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2월ㅣ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 건설노조 박종국

일터기사

“건설현장은

‘당연히’ 사고가 많은 곳이 아니다”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박종국

▴정리 _ 선전위원 흑무

건설노동자의 산재사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건설노동자가 공식 산재사망 통계의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이는 토론장에서 그를 본적이 있다. 그를 통해 세상에 던져지는 건설노동자의 안전보건문제는 무거웠다. 하지만 업종도 직종도 다양한 건설노동자의 문제를 따라잡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 그를 만났다. 지면과 시간의 한계를 핑계 삼아, 충분치는 않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문제를 독자들과 나누어본다.

– 건설현장의 노동안전보건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 해 7백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당하는데, 전체 재해의 25%를 건설이 차지하고 있다. 건설노동조합은 기계를 다루는 장비 분과, 타워크레인 분과, 목수․철근․배관을 다루는 토목건축 분과 그리고 전기원 분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건설기계 조종사는 개인사업자-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산재처리도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람이 하던 일을 요즘에는 장비기계로 대체하면서 장비사고가 많아졌다. 그런데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있어 모든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본인이 다쳤을 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다치면 그 비용까지 내야한다. 차가 뒤집어지면 견적이 3천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부담해왔다면서 지금은 노동조합으로 연락이 와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시공사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신호수 등 노동조합이 문제제기 하면서 조합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줄었다.

20일 전 쯤에 철근공이 작업 시작 전에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산재처리도 못했다. 일용직이다 보니 책임을 물을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다른 데서 걸린 병인데 하필 우리 현장에 와서 문제가 생긴 거라”고 억울해한다. 법원에서 다툰다고 해도 그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특례규정 같은 걸 만들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직업병으로 사망에 이르렀을 경우 치료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작년 11월쯤 신길동에서 항타기가 건설장비가 도로에 쓰러지면서 일반 시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간 건설노조에서 전문 신호수를 두어야 한다고 내내 주장했지만 노동부는 시큰둥했다. 결국 건설노동자만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건설현장에는 체불임금이라든가 고용(일거리) 문제가 심각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노동안전보건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민주노총 회의를 가면 다른 조합들은 발암문제, 직업병 문제를 얘기하는데, 어떨 때는 부러울 때도 있었다. 건설현장은 넘어지고, 추락하고, 떨어지는 물건에 맞는 등 재래형 사고가 원체 많다. 그러다보니 12시간에서 14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은 다반사이고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도 많지만 직업병 얘기는 명함도 못 내미는 형편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새벽 인력시장에서 사업주나 관리자들이 나와 체격 좋고, 힘 좀 쓸 것 같은 사람들은 딱 집어 데려가는데, 본인이 몸이 아프다는 걸 드러낼 수 나 있나, 불가능한 얘기다.

건설노동자들에게도 정기적 휴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건설노동자가 남들 쉬는 주말이나 휴일에 쉬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제조업현장에서 주말에 일해야한다고 하면 “노동착취” 운운하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그러하듯이 건설 노동자들도 이제는 휴일에 쉬어야 한다는 생각는 일반 대중의 상식 밖이다.

– 이런 현실에서 올해 해보려는 사업들에는 뭐가 있나 첫 번째는 안전보건협약 체결이다. 건설노동자들은 90%가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있고 하청업체가 또 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오랜 건설현장의 문제다. 그 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지시하는 자는 원청업체 직원이지만 사고가 나면 하청업체로 책임을 전가한다. 하청업체에서 안전보건관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다. 건설관련 산재법 특례조항에 보면 (천억원 이하의 공사인 경우) 총 공사비의 1.88%를 안전관리에 쓰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안전교육이나 추락방지시설이나 휴게공간을 만드는 것 같은. 건설노조에서는 도시개발공사나 LH공사, 한국도로공사와 같은 발주처들이 시공사와 계약을 맺을 때 안전보건협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할 계획에 있다. 협약의 내용에는 재해발생시 현장조사, 예방사업이나 현장에 가서 노동조합이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두 번째는 신호수 교육과 같은 교육 사업이고, 세 번째는 사고․사례 등을 엮은 매뉴얼 제작이다. 매뉴얼을 만들어 건설 현장 기초안전교육을 우리가 해보려고 하는 게 네 번째 사업이다. 기존에는 안전교육을 회사에서 했었는데, 올해 1월부터 법이 바뀌면서 시․도별로 우리가 직접 한 번 해보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실질적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출입권 보장’을 총․대선 기간에 요구할 계획에 있다.

