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월] 도시철도 시격조정 철회투쟁

일터기사

< 시민의 안전과 편의, 그리고 기관사의 건강을 돈과 바꿀수는 없습니다 >

도시철도 노동조합 승무본부

1호선과 2호선,그리고 5호선이 만나는 왕십리역 지하 4층에는 작은 농성장이 차려져 있습니다. 1월 31일부터 일방적으로 도시철도공사가 강행한 5·6·7·8호선 열차운행축소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면서 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가 차린 농성장입니다.

도시철도공사는 적자와 적은 승객수를 이유로 운행횟수를 평일에는 148회, 일요일은 244회, 그리고 토요일은 312회를 줄여버렸습니다. 특히 토요일 아침에 5호선은 2분 30초를 기다리면 오던 열차가 일요일 기준인 6분을 기다려야 오게 되었고, 토요일 출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평일 아침보다도 더 숨막히는 콩나물열차를 타야 했습니다.
5호선 한 번 운행을 줄이면 11만원의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기세만이 아닙니다. 도시철도노조는 지난 1월 23일 주5일제를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승무에서는 기관사 77명의 신규인원이 합의되었습니다. 열차운행 횟수를 축소를 통하여 이 77명을 뽑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공사는 기관사의 하루 평균운전시간인 4시간 42분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노동강도의 변화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평일에는 승객수가 20~33%, 그리고 토요일 오전의 경우는 2배이상 증가하게 되고, 그에 따라 기관사들은 출입문사고나 사상사고의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더욱이 혼자 열차를 운행하는 5·6·7·8호선의 기관사들이 느끼는 노동강도의 압박은 바로 시민들의 안전과 기관사의 건강에 위험을 미치지만 공사는 그것도 일이 늘어난 것이냐고 전혀 콧웃음을 칠 뿐만 아니라 운전시간 5시간이상 늘어난 지방지하철을 예로 들면서 말을 안들으면 지방지하철처럼 하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과거부터 해오던 관례들을 전부 무시하고는 휴가를 안내주거나 병가를 징계사유로 삼는 등 비상식적인 짓들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도시철도 승무본부는 지하철의 공공성을 위협하고, 기관사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방적 열차운행축소철회를 위하여 2월 25일 현재 26일째 농성을 진행중입니다. 주요 환승역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유인물등을 배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열차출입문에 스티커를 붙인다든지 목요일마다 집중집회를 개최하여 시민들에게 열차운행축소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여섯 개 승무지부와 그 외 다른 동지들이 계속하여 당직을 서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농성은 몇차례 해봤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외부장소에서의 농성은 처음입니다. 농성장이 지하4층이다 보니까 웬만큼 추운 날씨도 잘 모를 정도로 추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기가 상당히 탁해서 한나절만 있어도 코가 막히기도 하고, 새벽 5시 30분 첫차가 운행할 시간이 되면 열차가 지나다니는 소리와 승객들의 발소리가 자명종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열차가 왕십리역으로 멈추고 다시 출발할때마다 본부에서 가지고 온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전자파가 심한지 몸소 느끼기도 합니다. 지난 2004년도 측정당시 모든 사업장 중 전자파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직업이 지하철 기관사로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또 가끔 취객들의 시비때문에 말싸움 끝에 파출소까지 간 일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끊이지 않고 농성장을 방문하는 여러 동지들, 그리고 승무본부가 농성하는 이유를 묻고 그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교통보좌관이었던 음성직 사장이 지난 9월 도시철도 사장으로 새로 취임한 이후 도시철도공사는 후퇴된 주5일제실시, 구조조정 가속화, 현장탄압 가속화로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장이 신년사에 도시철도공사의 제일 목표는 적자해소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모든 사업을 그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운행횟수를 줄이고, 역들의 민간위탁이나 무인화, 그리고 외주용역 등 지금까지 수많은 공기업에서 이루어졌던 구조조정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고, 조합원들은 도시철도에서 가장 확실한 자리는 관리직이 아닌 음성‘직’이라고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기관사들은 공황장애를 비롯한 신경성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공사의 노동유연화와 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사가 사장의 소유물이 될 수 없고, 기관사가 관리자들의 노예가 될 수 없습니다. 도시철도공사가 구조조정의 의도를 포기하고, 지하철이 본래의 목적인 공공성을 확보할 때까지 왕십리역 농성투쟁은 힘차게 전개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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