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월]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건설하기 위하여 -경기서부지역건설노동조합

일터기사

[현장통신3]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건설하기 위하여
-경기서부지역건설노동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미숙

지난 7월 28일, 수원 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이었던 경기서부지역건설노동조합 동지 3명이 구속적부심 보석 결정으로 석방되었다. 그들은, 7월 14일 파업 중이던 경기도건설노조 용인 동백지구 투쟁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강제 연행된 후, 수배 중이었던 경기서부동지들은 최종적으로 구속 수감되었다. 그로부터 보름만의 일이었다. 그들의 죄목은 폭력혐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갈 협박죄’였다. 일당쟁이 노가다꾼이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 죄이고,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단협을 맺은 것이 죄였다. 그렇게 그들은 하루아침에 파렴치범이 되었고, 10개월 넘게 범죄자로 살아오고 있다.

한해 평균 7-800명 이상이 죽어나가고 22,000명이 노동재해를 당하는, 말 그대로 전쟁터와 같은 건설현장. 떨어져 죽은 동료의 피비린내가 채 가시기도 전에 망치를 들어야 했고, 수 백 채의 아파트를 짓고도 내 집 하나 변변하게 없는 삶… 그렇게 목숨을 걸고 일한 임금도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수없이 떼이고, 기본적인 근로기준법도, 산업안전보건법도 지켜지지 않는 더럽고 비참한 현실이 바로 건설 현장이었다. 이러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원청과의 단협 체결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여러 단계의 불법적 하도급 구조 속에서 건설노동자의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은 원청에 있고, 각종 법규정에서도(산업안전보건법, 고용보험법, 퇴직공제보험제도 등) 원청을 사용자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건설현장에서 원청의 관리와 지시 하에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원청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전국적으로 지역건설일용노조에 대한 검·경찰의 노골적인 탄압이 시작된 것은 원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한지 3년이 지난 2003년 10월부터였다. 검·경찰은 하청노동자가 원청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약을 맺을 수 없으므로 이는 불법이고, 또한 협약과정에서 건설노조의 협박과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건설업체들이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단협을 체결하고 전임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 변호사, 노동, 시민, 사회단체들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를 한 결과 거의 모든 현장 관리자들은 “단협 체결 과정에서 협박은 절대 없었으며 오히려 검·경찰이 그런 식으로 먼저 시나리오를 짜 놓고 마지막으로 현장관리자들을 불러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맞게 진술서 받아내고 지장 찍으라고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실제로 지난 4월23일 천안건설노조 재판과정에서 검찰측 증인인 정모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에 대해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 ‘경찰이 독촉하여 할 수 없이 허위 진술했다’고 법정진술을 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짜 맞추기 수사’였음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고야 말았다. 또한 검·경찰은 실제로 당시 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현장에 들어가지도 않은 조직가를 버젓이 현장에 들어가서 단협을 체결하고 협박을 했다고 허위로 자료를 꾸며 놓는 등 그 저질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공안탄압을 분쇄하고 건설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맺어온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지켜 내기 위해 경기서부지역건설노조는 03년 12월부터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천막도 없이 맨바닥에 스티로폼 하나를 깔고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과 눈발들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시작했던 노숙투쟁을 하면서 어느덧 세 번의 계절이 바뀌고 250여일이 지나갔다.
흔들림 없이 지속해오고 있는 명동 수요집회, 한겨울 혹한 속의 1인시위, 힘겹게 꾸려진 공대위, 구속과 재판 그리고 다시 석방, 구속된 동지들은 돌아왔지만 아직도 수배자의 신분으로 남아있는 다른 동지들…

공안탄압 분쇄와 원청 사용자 책임인정을 위한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노조활동의 정당함을 기필코 쟁취해낼 것이며, 비열한 검찰의 표적수사, 공안탄압을 끝장내고야 말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를 지켜내고, 노동재해로부터 내 생명을 지키고, 임금체불로부터 나의 권리를 지키고, 빌어먹을 건설현장을 바꿔내고 200만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건설하기 위하여…
건설노동자와 명동성당 농성 투쟁단! 그들은 또다시 새로운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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