여섯 번째는 통상근로계수 폐지다.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면 평균임금의 70%가 치료기간에 지급된다. 그런데 건설노동자들은 일용직이기 때문에 한 달에 20일 미만 일하면 평균 임금 50%만 지급된다. 이걸 ‘통상근로계수’라고 하는데 폐지해야한다. 평균임금이 50%밖에 지급되지 않으니 사업주가 다친 노동자를 회유한다. 예를 들어 산재를 신청해서 휴업급여를 1백만원 받는 다면 우리가 50만원 더 주고 치료 후에 취업도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한 푼이 아쉽고 제조업과 달리 복귀할 사업장이 딱히 정해지지 않은 건설 노동자는 공상을 선택하게 되고 그렇게 산재는 은폐된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의 70%가 이렇게 은폐되고 있다고 본다. 사망사고 외에는 거의 은폐되고 있다. 산재 처리의 의미가 어떻다며 당장 생존의 문제가 코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건설노동자에게 산재 처리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 재래형 사고가 많다고 했는데, 줄어드는 추세인가? 줄었다가 다시 늘고, 비슷한 상황이다. 큰 사업장은 그래도 작업환경이 좀 나아졌다. 하지만 작은 소규모 공사현장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대규모 사업장들은 건설노조에서 하도 고소, 고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자율점검이 그나마 좀 되고 있는데, 소규모 사업장은 손도 못 대고 있다. 바로 코앞 노동조합 사무실 뒤에도 빌라 두 동을 건설하고 있는데 조합 상근자들이 오며 가며 주의 깊게 본다. 당장 안전모 쓴 노동자를 볼 수도 없다. 이런 소규모 건설현장은 점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차라리 노동부와 경찰이 MOU를 맺으라고 한 적도 있다. 두 시간마다 순찰차가 자기네 구역 순찰을 하니 그 지역 소규모 건설현장 점검도 오며가며 같이 하라는 것이다. 딱지를 끊던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 고용이나 체불임금 문제가 심각해서 건설현장에서 노안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어제 오늘일은 아닌 것 같다. 본부나 지부에 보면 노안담당자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다른 직책과 겸임이거나 비상근이어서 조합차원에서 기획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대산별로 통합되면 담당자가 확충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현장에 개입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합원들이 있는 사업장은 감시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보통 사업주들은 조합원들을 잘 고용안하려고 한다. 조합원들이 일하면서 산안법이 어떻고 비산먼지가 어떻고 하면서 자꾸 문제제기 하니까. 현장에 자재가 널브러져 있으면 조합원들이 사진 찍어서 조합이랑 고소고발하고 근로감독관 부르고 한다. 근로감독관들도 귀찮아하긴 하지만 ‘노동조합이 있어 좋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고소고발하면 경중에 따라 벌금이나 시정명령을 내리는데 예전에는 1차로 시정명령하고 2차로 계도장 날리고, 3차로 약식기소 하는 과정을 밟았다. 이런 방식에 노동계에서 계속 저항했더니 작년에 법이 개정되어 이제 1차부터 즉시 과태료가 부과되고 시정하지 않으면 2, 3차 가중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간 건설노조에서는 각 시․지자체를 상대로 체불임금, 고용보장, 안전보건을 담는 조례제정사업을 해왔다. 현재 50개가 넘는 지차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예를 들어 영등포구의 경우 시가 발주하는 공사를 할 때 지역민 우선 고용, 공사계약서에 임금체불관련 내용 명시, 안전관련 기획 등을 넣어 계약하도록 하는 것이다.

– 건설현장은 어떤 곳인가 건설업은 특수한 일이 아니라 그냥 노동자가 일하는 곳이다. 사고가 많이 나는 게 당연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건설업이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면 일본 등에서도 재해가 많이 나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건설업은 다단계 하청구조라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이 래미안 아파트를 짓는데 직접 고용하는 기능직은 없다. 하청을 주고 그 하청업체는 또 일을 쪼개서 재하청을 주는 구조다. 적게는 4단계에서 많게는 7단계의 하청이 있다. 이러다보니 사고도 많고 임금문제도 발생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건설현장에서 공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임금과 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GS건설에서 계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기가 있었다. 언론사 인터뷰를 하는데 한 기자가 ‘왜 GS건설에 이렇게 사망사고가 많냐’고 묻더라. 그래서 전국에 GS건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전국의 조합원 동지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동지들 말이 “GS건설은 지나칠 정도로 안전관리가 철저하다.”고 한다. 그런데 “적정 공기 보장도 없이 공사기간은 딱 정해놓고 안전하게 하라”고 하는 것이다. 외주로 패트롤(감시단)까지 두고 있는데, 안전관리라는 미명하에 현장 노동자들을 들들 볶으면서 일을 시키는 것이다. 일하는 노동자들 말로는 그 스트레스가 꽤 심하다고 했다.

타워크레인도 마찬가지다. 타워크레인 설치작업을 하는데 관리자가 와서 “얼마나 걸리느냐?” 물어본다. 설치하고 검사작업까지 완료하는데 3일은 족히 걸리는데 ‘내일 철근 들어오니 오늘 안에 마치라’고 한다. 그러면서 빨리하되 안전하게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장 노동자는 오늘 안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 관리자 눈을 피해가며 덜 안전하게 작업하게 된다. 이렇게 일하다 사고 났을 때, 안전하게 작업하라는 지시를 지키지 않은 현장 노동자가 잘못한 것인가.

건설현장 노동안전보건의 문제를 고용노동부에만 떠넘기고 있는데 사실 건설업쪽에서는 국토해양부나 지식경제부의 힘이 더 세다. 국토해양부나 지식경제부에 밉보이면 수주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입찰 당시 안전보건계획서를 내라던가 시공과 안전관리를 분리하라는 요구는 고용노동부에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기원 노동자들은 작업지시는 한전에서 받는데 한국전력은 지식경제부의 지시를 받는다. 작년에만도 전기원 노동자가 18명 사망했다. 문제가 많은데 법 보다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산재를 줄일 수 있는 힘이다. 정부의 인력, 예산 타령은 늘 똑같지 않나….

– 건설 노동자들의 일과 노동안전보건문제를 모르는 이들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덧붙인다면

건설업에서 일하는 이들도 기능직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흔히 ‘할 거 없으면 노가다나 하는 거지 뭐’라고 말한다. 그게 건설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다. 아파트를 만들고 창틀 하나, 수도꼭지 하나에 다 기능직 노동자들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건설 노동자들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언론에서 ‘인부 몇 명 사망’이라고 보도한다. ‘인부’는 건설 노동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노동조건도 임금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덧붙여 건설업을 재해가 많이 나는 특수업종으로, 당연한 업종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안전관리를 제대로 해야 하는 업종일 뿐이다. 우리나라 재해율이 영국의 14배 독일, 일본의 5배이다. 노동자 생명 경시 풍토가 더 문제다.

2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