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월/특집1] 이젠 노동의 질로써 승부한다.

일터기사


이젠 노동의 질로써 승부한다

김봉길 /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현대자동차 현장에서 주간연속2교대는 오랜 노동으로 악화된 건강과 무방비로 방치되던 고령화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주간연속2교대가 실시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현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간연속2교대가 현장에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실 외부에 알려져 있는 바와는 딴판으로 그 없이 열악한 현대자동차의 노동조건 때문이다. 출근하여 하루 10시간의 노동이 당연하게 실시되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주말의 특근철야로 인해 쉬는 틈이 없는 것이 현재 현대자동차 노동의 현실이다. 시급제 노동자가 임금을 현실성 있게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장시간 노동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더 노동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었다. 때문에 현장활동가나 대의원들의 능력의 척도는 다른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의 일거리를 회사로부터 빼앗아 오는데 있으며, 조합원들의 건강을 생각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할 것 같으면 죽일 놈으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시간만 되면 끊임없이 돌아가는 콘베어작업에 기인한다. 한 작업을 마치고 나서 돌아서면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작업들. 하루약 500여대의 물량을 쉴새없이 돌아가는 콘베어에 맞추어 똑같은 반복 작업을 하고나면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특히 누구에게 딱 부러지게 아프다고 말하기조차 힘든 근골격계질환은 현대자동차의 모든 작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골병이 되고 있다.

그리고 노후에 대한 실질적인 두려움이 그 원인이다. 콘베어에 실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만하는 우리는 막상 퇴직을 하고 사회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고 미래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저 볼트 조이는 작업 속에서 한평생을 바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노인정이나 찾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찾는다고 시도하는 순간 다가오는 사기꾼들의 검은 유혹에 시달리는 것 외에는 없다. 이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실제 함께 일하다가 먼저 퇴직하신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들이 느끼는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런 장시간 노동, 건강권악화, 미래의 불안과 같은 것들은 임금인상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었다. 임금인상도 중요하지만 열악한 우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길은 없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그 대안으로 주간연속2교대를 장기적인 정책과제로 생각했던 것이다. 어차피 콘베어 시스템에서의 생산이라는 것은 시간 따먹기 외에는 없다. 얼마나 콘베어벨트를 돌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생산목표를 달성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조건 속에서 가장 인간다운 노동을 실현하는 길은 주간연속2교대뿐이라는 것이었다.


주간연속2교대제를 위한 경과와 과정

처음 우리가 주간연속2교대를 부르짖었을 때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조합원과 심지어는 활동가들까지 코웃음을 쳤다. 실현 불가능한 대안으로 조합원을 농락하는 정책대안이라는 것이었다. 현장에서는 장사 잘될 때 돈이나 많이 벌게 해주면 되지 무슨 주간연속2교대냐, 오히려 회사에게 임금삭감의 원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건강은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노동의 현장에서 지켜질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04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연구작업에 들어갔다. 현장에서의 조합원 건강이 얼마나 악화되어있는지, 해외에서 노동시간은 어떻게 얼마나 실시되고 있으며 우리와는 얼마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주간연속2교대로 가는 길에 우리들의 임금과 회사의 생산성을 어떻게 조율하고 갈 것인지, 새로운 정책을 실현시키는데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문제점은 없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연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건강권에 대한 조사를 현장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기구를 사용하여 실질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조합원의 설득작업은 매우 힘들었다. 연구하려면 자기들만 하면돼지 힘들게 일하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것이 조합원들의 반응이었다. 아예 설명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으려는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에게 다가가서 설득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노동의 질 개선이 주는 의미가 우리들의 현실과 미래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설득한 결과 일단 조사 작업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다음 고비는 연구 작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인원을 확보하여 노동조합에 상근화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회사를 넘어야 했다. 이는 04년 임금협상에서 마지막까지 쟁점이 되었고 결국 전체적으로 4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건강권 조사는 물론 조합원들과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의식조사도 실시했다. 무수한 날들을 밤을 새면서 토론도하고 보고서도 쓰면서 연구자들의 어려움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힘든 여정이 한국사회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신념 하나로 버티어 갔다. 이렇게 하여 04년 말에는 그 보고서가 나오게 되었다.

보고서가 나오자 각계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연구작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이러한 연구결과를 우리만 꽁꽁 숨겨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 했다. 우리만이 아니라 한국의 전근대적인 노동시장에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는 것, 양보다는 질에서 노동의 인간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만으로는 힘들 것이며 전체의 노동자들이 함께 할 때만이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현대자동차가 거느리고 있는 부품업체의 노동조건에 대한 고민이었다. 현대자동차는 270여개의 1차 부품업체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보다 더 많은 2차 업체를 거느린 국가기간산업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노동조건의 변화는 현대자동차 조합원 4만3천명뿐만 아니라 비조합원을 포함하여 약 7만명, 더 나아가 부품업체까지 합칠 경우 10만여명의 인원이 노동조건의 변화를 겪게 됨을 의미한다. 이것을 간과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특히 사측은 언제든지 부품사 구조조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태에서 잘못하면 그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결과만 초래할 위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맹에서의 연구결과에 대한 설명회에서 우리는 이러한 위험성까지 포함하여 함께 만들어 가는 노동의 질 개선을 역설하였던 것이다.


