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월] 이주노동자들, 다시 명동성당에 서다

일터기사

[현장통신1]

이주노동자들, 다시 명동성당에 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이혜은

때 이른 땡볕 더위 속에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았다.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과 노동허가 쟁취를 위한 1인 시위 3일째’라는 입간판과 그 앞에 큰 팻말을 몸에 걸고 있는 이주노동자 한 분, 그리고 가판대에서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2003년말부터 만 1년이 넘도록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쟁취’를 내걸고 농성투쟁을 벌였던 바로 그 자리에 농성을 푼 지 반 년만에 다시 서게 된 것이다.

창립과 함께 시작된 노조탄압

이주노조는 380일간의 명동성당 농성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4월 24일 창립되었다. 2000년 10월 이주노동자 투쟁본부를 시작으로 2001년 5월 건설된 평등노조 산하의 이주노동자지부를 거쳐 이루어낸 소중한 성과였다.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독자노조라는 희망을 안고 창립하였지만 창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5월 14일 아노아르 위원장의 표적연행과 6월 3일 노동부의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 등 거센 노조탄압에 부딪히게 되었다.
법무부는 아노아르 위원장의 연행에 대해 ‘통상적인 불법체류자 단속활동에 따라 단속된 것일 뿐, 노조결성을 주도한 이유로 표적단속된 것이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창립 3주만에 30여명의 대대적인 단속반과 5대의 차량까지 동원하여 어떠한 적법한 절차도 없이 아노아르 위원장을 막무가내로 덮치고 집단폭행을 가하여 연행한 것은, 누가 보기에도 표적연행이 아니랄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남아있는 노조 집행부들도 연행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부는 이주노조의 노조설립신고서마저 반려했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라는 당연한 사실이 한국정부에 의해 부정된 것이다. 이주노조는 지난 5월 3일 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서울지방노동청은 ‘임원 명단 공개, 사업장 주소와 대표자․조합원 명단 공개, 총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며 노조설립을 지연시켜왔고 조합원 대다수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이주노조가 조합원 정보만큼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자 노조 설립신고에 대해 반려를 통보한 것이다. 현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싸우려면 노조가 있어야 돼요”

이주노조의 까지만 사무국장은 지난 기나긴 농성투쟁에서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싸우려면 노조가 있어야 돼요. 지금 한국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탄압이 엄청나고, 아직도 그저 사장만 믿고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국 노동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서 싸우고 권리 주장하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우리도 한국 노동자들이랑 같이 투쟁하고 싶고 우리의 노동권을 쟁취하고 싶어요.”

점점 늘어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동허가제 도입만이 대안이다

다시 명동성당에 선 이주노동자들의 구호는 1년 전과 다르지 않은 ‘노동허가 쟁취, 노동권 쟁취’이지만 이들에 대한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경대응과 그로 인한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와 노동권 탄압은 이제 더 이상 심해질 수가 없을 정도이다. 지난 1월과 2월에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과 단속반원에 의한 집단폭행과 단속반원이 사용한 전기충격기에 의해 이주노동자가 심각하게 부상당하기도 했고 5월에는 집중단속으로 연행되어 단속반 차량에 갇혀 있던 한 이주노동자가 탈출을 시도하자 단속반원이 정체불명의 물체를 던져 그의 발뒷꿈치뼈가 완전히 부서진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이 무리한 강제단속 추방정책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 2003년 11월 단속 초기 12만명이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2005년 5월 현재 19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2005년 8월 말에는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노동자들이 왜 점점 더 미등록 상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외면하고 이미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강제단속 추방정책을 무의미하게 답습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답답하다. 하지만 강철은 두드려지면서 더 강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주노조 까지만 사무국장의 말에서 노조로서 단결이 더해진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결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위원장 연행, 노조설립 반려에 인권침해적 단속 추방 등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금 우리의 투쟁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투쟁은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는 첫걸음입니다. 노조설립 허가를 위한 법적인 대응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허가가 되든 안 되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겁니다.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요.”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이들의 투쟁. 그 끝은 승리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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