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월] 안전운전?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안전운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오주환

도로에서 차를 몰다보면 대형차량이 무서울 때가 많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여성운전자의 경우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옆으로 쌩하고 지나가면 자칫 나랑 부딪치기라고 할까 겁나고 뒤에서 다가오면 실수로 나를 들이받아 버리지는 않을지 겁나고, 너무 느리게 간다고 혹은 비켜주지 않는다고 “빵빵”소리를 듣게 되기라도 하면 가슴이 쿵곽쿵곽하고 내려앉은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대형차량이란 존재가 썩 좋은 인상으로 다가 올 수 없을 것인데, 대부분의 승용차 운전자들이 이런 심정을 겪었을 것이다. 예전엔 나도 이런 기분이었다. 그러나 난 최근 대형차량들의 노조결정과 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 이후 느낌이 크게 변했다. 레미콘파업, 화물연대, 덤프연대 등등 운송하역관련 노동조합의 파업이나 단체로 차량이 줄지어 고속도로 정속운전하는 준법투쟁 같은 것들이 TV에 자주 보이면서, 이들의 요구에 “한 번에 과도하게 많은 양을 싣지 않고 달리고 싶다”, “시간에 쫓기는 위험한 운전을 하고 싶지 않다”, “제 때 식사하고 잠자면서 운전하고 싶다” 등등 이란 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이분들 또한 ‘그렇게 운전하고 싶지 않았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도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해보았지만, 스스로 이렇게 공동의 목소리로 ‘안전운전’할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함으로써 내게 난폭운전자로서의 대형차량의 이미지는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길에서 혹은 운전 중 신호대기 하는 중 앞이나 뒤에 있는 대형차량에 ‘화물연대’란 스티커가 붙어있으면 안심이 되고 흐뭇하기도 하다.

새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도 있다. 난 전에 이들이 비싼(대형)차를 소유한 부자인 차량사업주인 줄 알았는데, 관련기업에서 차량을 소유하고 운수노동자로 이들을 고용하는 형태로 하지 않고, 이들 운전할 노동자들로 하여금 차량을 소유하도록 한 후 이들과의 계약으로 운송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들이 형식상 차량의 주인이지만 실제로는 그걸 조건으로만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이므로 사실상 관련기업주가 차량을 소유하고 이들을 운송업무에 고용하기만 한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이들은 안전운전을 하고 싶어도 시간과 물량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으므로 이를 맞추기 위해 과적과속운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다시 한 번 명료하게 확인되는 순간이다. 개별운전자로서는 이에 저항할 수 없었다. 왜냐면, 복잡하고 중간착취적인 계약체계로 이들은 이렇게 과적과속운전을 하고 사회적으로 위험스런 존재로 인식되면서도 사실상 ‘임금’인 ‘운송료’를 제대로 받기도 어려웠으며, 이 또한 안전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과 운전속도로 운송하려면 계약자체에서 배제될 가능성(사실상의 해고와 같은)이 매우 높이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 단결해서 자신들의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였고, 이 투쟁은 자신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교통안전에서의 위험요소들도 함께 없앨 수 있는 투쟁이 되었다. 큰 차들을 모는 분들의 투쟁은 내게 “큰 차에 대한 공포감”을 날려버렸다.

1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