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10월| 이러쿵저러쿵] 종합검진 꼭 해야 하나요?

일터기사

종합검진 꼭 해야 하나요?

한노보연 김형렬

얼마 전 KBS 추적60분에 종합검진 때 사용하는 CT촬영의 방사선 노출의 유해성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방송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CT를 건강검진에 활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영국에서는 진단을 위해 사용할 때도 꼭 필요한지를 다시 확인하여 검사를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종합검진기관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피검자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CT 촬영을 권유하기도 한다.”

건강검진은 3가지 중요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발견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이미 증상이 있으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것이 아니라 증상과 관련된 임상과를 방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속이 쓰리는 증상이 있는데, 건강검진을 한번 받아 봐야 겠다”, “요즘 두통이 있는데 건강검진 한번 받아 봐야지”, 이런 말들은 당연하게도, “속이 쓰리니까 소화기내과에 가야 겠다”, “두통이 있는데, 신경과에 가볼까?” 이런 말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질병이어야 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폐암, 담도암, 췌장암 이런 암종들은 조기에 발견하기가 참 어려운 질환이다. 또한 혹시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까 해서, 몇 달에 한번씩 CT를 찍을 수도 없는 일이다.

셋째, 조기에 발견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기에 발견을 했지만, 치료가 안 되는 질환이라면, 이런 경우, 건강검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세 가지 기준에 합당한 건강검진의 대상이 되는 질환, 그중에서 암은 위암, 대장암 (혹은 직장암), B형 간염보균자에서 간암, 여성에서 유방암과 자궁암, 이렇게 5가지 암이다. 그 외 질환에 대해서 많은 돈을 들여가며 건강검진을 하는 것은 의미 없는 행위다.

그런데, 많은 사업장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폐 CT를 찍고, 혹시 췌장암이 있을까 해서 복부 CT를 찍고, 두통이 있다고 뇌 CT를 찍는다. 또 이런 것을 일부 병원들은 권장하기 까지 한다.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분들이 일 년에 노출되는 방사선 양이 평균 2-3mSv 정도라고 한다. 물론 노출기준은 1년에 50, 5년에 100이니까, 노출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폐 CT를 찍으면 7 mSv, 복부는 10 mSv, 오래된 기계를 사용하여 검사하면, 이 수치에 10배 이상이 나오기도 한다고 하니, 정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CT 검사는 피하는 게 맞다. 그런데, 회사에서 공짜(?)로 해주는 검사라는 생각에서인지, 매년 CT를 찍는 분들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모 공기업은 1만 명에 가까운 직원에 대해서 1인당 33만원 정도의 종합검진을 매년 지원한다. 전체 규모가 33억이다. 이중에서 예방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건강검진은, 무료로 실시하는 일반건강진단 외에, 위암을 발견해 내기 위해 실시하는 위내시경 정도다. 33억원의 돈에서 한 3억 정도만 제 역할을 한다. 나머지 30억은 필요 없이 지출되고 있다. 매년 불필요한 30억이 쓰이고 있지만, 누구도 이 돈에 대해서 아까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노동조합도 때로는 불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해가 되는 종합검진을 추진하고 있다. 30억이면 의사도 5명 정도 고용하고, 부속의원도 운영할 수 있고, 사업장 내에 운동시설을 설치하고, 운동치료실을 운영할 수도 있고,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한 달에 하루 유급휴가를 줘서 치료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암튼 매년 그 30억을 정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면, 이 회사의 보건 수준은 지금보다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

내가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은 많은 회사에서 회사담당자들, 그리고 노동조합의 활동가들도 이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단협을 통해서 얻어낸 종합검진이라는 성과를 버리기 아까워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버리라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거 하지 말고, 그 돈으로 꼭 필요한 거 하자는 거다.

물론 지금 이 이야기는 정말 일부 대기업과 복지가 잘되어 있는 공기업 이야기다. 아직도 대부분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대기업의 하청에서 일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저게 무슨 소리여?” 수준의 이야기다. 종합검진이 아니라 공짜로 해주는 일반검진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분들도 있고, 엄청난 유해물질에 노출되면서도 특수검진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많은 노동자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많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속이 상한다. 그래도 어쩌랴? 고쳐야 할 건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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