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2월|특집2]2013년 제대로 조사하고, 치열하게 한 번 붙어보자!

일터기사

2013년 제대로 조사하고, 치열하게 한 번 붙어보자!
금속노조 노안국장 박세민
지난 15년 동안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1998년 IMF 국가 부도 사태를 맞고 노동자의 목만을 잘랐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광풍. 절망의 눈빛과 거리를 나뒹굴던 소주병. 맨몸으로 저항하는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머리와 몸뚱이를 가차 없이 내리 찍었던 방패와 곤봉. 길바닥에 짓이겨진 인간의 존엄과 흩어진 핏방울!!!
자본의 탐욕을 머금은 공장은 더욱 힘차게 돌아갔다. 떠나간 동료들의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고 남은 노동자들은 떠나간 동료들의 작업물량까지 떠안으며 일을 했다. 부족한 인력과 높아진 노동 강도, 폭압적인 현장 통제 속에서 노동자들의 몸뚱이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자본의 탐욕과 폭압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꿈꾸었고 키워나갔다. ‘아픈 사람은 부담 없이 치료받기를’ ‘더 아프지 않게 작업환경을 개선하기를’ ‘새끼들과 가족들 생각에 관리자들 눈치 보며 시키는 대로 일하고 아파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현장을 바꾸길’ 더 나아가 힘을 키워 자본의 이해에 좌지우지되는 않는 노동을 원했다.
눈에 불을 켜고 아픈 조합원들을 찾았다. 야간노동 때 작업장 바닥에 매트를 깔고 아픈 조합원들을 모아내고 의사들을 투입 당장 치료가 필요한 조합원들을 진단해냈다. 산재 불승인의 부담과 관리자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조합원들의 두려움을 털어내고 희망을 찾기 위해 집단으로 뭉쳤다. 회사의 회유와 협박 납치 극을 뚫고, 이른 새벽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을 뚫고, 옥포매립지에 모여들었던 늙고 선했던 눈망울들!!! 그렇게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은 시작되었다. ‘허리아파 어께아파 사업주가 책임져라’ ‘노동자가 철인이냐? 근골격계 대책 마련하라’ ‘아프나? 치료하자! 힘드나? 쉬었다 하자!’ 외치며 길바닥을 누볐던 우리 조합원들!
시퍼런 칼날이 되어 폭풍처럼 자본가들의 심장에 꽂혀갔던. 집단요양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주를 강제하며 조합원들이 왜 아픈지를 찾고 뭘 뜯어 고쳐야 하는지 찾았다. ‘허리아파 어께아파 근골격계 예방의무 법제화 하라’ ‘근골격계 대책 없는 노동부를 박살내자’를 외치며 길바닥을 누볐고 근골격계질환 예방 의무를 법제화하고 위반 때는 처벌토록 법제화를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폭발적으로 지지했고 노동조합은 잃었던 신뢰를 되찾아갔고 조합원들은 노동자로서 재조직 되어갔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곧 법과 제도가 되었다. 그렇게 금속노동자들은 투쟁으로 법을 만들었고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사업주 예방의무 법제화를 쟁취했다.
폭풍이 되고 칼날이 되어 휘몰아 쳤던 2001년 2002년 2003년 그때! 근골격계질환 집단요양투쟁과 대정부투쟁은 한마디로 빛이었고 희망이었다.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은 단순하게 허리, 어께 아픈 산재환자들의 요양과 보상을 위한 투쟁을 뛰어 넘어 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노동 강도 강화 착취에 맞선 공세적 투쟁으로 전개되었다. 자본가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착취의 현실이 폭로되는 것을 두렵게 지켜보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근골격계질환 대책 투쟁은 노동 강도 저하투쟁으로 나가지 못했으며 금속 전체의 투쟁으로 결의되지 못했다. 결국은 먼저 자각했던 일부 노조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의 투쟁으로 국한되었다. 그 과정에서 경총을 중심으로 한 자본가들의 조직적 공격이 있었고 치밀하게 산재보험 제도개악이 전개되었다. 정권과 자본의 조직적인 공세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노동안전보건 간부들의 투쟁으로 국한됨으로써 우리는 패배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2007년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근골격계질환에 관한 산재 불승인을 제도적으로 합리화 할 수 있는 제도 개악을 완결했다. 패배의 대가는 혹독했다.
