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2월] 운전면허 쟁취 후기 – 배움에 대한 생각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운전면허 쟁취 후기 – 배움에 대한 생각

군산 노동자의 집 여은정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딴 운전면허를 나는 꼬박 4달에 걸쳐 땄다.
물론 그 중간에 핵폐기장 싸움을 하느라고 한 달 정도를 빼먹긴 했지만 말이다.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절대 운전면허는 따지 않겠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난 기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운전학원은 매번 강사가 바뀌면서 운전을 못하는 나는 점점 운전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렇게 어려운 운전을 배우려고 했던가 후회가 막심했다.
20시간 내에 코스를 다 배우기는 커녕, 그 두 배인 40시간을 배운 후에야 나는 코스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운동신경이 둔한 내가 그래도 코스를 한 번에 합격한 건 오로지 오래 배운 덕이다. 언젠가 아는 언니가 학원에서는 돈 벌려고 수강생들을 빨리 빨리 내보내는데 그러면 운전이 미숙해서 사고가 많이 나니 운전을 천천히 잘 배우라고 했던 말로 위로를 해본다.

운전을 배우는 동안 나는 무언가를 배우고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내가 무언가를 최초로 배운 기억은 바로 아버지한테서 기역, 니은을 배웠던 거다.
학교를 들어가기 전이었고 글을 배운 후에는 시계 보는 법을 배웠다.
겨울이었고 저녁을 먹은 후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방 한가운데 걸려있는 커다란 괘종시계를 가리키며 나에게 시계 보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버지가 알려준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한 나는 숫자 7을 분으로 환산하지 못했고 성질 급한 아버지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뒤부터 매일 밤마다 공포의 시계보기는 계속 되었고 어쨌든 나는 시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이런 주눅 든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어릴 적 부끄럼 많고 겁 많던 내게 헤엄치는 법을 알려준 건 동네 언니들이다.
손에 실을 쥐어주고 그걸 믿고 물 속에 떠있게 한 것도, 장난치며 놀다가 서서히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 깊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 것도 언니들이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친 기억은 동아리 후배들에게 풍물 강습을 했던 거, 친구에게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려준 거, 그리고 대안생리대 만들기, 산에 가서 밥 해 먹기 정도다.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에서 배우고 가르친다.
내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먼저 알은 사람에게 배우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배우는 것이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 매우 고압적이거나 불친절할 때, 소심한 나 같은 사람은 배우는 것을 차라리 포기하고 싶다.
가르치는 것을 친절하게, 배우는 것을 성실하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내년 한 해에는 뭘 배워볼까?

향기로운 인간관계 맺기, 일하고 싶은 일터 만들기, 트럭 모는 멋진 아줌마 되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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