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월] 점거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 다른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일터기사

[문화마당]

점거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 다른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 제8회 서울 국제 노동 영화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등골을 따라 땀줄기가 흘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써늘한 바람이 목께를 스치니, 계절의 변화가 낯설고 당혹스러운 요즘이다. 슬슬 난로를 꺼내고 제법 두꺼운 옷들을 챙겨입으며 드는 생각. “아… 뭐 좋은 영화라도 한 편 봐야쓰겄다.” 하지만 또 막상 안 되는 시간 쪼개 영화 검색이라도 해볼라치면 이도 저도 맘에 꼭 드는 건 없다. 거대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주류 영화가 현장과 노동의 일상을 그려줄 거라 기대하지도 않지만, 그 주류 영화를 보며 제작자가 의도하지도 않았을 순간의 장면에서 노동의 현실을 본다는 것처럼 아쉽고 쓸쓸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 그런 이들을 위한 영화의 공간이 있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이 주최하고 영화진흥위원회/민주노총/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후원하여 11월 16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되는 <제8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평소 ‘영화’를 통해서는 보기 어려웠던 노동자 민중의 적나라한 삶과 투쟁을 담아낸 26편의 국내외 영화들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슬로건 <점거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 다른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말 그대로, 이번 영화제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운동이 이미 그 자체로 다른 세상의 시작을 의미하고, 그 세상이 이미 구체적인 현실로 등장하고 있음을 영화로 말할 것이라 한다.

올해 상영 예정인 작품들은 영국/이태리/프랑스/스페인/벨기에/아르헨티나/베네주엘라/미국/캐나다/한국 등 10개국 26편이다. 베네주엘라 민중의 투쟁을 민중의 발언으로 담아낸 개막작과 자본가들이 떠난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리고 있는 폐막작을 포함하여 26편의 작품들은 총 5개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현재 진행 중인 전 세계 노동자의 삶과 투쟁, 그리고 초국적 자본의 끊임없는 착취과 그에 대한 대항을 보고싶다면 이번 영화제의 섹션을 잘 골라 감상해봄으로써 그런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 중에는 신자유주의 하의 비정규직, 근골격계 직업병, 최저임금,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다루는 국내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야말로 순도 100% 전세계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담은 이번 영화제가 기대된다.

이번 영화제를 주최하는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는, 여전히 가난하고 영화제라는 형식에 내용을 채워나가기 힘겹다 한다. 장소 섭외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가 재정적인 부담을 가지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모든 영화의 관람은 무료라 한다(오. 꽁짜!). 노동자 영화는 무료로 보되, 영화제의 재정 독립을 고려하여 자발적인 후원금을 준비한다면, 나름대로 이처럼 훈훈한 일도 없지 않을까? 이번 노동영화제를 통해, 공감하고 토론하고 분노하고 실천하는 현장 노동자의 모습을 느끼고, ‘새로운 세상’을 꿈꿔보자.
(제8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http://www.lnp89.org/8th/korea/main.php에 있습니다.)

기계가 아니다 아프다고 외쳐라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 교육영상기획 ‘노동자의 눈’ 공동제작

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다른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병원 역시 급격한 구조조정의 물살에 휩싸여왔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신인사제도 도입과 임금체계의 개편, 원가분석과 팀제의 도입, 그리고 노동조합의 무력화 등의 종착점은 바로 노-노간의 경쟁과 노동강도의 극단적인 강화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는 노동자의 몸에 근골격계 직업병이라는 이름의 ‘골병’으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2004년 4월, 대구지역에 위치한 경북대병원의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조합원 31명이 병원사업장에서는 처음으로 근골격계 집단요양신청에 들어감에 따라 근골격계 직업병의 문제가 제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과정은 모든 편견과의 투쟁이었다. “병원에서 무슨 근골격계냐!”, “병원은 제조업과 다르다”는 병원자본과 근로복지공단 및 노동부의 정치적으로 의도된 편견, “백의의 천사가 무슨 근골격계냐”는 사회의 왜곡된 편견, “이때까지 참았는데 좀더 참으면 안되냐”는 주변동료들의 인식의 편견 등…. 이 작품은 이 모든 편견에 이중삼중으로 둘러싸여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결국 근골격계 직업병을 개인의 문제로 강요받아 왔던 대구 경북적십자혈액원, 구미 차병원, 동국대의료원경주병원, 경북대병원 등의 병원노동자들의 고통을 담고 있다. 환자 스스로도 직업병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근골격계 직업병, 무엇보다 병원노동자들의 근골격계 투쟁은 스스로의 편견을 걷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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