05임단투에서의 주간연속2교대 요구와 쟁점, 그리고 투쟁

05임단투 요구안을 만들면서 우리는 당연히 가장 주요한 요구로써 주간연속2교대를 상정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하여 즉시 실시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그것은 우리조차 준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던 부품사에게도 이러한 제도에 맞춘 대응기간을 줘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실시에 따른 임금문제와 생산성문제, 그리고 직접생산부서와는 다른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간접생산부서의 노동조건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요구안에 “노동시간 연장 없는,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주간연속2교대”를 투쟁 방향으로 잡고 “08년 4월1일 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07년 12월31일까지 임금 및 생산량에 따른 대책마련(설비확충 등), 전단계로 주간근무시간 변경(잔업시간 2시간에서 1시간30분으로 축소)을 요구하였다. 또한 장시간노동의 해악을 근본부터 접근하자는 생각에 노동시간상한제 도입을 위한 노사 각 5명으로 구성된 노동시간통제위원회 구성을 요구하였다. 또한 토요일 17시부터 익일 08시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노출된 조합원의 건강권을 위하여 야간특근제를 없애고 주간에 특근하자는 주간특근제를 요구하였다.

협상기간 중 회사는 이러한 우리들의 요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였다. 특히 현재 호황국면에서는 어느 나라도 실행된 적이 없다는 헛소리로 일관하였으며, 나중에 불황기가 닥쳤을 때 논의하자는 졸렬함을 보였다. 그러나 불황기에 논의가 진행된다면 어차피 우리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이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만큼의 협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세적인 요구와 협상을 위해 호황기에 실시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결국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병행한 끈질긴 투쟁을 통해 우리는 08년 4월1일 실시요구를 09년 1월1일부 실시로 쟁취하였고, 노동시간통제위원회는 노동시간개선위원회로 개명되어 꾸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주간특근제는 현장의 반대가 거세었다. 결국 현재의 임금 상황으로서는 임금보전을 위해 야간특근제가 존속되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이후 노동시간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한 주간조 근무형태변경은 실시하자는데 가닥을 잡으면서 잔업시간은 실 작업시간만 임금을 적용한다는 사측의 주장에 맞서 저녁식사시간을 없애고 15분 휴식을 가지면서 식사대신 간식을 먹고 1시간30분 작업 후 18시45분에 퇴근하자는 요구를 하면서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서게 되었지만 결국 15분 휴식, 1시간35분 작업을 쟁취하게에 이르렀다.


이후의 전망과 과제

주간연속2교대는 일단 현대자동차에서 큰 걸음을 떼면서 전국적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수구보수언론에 의해 연봉 6천만원을 받는 고임금 노동자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내몰렸던 사회적 조건 속에서 연구보고서와 요구안 쟁취 투쟁을 통해 현대자동차 노동의 실상을 밝히면서 허구적인 선전을 잠재운 것은 특기할만하다. 또한 기아자동차와 대우, 쌍용자동차까지를 포함한 자동차산업은 물론이거니와 심야근무가 실행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심야근무의 해악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으로 건강권을 위해 노동의 질 개선에 새로운 눈을 떠야 하는 것을 말없이 역설한 것은 큰 성과였다.

그러나 가야할 길은 멀다.

실제 우리가 쟁취한 것은 단지 언제까지 실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세부사항에 대해서 지금부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얼마나 우리 것으로 승화시켜 내느냐가 중요하다. 임금부분에서 사측은 분명히 억지주장을 펼치고 나올 것이다. 심야근무가 없어지는 만큼 임금하락은 있어야 한다는 억지를 쓰고 나올 것은 분명하고, 생산성하락에 맞추어 어떻게 생산성을 보전할 것이냐가 주요주장이 될 것은 불문가지인 것이다.

임금하락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위해서는 먼저 복잡하게 얽혀 자기 임금계산도 잘되지 않는 임금체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임금체계 개선은 이후 시급제 노동에서 월급제 노동으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진행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과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설비의 부족으로 현재도 생산에 맞추어 365일 격노에 시달리고 있는 변속기공장과 엔진공장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은 어떻게 될 것인지, 심야노동 철폐로 인해 줄어드는 물량에 맞추어 부품공장의 노동조건은 어떻게 정립되어야 할 것인지 등은 계급적 노동운동의 조건 속에서 함께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새벽에 일어나서 오후까지,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의 노동은 불가피할 것인데 어떻게 노동시간을 책정할 것인지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난제들이 즐비하다고 해도 지금까지 우리들이 모르고, 혹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몰렸던 열악한 노동조건들을 근본부터 바꾸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주간연속2교대가 내포하는 의미는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서 큰 걸음이 되듯 이 한 걸음으로 시작하여 생산제일주의에 매몰되어 왔던 노동을 인간적인 노동으로 승화시켜내면서 자본의 주장에 매몰되는 노동이 아니라 노동자가 주인 되어 만들어 내는 노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동해방의 한 걸음일 것이라는 우리의 의지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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