법체포 상태를 해소할 목적으로 경찰력의 방패를 잡아당긴 변호사의 행위를 경찰의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폭력행위로 둔갑’시켜 무리한 기소를 강행하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 7월 8일 민변은 807전경대 중대장 등 경찰관에 대하여 ‘직권남용’, ‘업무방해’, ‘불법체포․감금죄’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하였고, 올해 2월 6일 수원지법은 807전경대 중대장에 대하여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 ‘불법체포․감금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민변은 논평을 통해 “경찰관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 사건은 해당 경찰관의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며 “힘없는 노동자․서민․정치적 반대자에 대해서는 공무집행을 이유로 무시하고 짓밟아도 된다는 경찰과 검찰, 그 공권력의 오만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을 접하면서 나는 기뻤다. 너무도 당연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기뻐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였다. 학창시절 도열해 있는 개미군단을 바라보면서 한없이 작아졌던 나!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앳된 얼굴의 전경들을 바라보면서 세월을 느꼈던 나! 하지만 여전히 ‘공권력’의 이름으로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공권력’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현실을 접하면서 여전히 나라는 존재는 작게만 느껴진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2013년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국가폭력이 사그라들길 희망한다.
* 위 글은 구속노동자후원회, 월간「구속노동자」2월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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