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와 참여활동연구의 사례-2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와 참여활동연구의 사례-2
한국노동안전보건 부산연구소

2) 교육

교육은 전조합원교육, 상집 및 확대간부교육 및 실행위원교육이 있다. 전조합원교육과 확간 교육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실행위원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실행위원교육은 관점 및 실무 모두를 포함하여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실행위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실제로 조사를 실행하고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참여활동연구에서 교육은 내용과 방식에서 이전과 다를 필요가 있다. 먼저 내용면에서 교육은 실천적 쟁점이 잘 나타나도록 하여야 한다. 교육내용에 집단적 작업환경(및 노동강도)과 직무스트레스 등의 문제가 포함되어야 하며, 이러한 내용은 이론적인 점보다는 현장의 쟁점을 어떻게 형성하고 노동자들을 어떻게 주체화시킬 것인가에 중점을 주어 간결하고 명쾌하게 구성하여야 한다. 또, 실행위원들이 현장조사를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나 조사도구에 대한 내용도 있어야 하는데, 이 내용으로는 개인적 작업환경 뿐 아니라 집단적 작업환경(노동강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교육 형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교육이 교육자와 피교육자를 분리시키고, 일방적 주입식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참여활동’을 위한 실행위원교육은 실행위원이 교육자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집중적이고 간략하게 다루고, 집단토론이나 실습 등 실행위원들이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교육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실행위원교육 시간은 1일 8시간으로 하여, 3-4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이 교육만으로 실행위원이 조사과정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실습의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기간 동안 실천단은 유해요인조사의 의미를 공유하고 결의를 다지는 수련회를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며, 노동조합에서는 확대간부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곧 유해요인조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선전을 광범위하게 진행하여야 한다.

3) 실습/훈련

교육과정에서 획득한 지식을 실제 실습과 훈련을 통해 실행위원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실습/훈련과정은 조사과정의 일부로 진행할 수 있다. 실천단이 실제로 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려면 자신감이 들 때까지 실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사의 내용과 조사도구에 익숙한 전문가에게 충분한 실습을 요구하여야 한다. 전문가들에게 미리 실습과 훈련에 대한 충분한 보장을 요구하여야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미리 시간과 방식이 결정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가 있다. 전문가들의 경우, 현장조사 기간을 충분하게 잡지 않고 꽉 짜여진 일정으로 진행하며 보통 자신들은 조사를 하고 현장은 도와주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실천단(실행위원)에 대한 실습과 공동평가를 충분하게 진행하여야 한다는 원칙과 시간을 조사시작 전에 미리 못 박아야 한다. 실습은 현장에 대한 조사와 조사한 내용의 평가 및 평가한 내용에 대한 정리(보고서 작성 등을 포함할 수 있음)와 같은 내용이다. 충분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부서별 실행위원이 자신의 부서에 대해 오전에는 조사하고 오후에는 평가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부서 실행위원당 2-3일간의 실습과정을 진행하였는데, 전문가와 실행위원이 공동으로 2-3일간 부서에 대한 조사와 평가를 실시한 뒤 실행위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부서 노동자 전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4) 조사

교육과 실습을 바탕으로 하여 조사를 진행하는데, 조사과정에서 실행위원(실천단)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조사를 할 경우 실행위원들은 주로 연구대상을 선정해주고, 조사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배치하는 역할을 한다. 즉 조사의 주체가 아니라 보조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활동’연구에서 실천단은 보조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하며, 최대한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교육과 실습이 필수적이지만, 조사과정에서도 수시로 실행위원의 활동을 점검하고 평가하여야 한다. 유성기업에서는 조사과정에서 조사대상 부서의 실행위원이 매일 아침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점검회의를 가져 오늘 조사해야 할 내용과 주요한 초점을 확인하고, 조사가 끝나는 저녁에 다시 회의를 하여 그 날 조사된 내용과 조사의 과정을 평가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한진중공업에서는 매주 실행위원회의를 개최하여 1주 단위로 조사과정을 평가하고 주요한 쟁점을 확인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개별적인 작업환경인 인간공학적 요인에 대해 체크하고 개선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더 중요한 것은 집단적인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주요한 투쟁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참여’가 조합원들과 실천단을 조사의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라면, 활동’은 조사과정에서 현장개선과 노동강도 저하를 위해 크고 작은 투쟁을 배치하는 것이다. 먼저 참여를 보면 실행위원이 조합원의 노동과정을 조사하면서, 구체적인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조합원의 의견으로는 작업공구와 작업자세 등 개별적 작업조건에 대한 불만과 대안뿐만 아니라, 집단적 작업환경인 노동자의 수, 작업속도, 휴식시간 적절성, 노무관리의 억압성, 현장통제 문제, 비정규직의 문제 등까지 수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조사과정에서 회사 관리자와 크고 작은 쟁점이나 접점이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측 관리자가 여러 가지 형태로 조사를 방해할 수도 있고, 조사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으며,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현장 쟁점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조사가 끝난 후에 노사협의로 가져가겠다고 생각하고, 조사 당시에는 그대로 덮어둔다면, 결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무마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문제를 한꺼번에 내놓고 협의할 경우에 결국 현장 노동자들은 협상의 결과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조사과정 때문에 고조되었던 현장의 분위기도 조사와 평가기간이 길어질 경우 급격하게 식어버리게 된다. 또한 노동보건(산안)안건이 다른 이슈(임금이나 기타 문제)와 바꿔치기 되는 경우도 이제까지 흔하게 보여졌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실천단은 조사과정에 조합원들의 직접적 행동과 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조사가 끝나고 난 후의 과정으로 생각하여서는 안 되며, 조사의 과정에 투쟁과 조직이 함께한다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과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을 적극적으로 조사과정에 참여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 조사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 유성기업에서는 조사진행 동안 완전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더라도 실행위원들이 느끼는 현장의 문제 등을 식당의 대자보로 알려나갔고, 조합원들은 식사 후 높은 관심을 가지며 대자보 앞에 모이곤 했다. STX조선과 한진중공업에서는 노보를 통해 조사의 과정을 알려나가고 있다.

