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2월ㅣ이러쿵 저러쿵] – 소년은 이로하고 학난성하니

일터기사

한노보연 회원 안착한

본의 아니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과 아이 키우기에도 버거운 나날이라 생각했는데 거기에 대학원 공부를 더한다니 사실 시간적, 체력적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대학 다닐 땐 하도 땡땡이치고 공부를 안 하는 데도 낙제를 하지 않고 다닌다 하여 붙은 별명이 천재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뒤돌아서면 내가 뭐하고 있었는지를 바로 까먹는 지경이 되었기에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제가 수강 신청한 과목은 보건경제학이었는데 첫 시간부터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져 흥미진진했습니다. 토론의 화두는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유독 담당 교수님은 영리병원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리병원이 안 되는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지금도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고가의 검사를 다른 병원보다 많이 하면서 그것이 고급스러운 의료인양 사람들에게 인식토록 하여 전체 의료이용행태를 왜곡시키고 있는데, 만일 투기적 자본까지 병원 운영에 합세한다면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본인부담금 상승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그간 대형 은행 등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영리병원이 단물만 빨아먹고 해외로 먹튀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들고 나와 부자들만을 위한 병원으로 바뀔지 모른다. 등등이에 비해 교수님의 의견은 이러합니다. “현재 비영리법인의 탈을 쓰고 실제 영리행위를 하는 병원들에 대하여 제대로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지, 사실 영리병원이 생긴다하여 건강보험 지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보다는 지정을 받을 것이다. 지정을 받아야만 돈을 더 잘 벌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개인이 운영하는 비영리병원보다는 기업형식의 영리병원이 보다 투명성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등등

그 동안 저는 비영리의 탈을 쓰고 너무 지저분하게 운영되는 병원들을 여럿 봐왔기 때문에 차라리 숨겨지는 돈보다는 세금을 내게 하는 게 낫다는 논리에 흔들렸습니다. 병원 자체가 공공병원이기 보다는 공공적인 재원을 가지고 의료비를 지불한다면 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에도 동의가 되더군요. 이건 공공병원들의 관료적이고 이기적인 행태에 실망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이 수업 하나로 보건의료에 대한 저의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당연히 아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걸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노동자 민중이 권력이 차지한다면 보건의료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상의료가 정치적 화두가 되는 요즘,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학생이 되었다는 것에 작은 감사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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