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ㅣ12월ㅣ이러쿵저러쿵] 돌

일터기사

돌…… 이병근

그게 뗀석기 시대인지 간석기 시대인지는 모르겠다.
농경의 시작 전인지 농경의 시작 후인지도 잘 모르겠다.
원시시대 돌은 아주 쓸모가 많은 물건이었다.
밀개 긁개 자르개 찌르개.
우리의 고고유물 발굴학자들은 참 이름도 잘 붙이지.
여튼 그 시대 돌은, 짐승을 자르고 열매나 곡식의 낱알을 다듬기 위해서도 사용됐지만
언어가 없던 그들에게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다.
상대에게 자기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그들은
강과 산과 들을 헤매며 자기 마음과 가장 닮은 돌을 찾아냈다.
그렇게 찾아낸 돌을 상대의 손에 쥐어주면
상대는 그 돌의 감촉과 모양과 느낌으로 돌을 준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었고 그것이 그들의 대화였다.
햇빛을 투명하게 투과시키는 밝은 색의 돌은
나는 행복해요, 였을거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살짝만 스쳐도 상처를 내는 돌은
나는 화가 나요, 였을거다.
때로 그들은 자기 마음과 맞는 돌을 찾아낼 수 없을 때에
며칠동안 돌을 갈고 찧고 깎았다.
자기 마음과 맞는 돌을 만들기 위해 강바닥의 흙을 뭉쳐 오랜 시간 볕에 굳히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돌이 그래도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다 여겨졌을 땐
하루종일 품에 품고 자신의 체온을 담았고
서늘한 동굴의 가장 안쪽에 며칠씩 놓아두어 얼음장같이 얼리기도 했다.
좋고싫은마음이었든 옳고그른마음이었든 그들이 온힘을 다해 전하려고 했던 마음은 진짜마음이었을거다.
그런데 이토록 힘겹게 마음을 전하던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했을까.
자기 마음과 다른 마음을 전하려고
하루종일 산천을 헤매며 거짓인 마음과 닮은 돌을 찾아내기위해 애를 썼을까.
말은 넘치고 표현은 풍족한데
전하는 마음도 받는 마음도 가난해진다.
말이 쉬워져서 마음도 쉬워지는걸까.
마음이 너무 어려워서 어렵게 말하기를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말하기를 선택하는걸까.
아무렇게나 말하기를 선택하는 일은 왜 종종 거짓말하기가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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