5) 대안토론

대안토론은 조사의 한 부분이며 노동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연구소와 마창산추련이 공동으로 개발한 방법으로, ‘참여’와 ‘활동’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대안토론이 갖는 의미는 현장노동자들을 노동강도 완화 및 현장통제권 확보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데에 있다. 따라서 현장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노사간의 문제와 해당 사업장의 문제를 명확히 하고 투쟁의 쟁점을 명확하게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실행위원은 현장 대안토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조합원과의 대안 토론은 닫혀있는 조합원의 입을 열게 하는 과정이며 면접토론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토론단위는 작업조직의 최소단위로 구성하고, 토론을 통해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밝혀내면서 해결방안과 현장실천방안까지 이끌어내는 과정이 되도록 하자. 반별로 진행되는 대안토론은 실행위원들이 토론을 진행해나가는 방식으로 한다. 실행위원의 역할분담은 토론진행자 1명, 토론내용기록 1명(보조기록자 1명) 정도로 구성한다. 토론과정은 실행위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STX조선의 실행위원들이 실제 진행한 내용이다.

(1) 먼저 분위기를 돋운다(10분). 몸 아픈 곳 표시하기,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준비된 자료판에 스티커를 붙이게 한다. 부서별로 몸 스티커를 진행하면, 노동자들의 아픈 곳이 아주 생생하게 보여진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각 단사별로 실행위원이 기초논의를 하여 구체적 내용을 잡는 것으로 한다. 다음은 STX조선에서 실행위원들이 잡은 내용이다.
① 작업공정 개선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일(팀별 취합): 중량물취급/긴 노동시간/빠른 작업속도/불량한 작업자세/부적절한 공구사용/부족한 현장인력/관리자의 압력/안전교육의 미비/업무팀원간의 경쟁/회사의 인사고과제도/현행임금제도/기타
② 노동조합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팀별 취합): 임금인상과 사내복지확대/2인 1조 작업/작업장환경개선/근골격계 검진/각종교육/잔업특근을 포함한 실제 노동시간 단축/기타
③ 반별 추가 필요인원은 몇 명인지 (반별 취합)
(2) 실행위원이 반별로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한다(10분). 이 과정에서 실행위원은 교육과 조직가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3) 자유토론 방식으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의사를 수렴한다(60분). 모아진 의견이 회사에 요구하는 요구안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토론하여야 한다. 대략 다음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끌어 낸다.
① 개별적 작업환경: 현 작업공정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공정은 무엇이며 왜 그런지? 현재 공정이 개선되어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
② 집단적 작업환경: 생산량,인원문제,비정규직문제,노동시간(잔업특근), 업무스트레스(직반장), 임금체계
③ 아픈 사람에 대한 처리문제, 복지
(4) 기타 구호 또는 오행시 짓기 등은 공모하는 것으로 하여 선물을 주는 것도 진행할 수 있다.

6) 평가

평가의 과정은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수렴과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문제점 및 노동자들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쟁점화시키는 과정이다. 조사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너무 방만하여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아서는 조합원들을 묶어내는 것도 힘들며, 개선유무를 평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핵심적인 과제를 중심으로 임단협 때처럼 구체적인 요구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구체화시키는 것이 좋다. 또한 너무 현실적 실현가능성에 초점을 두어 개별적인 작업환경만을 고민하여서는 안 되며, 현장 문제의 근본원인인 노동강도와 현장통제의 문제를 드러내고 구체적인 쟁점으로 잡아나가야 한다. 집단적 작업환경은 고민을 깊게 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쟁점을 잡기 힘든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평가는 조사의 과정에서 단절적으로 있던 문제들이 종합적인 결론을 향해 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즉 조사과정에서 부서별 인간공학 평가, 설문조사, 면접조사, 대안토론, 자료조사 등이 이루어졌다면, 이들 조사결과가 마치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이 꿰어져야 한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진다면 노동강도의 문제 등 집단적 작업환경과 개별적 작업환경의 문제, 그리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제시하는 대안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진실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요구안을 쉽게 부인할 수 없게 된다. 평가는 실행위원 자체평가와, 전문가와 실행위원 공동평가(전문가들이 보조하였을 경우)로 나눠서 진행할 수 있다. 평가의 기간을 충분히 잡아서 노동자들이 직접 조사한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여야 한다.

7) 대책/투쟁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의 직접적 대중행동을 조직하면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실천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조사의 과정과 투쟁/조직의 과정이 선후의 순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조사의 과정에서 조직과 투쟁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3. 맺으며

참여활동연구는 현장노동자들의 참여와 조사과정이 실천단과 현장 노동자들의 직접적 행동을 조직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다. 이 조사과정은 현재까지 조사의 한계를 여러 가지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현장이 조사의 직접적 주체가 된다는 점과, 투쟁과 조사의 이분법적 분리를 극복하고 조사의 과정이 투쟁과 조직의 과정이 되도록 한다는 문제의식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과정이 잘 다듬어져 있지는 못하며, 구체적인 방법들의 개발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해요인조사를 비롯한 노동자의 문제들(건강문제를 비롯한)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참여’와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이든 누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쓰는가에 따라서, 누구의 힘이 더 강한가에 따라서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무조건적인 ‘참여’와 ‘활동’이라는 용어에 현혹되지 말고, 현장 노동자들의 현장통제력 확보와 노동강도 저하를 위해 노동자의 주도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근본정신이 살아있어야 할 것이다.

3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