근골격계질환 사업주 예방의무 법제화 이후 10년이 흘렀고 2004 ‧ 2007 ‧ 2010년 이렇게 3번의 유해요인조사가 있었다. 우리들은 근골격계질환 사업주 예방의무 법제화의 내용과 유해요인 조사를 근골격계질환 대책투쟁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전면적인 작업환경개선과 노동 강도 저하투쟁으로 또한 연결해 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현장은 나날이 피폐해졌다. 물론 노동안전보건활동의 위축 만에 문제는 아니었고 노조운동 전반적인 문제였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무너졌고 현장은 관리자들에게 장악 당했으며 개별화되고 더욱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다.
2013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고민하는 모두에게 묻고 싶다. 지금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와 노동조건과 작업장 현실은 어떤가? 조합원들의 상태와 조합 간부들과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라 자임하는 우리들의 상태는 과연 어떠한지 묻고 싶다. 아픈 노동자들은 부담 없이 치료받고 있는지? 작업환경은 더 편하고 안전하게 개선되었는지? 관리자 눈치 보지 않고 더 적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있는지? 노동의 힘을 키우고 자본가들의 이해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노동자의 삶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이 치열하게 고민되고 있는지? 이것이 동지들에게 던지는 나의 질문이다.
근골격계질환 대책과 유해요인조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책은 아픈 사람을 찾아내서 치료하게 하는 것이다. 원인을 찾아 아픈 사람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치료대책을 마련하고 강화된 노동 강도를 줄이고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현장통제를 분쇄하고 작업장을 뜯어 고쳐 내는 것이 그것이다. 유해요인조사는 “과정” 이다.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조사의 과정”이고 대책에 대한 “조합원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과정” 이다. 이러한 과정은 조합원의 고통과 아픔, 요구를 제대로 수렴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확인 시키고 강화해 나가는 조직화 사업으로 자리매김 된다.
그렇다면 2013년 유해요인조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닥쳐올 5년은 이명박 정권의 5년보다 더 집요하고 치밀하게 노동자들과 사회 민주화 운동세력을 짓밟을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2013년 노동조합의 모든 사업과 투쟁은 조합원을 중심에 두고 철저하게 바닥을 긁고 다지는 사업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되찾고 인식과 실천에 있어 노동자로 재조직하는 내용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향후 5년간 전개될 무자비한 노조 탄압에 대비하고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점을 분명이 하고 반격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현장을 재조직하고 일상 현장투쟁을 복원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근골격계질환에 걸린 조합원들을 샅샅이 파악하고 원인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조사가 되어야 한다. 주체적으로 조사하고 실행하는 유해요인조사가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조합원의 고통과 요구를 집약하고 객관적으로 확인된 정당성을 바탕으로 2013년 하반기 치료대책 마련을 위한 집단 산재신청, 작업장 개선을 중심으로 공세적인 하반기 투쟁을 전개하고 2014년 투쟁의 주춧돌을 놓는 유해요인조사가 되어야 한다.
근골격계 대책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제대로 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려면?
직접 조사하고 요구를 모아내고 함께 실천하고 책임 있게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가 왜 아픈지? 뭘 개선하고 바꿔야 할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노동자 자신이고 우리들이다. 내 몸이 아픈데 무엇 때문에 아픈지? 무엇을 바꾸고 개선할 때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내 자신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다. 유해요인 조사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유해요인조사는 조합원들이 자기 얘기를 충분이 하도록 하고 조합원들이 얘기하는 근골격계질환 발생 원인에 대해 적절한 평가도구를 사용해서 통해 점검하고 확정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토론과정에서 제기하는 인력과 노동 강도, 현장통제, 설비 개선, 치료요구 등의 대안 문제를 사업장 전체 문제로 공론화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간공학적인 평가기법이나 방법은 형식에 불과한 것이며 내용과 본질은 조합원들의 얘기와 토론 속에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조합원들과 우리가 직접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문제. 지회 조직력을 강화하여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대비하고 고용을 지켜나가는 문제를 회사에게 맡겨 둘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협회 컨설팅기관 같은 허접한 외부 기관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 2013년은 제대로 해야 한다. 조합원과 함께 발생 원인을 빠짐없이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아픈 조합원들과 당장 치료가 필요한 조합원들은 찾아내고 설득하여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조합원의 요구와 지혜를 모아 해결대안을 마련하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단결과 실천의 힘으로 투쟁하고 교섭해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금속노조는 ‘주체적으로 조사하여 함께 투쟁하고 책임 있게 개선하자!’ 는 핵심 슬로건 아래 최소한 지회조사단을 구성하여 주체적으로 유해요인조사에 실시하기 위한 과정을 조직해 나가려고 한다.
