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2월|특집3]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목적을 명확히 하자.

일터기사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목적을 명확히 하자.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근골격계 집단 요양 투쟁을 한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10년 전 정부에서 근골격계 법안을 만들었고 올해 꼭 4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가 시작된다. 법안이 통과된 후 사업장에서는 3번의 유해요인 조사를 하였고, 법이 만들어지기 전 노조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것까지 합하면 사실상 4-5차례의 조사를 시행했을 것이다.
약 10년 사이에 근골격계와 관련된 작업환경에 관한 조사와 노동자 증상 조사를 대대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하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잃었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즉, 우리가 노동자 건강권 투쟁과 현장 조직력 강화라는 두 목적을 명확히 하고 조사에 임하였는지 아니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유해요인 조사를 하고 증상자를 찾기 위해서 조사에 임하였는지 말이다.
이미 우리는 10년 전 근골격계 투쟁의 과정을 책에서든지 교육을 통해서든지 아니면 누군가의 입에서든지 들었을 것이다. 근골격계 투쟁의 폭발성과 전염성은 노동자들에게 번져 나갔고 근골격계라는 발음도 하기 어려운 이 단어를 우리는 쉽게 접하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자본이 이 ‘근골격계’라는 단어의 폭발성과 전염성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책을 만들었겠는가?
어쨌든 근골격계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고 노동현장에서는 상시적인 문제가 되었다. 3년마다 한 번씩 근골격계 문제를 가지고 조사를 하지만 우리 현장은 상시적으로 근골격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근골격계 직업병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특히 몇 차례의 조사 결과 80% 넘는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직업병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는 항상 상시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3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조사로는 예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해야 한다.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의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의 목적은 명확했다. 즉, 현장 활동가들에게 유해요인 조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들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에 대한 대단한 결의와 각오 그리고 명분이 있었다. 어떤 활동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라고 하였고, 어떤 활동가는 무너진 현장 조직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어떤 활동가는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을 위해서라고 하였으며, 다른 노동자는 높은 노동 강도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명분도 있었고 그들의 각오 역시 남달랐다. 그래서 조사 자체가 어려웠다. 조사 자체가 어려운 이유는 목적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생산성 향상과 현장 통제력을 무력화 시키고 노동자의 단결로 노동강도 완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근골격계 조사단 출입 자체를 봉쇄하는 경우도 많았다. 현장에 들어가기 힘들면 사업장 활동가들에게 교육을 시켜서 조사를 해 오고 천막 또는 노조 사무실에서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어떤 사업장은 불법 파견 문제가 곧 근골격계 문제라고 생각하고 투쟁하다 사측의 탄압으로 집행부가 구속 수배 되는 일까지 발생했고, 어떤 사업장은 사측의 습격을 받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당시 이들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울산 거제 경남 광주전남 경기 서울 강원도에 있는 사업장에서 투쟁이 지속되었던 이유도 목적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의 목적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2013년 유해요인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단순히 민주노총, 금속 노조 등 상급단체의 지침으로 목적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과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쟁점을 명확히 해서 목적을 세워나가야 한다. 지역 단위 투쟁이 필요한 곳은 지역 단위의 목적을 명확히 하면 될 것이고, 유해요인 조사 과정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과정이라 판단한다면 그 목적에 맞게 조사를 배치하면 될 것이다. 아픈 노동자에 대한 치료의 문제라고 판단한다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아프고 치료가 필요한지, 또한 치료를 개인의 문제로 내버려 두지 않고 어떻게 집단적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목적으로 하면 된다. 근골격계 문제는 사실상 집단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근골격계 원인 자체가 집단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업환경 개선을 한다고 하더라도 노동 강도가 강화된 상태에서는 별 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서는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설문 조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진행한 유해요인 조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유해요인 조사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현장이 바뀐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서 올해 유해요인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몇 차례 토론을 진행 할 것이다. 설문조사와 몇 차례 토론을 통해 지역 조사단이 필요하면 구성을 할 것이고 다른 틀이 필요하다면 그 틀을 만들 것이다.
유해요인 조사 과정에서 포기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사업장 내의 노동자와 노동자와의 관계 맺기, 그리고 사업장을 넘어 서로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 사이의 지역적 연대 그것이다. 결국 믿을 것은 우리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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