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11월|현장의목소리]“우리는 계룡대 시설관리인입니다.”

일터기사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 계룡대지회 김 호 경

2009년도 5월 1일 노동자의 날을 맞아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아 호소의 글을 청와대 뿐 아니라 국방부 및 지역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등 여러 곳에 보냈다. 하루가 가고 이틀, 일주일이 가도 그 어느 곳에서도 한 마디 답변이 오지 않았고, 현장 소장으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힘들면 얘기하라”는 회유와 함께 인터넷상의 글을 내려 달라는 압력이 있을 뿐 이었다. 보름이 지난쯤 우연히 올려놓은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답글이 올라 왔고, 기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상담을 했다.
상담을 통해 내가 하는 국가 시설물의 관리 및 설비의 고용이 국방부로부터 위탁된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 뿐 아니라 대부분 시설관리 노동자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로 근무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안에 벌어지는 고용의 불안과 저임금, 비인간적인 대우는 사회에 만연된 보편적인 현상 이었던 것이다.

계룡대 내 수십 개 건물에 퍼져있는 직원들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십 수 년 동안 직원들이 한 곳에 모여 체육대회나 기타 직원들의 모임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하고, 십 년 이상 근무한 형님들도 다른 건물에 있는 직원들은 잘 모른다고 하니 입사한지 1년도 안 된 나로서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불과 3~4개월만 일 해봐도 알 수 있는 비합리적인 근무형태였기에 용기를 내어 직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들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현실이라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많은 설움과 분노들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군인, 군무원들의 눈치를 보며 줄을 서야 했다. 어느 날 어쩌다가 앞줄에 시설관리인들의 줄이 길어지면 여지없이 다음날 내려오는 통보는 군인, 군무원들이 다 먹고 나면 그 다음에 먹으라는 것이었다. 십 수 년 계룡대 시설관리 일을 했어도 계룡대 도서관에서 단 한 권의 책도 빌릴 수가 없다. 또 전체 기계·전기 기사를 감·단속자로 묶어놓아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 가산수당이 적용되지 않았다.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착복하면서 일 년 에 두 번 나오는 보너스라고 주는 게 추석엔 만 원짜리 선물세트, 설에는 만 오천 원짜리 선물세트다. 14년 근무한 노동자의 임금이 124만원 이라면 믿겠는가? 같은, 직종 같은 조건에 시설관리인 하고 비교해 봐도 7~80만원이 차이가 난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계룡대 시설관리인들의 이직률은 36%에 달하고 오죽하면 군부대에서도 “계룡대가 무슨 관광단지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도 시설 군무원 약간 명이 계신다. 그 분들이 정년을 마치면 그 자리 그대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채워지고, 그들은 동일 노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라 하여 임금은 3분의 1인 백여만 원이다. 우리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해 여름, 70여명의 용기 있는 동지들이 노동조합에 가입을 했다.

서울 도곡동 타워펠리스 옆에 군인공제회 건물이 있다. 바로 이곳이 십 수 년 국방부로 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군 시설관리 용역을 받고 전국에 군 시설 관리인들을 고용한 회사다. 나라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방부와 군인공제회가 동일 노동에 있어 비정규직 양산의 앞장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UN 에서조차 대한민국은 너무도 기형적인 비정규직 확산에 경고를 가하는데 국가 행정기관이 그 중심에 있다니 참으로 개탄할 노릇 아닌가.

2009년 7월 민주노총 노동조합 계룡대지회는 70여명의 조합원들의 염원을 모아 헌법에 보장된 단체 교섭을 군인공제회에 요구 했다. 십 수 년 단 한 번도 직원들을 만나지 않은 본사 사람들이 시설관리인 개개인을 만나면서 “노조에 가입 했으면 탈퇴서를 쓰고, 아직 가입을 안했으면 노조에 가입 안하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요구한다. 전체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이곳 계룡대는 군의 핵심이기에 노동조합을 인정 못한다. 그러니 노동조합을 만들지 말라.”, “군인공제회는 8조가 있다. 몇 년이고 노동조합과 대항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을이 깊어지는 그 해 10월 노동조합 계룡대지회는 계속된 요구에도 교섭에 나오지 않는 군인공제회를 상대로 계룡대 2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이 후 10월 6일 김호경 지회장을 비롯해 11월 5일 부지회장 김종호 동지까지 14명의 동지가 해고가 되었다. 군인공제회는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두 번에 걸쳐 받았고 벌금형으로 도합 1200만원이다. 8조가 있는 회사가 불법을 했으나 벌금은 1200만원, 그마저 재판을 하면 깎일 가능성이 많다. 이게 노동법이다.

군인공제회는 계룡대 180여명의 시설관리인들을 포함 전국 1500여명의 시설관리 노동자를 고용 하고 있다. 1500명 모두 감·단속 근무자로 노동부 강남지청은 허가를 내준다. 사측이 딸랑 몇 장 가지고간 서류만 보고 수십, 수 백 km 떨어진 노동자들의 근무형태도 모르면서 최저 임금의 80% 인정,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 가산수당 안 줘도 인정이라는 감·단속을 허가해 주는 것이다. 노동부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정으로 수 천의 노동자가 피해를 본다고 성토하며, 시정을 요구하자 노동부는 한 번 허가가 나간 것을 취소 할 수 없으니 행정소송이나 민사 체불소송으로 감·단속 취하를 받으라고 한다. 한 달 임금 백여만 원의 노동자에게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료를 만들어 1년 넘는 소송 아니 대법까지 가면 3년 이상 걸리는 소송을 하라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 만 2년이 넘었다. 14명의 해고자 중 9명이 복직 되었고, 3명의 동지는 1심에서 승소 했으나 사측이 항소한 상태다. 나와 부지회장은 1심에서도 기간제법으로 인해 기각 되어 노조에서도 항소를 했다. 2정문 앞 천막농성이 558일째고, 서울 도곡동 군인공제회관 앞 상경 노숙이 81일째다. 투쟁비와 생계비를 지원 하기위해 비번 날이면 노가다에 대리운전으로 일당을 채우며, 함께 하는 동지가 있다.
우리 동지들은 다시 한 번 다짐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속에 조급함으로 인내를 갉아먹지 않을 것이며, 섣부름으로 고단함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헛된 희망으로 자신을 팔아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정직한 절망의 대지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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