지회조사단은 부서와 공정별로 구성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간부라고 해서 공장의 모든 부서와 공정의 근골격계질환 발생 원인과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해당 부서와 공정에 대해 잘 알고 조합원들의 고충을 잘 수렴할 수 있는 장기 근속자와 신망 있는 조합원들을 선별하여 지회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 지회조사단이 신명나게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토론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며 조사단 활동에 필요한 만큼의 유급 활동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과 대안토론은 2013년 근골격계질환 대책과 유해요인조사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사안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당장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목표를 분명이 하고 세부 이행 계획을 마련하여 사업주와의 교섭에 착수해야 한다. 조사주체인 지회조사단 구성, 유급활동시간보장, 충분한 조합원 교육과 대안 토론 시간 보장, 질환자 치료대책과 작업자 개선의 원칙 등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또는 노사협의회 교섭을 통해 쟁취해 나가야 한다.
한편 근골격계질환자 치료대책과 관련하여 근골격계질환 집단산재요양투쟁 등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재해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들이 산재요양 신청을 하면 혈안이 되어 퇴행성 여부를 찾았다. 그리고는 퇴행성변화가 있다는 이유로 무차별 불승인을 해왔다. 이 같은 불승인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개선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민주노총이 참여한 ‘산재보상보험 제도개혁을 위한 TF’ 가 구성 운영되면서 근골격계질환 인정 관련 제도개선 방안 논의가 있었고 인정기준 개선방안, 업무관련성 현장조사 개선방안, 업무관련성 평가 서식 개선 등이 진행되었다.
지난 2월 15일 노동부는 “신체부담 업무로 인하여 연령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인 변화(퇴행성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2013년 상반기 내에 법 시행에 들어 갈 것임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내부지침인 근골격계질환 판정지침을 개정하여 “근골격계질환 업무상재해 판정 시에 퇴행성질환이라는 이유로 불승인해서는 안 된다” “업무관련성 평가를 충실이 진행하여 종합판단 해야 하며 불승인 시 불승인 사유를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라는 내용을 명시하여 노동자에게 발생한 근골격계질환이 퇴행성이라는 이유로 불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퇴행성 변화에 신체부담 업무에 기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여 판정할 것을 분명히 했다.
참으로 시점이 절묘하지 않은가? 우리들이 지금부터 대책투쟁을 준비해 나간다면. 조합원의 요구가 모아지고 환자가 조직되고 제대로 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를 도출해서 근골격계질환자 집단요양투쟁이나 산재요양신청에 돌입하는 시점에.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는 퇴행성질환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산재 불승인을 자행하던 횡포에 제동이 걸려있고 업무관련성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리는 이미 근골격계질환 사업주 예방 의무 법제화가 예방으로 직결되지 않음을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이 제도개선 또한 노력과 투쟁 없이 산재승인보장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염두에 둬야한다.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해내고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지 않는 한 산재노동자에게 피눈물을 강요했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2013년 제대로 조사하고 치열하게 한번 붙어보자! 유해요인조사에 대해 사업주와 치열하게 맞서 교섭하고, 쟁취된 결과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얘기와 요구를 총화 하여 투쟁으로 쟁취하는 정말 멋진 대책활동을 전개해보자. 조합원을 믿고 조직해보자! 눈에 불을 켜고 환자를 찾아내고 당장 치료가 필요한 조합원을 조직해보자! 치료 대책과 노동 강도 완화 작업장 개선을 열망하는 조합원의 바램을 올곧게 모아보자!
나는 다시 꿈을 꾼다. 아픈 사람은 부담 없이 치료받기를… 더 아프지 않게 작업환경을 개선하기를… 새끼들과 가족들 생각에 관리자들 눈치 보며 시키는 대로 일하고 아파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현장을 바꾸길… 더 나아가 힘을 키워 노동자의 몸과 삶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고 자본의 이해에 좌우되는 않는 노동세상을 만들어 갈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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