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월] 창원 GM 대우 비정규직 지회 농성장을 방문하며

일터기사

창원 GM 대우 비정규직 지회 농성장을 방문하며

이숙견 / 한노보연 부산연구소

– 4월 23일, 창원GM대우 비정규직 지회 농성장을 가다

어제따라 비가 와서 고공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두 동지들이 더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였다가, 고공단식농성을 하고 있던 동지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농성을 하던 동지들이 내려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황의 긴박함과 함께 이후 투쟁에 대한 걱정, 일터 취재가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취재는 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농성장에 도착하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정문앞을 가로막고 있는 컨테이너와 철조망이었다. 살벌하게 쳐져있는 철조망, 몇겹으로 둘러싸인 컨테이너는 그동안 얼만큼 치열하게 투쟁이 진행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옆 농성장에 붙여진 글 내용이 ‘고공농성 31일째, 단식투쟁 19일째’라는 문구였다.

컨테이너 박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동지들과 지역의 연대 동지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GM대우차가 창원에서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약직으로 일을 했다는 동지부터 입사한지 5년, 3년 되었다는 동지들까지 모두들 기나긴 투쟁으로 피곤해보였지만, 얼굴만은 씩씩하고 꿋꿋해 보였다.
창원 GM대우에는 정규직 노동자는 1400명에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1200명정도이고, 12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3개월간 단기 아르바이트노동자와 1년간 계약직 노동자로 구분되어있다고 한다.

–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십시오

“소속은 대정이라는 회사지만 출근하면서부터 퇴근까지 원청의 관리를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843명이라는 조합원이 불법파견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죠. 참 웃긴 것은 내가 비정규직으로 대정에 고용되어서 창원 GM대우에 근무한지 3년만에 대정 사장을 처음 봤다는 것입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도록 되어있지만 1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시 계약이 되는 것이지요. 그 정도로 고용만 대정이라는 하청업체에 되어있지, 나머지 업무관리나 모든 지시 감독은 원청 관리자에게 받는거죠.”
“하지만 회사(GM대우)에서는 일은 똑같이 시키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모든 일상에서 차별을 받습니다. 함께 일하는 공장인데도 불구하고, 안전화부터, 작업복, 명찰 등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이죠. 회사에서는 일부러라도 함께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틀리다는 것을 서로가 알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 일하시다 사고나 직업병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는 가요?
“잘 아시겠지만…일하다 사고가 나거나 직업병이 생기더라도 산재 신청은 꿈도 못 꾸는 일입니다. 특히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에는 더 심각했습니다. 산재로 신청하면 TO가 안 났고, 혹 산재를 하더라도 재발할 경우에는 산재로 안 하겠다는 각서를 내야 합니다. 심지어 산재로 다쳤는데, 산재처리는 못하고 병가를 신청하려고 해도 안 해준다고 하여 결국 월차를 사용해서 치료받고 하였습니다.”

–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노조가 생기고 나서 월차문제, 산재문제, 불이익 문제 등 우리의 문제에 대하여 원청에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임금의 경우에도 4년 내내 동결되었는데, 임금인상도 되었죠. 무엇보다도 자기 권익을 찾기 위해서 떳떳하게 말하고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조합 만들기 전 협의회를 만들었을 때, 첫 선전전을 나가면서 피켓을 들고 현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하고 많이 걱정도 했습니다. 문구 하나 만들 때도 우리 마음이 담겨있었고 이야기하는 것만이라도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목표달성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원청 관리자에게 제대로 크게 한번 숨도 못 쉬고 살았는데, 이제는 요구할 것 요구하고 문제제기하고 하니까 원청 관리자가 함부로 이야기도 못하고, 정규직들도 비정규직에 대하여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의 가열참을 보면서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농성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생계문제가 가장 크죠. 농성하면서 제일 힘들고 마음 아팠던 것이 업체가 폐업하고, 농성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조합원들이 생계문제로 나가야 되는 것입니다. 붙잡고 싶어도 상황을 이해하니까 그럴 수 없었죠. 농성하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생계문제까지 겹치면서 더 힘들게 되는 것이죠.”
“그나마 회사 안에서 농성했을 때는 황제농성이었던 것 같아요. 식사, 전기, 수도 등 모든 것이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었는데 회사 밖으로 쫓겨나면서 정문 앞에서 농성을 하니, 정말 힘들더라구요. 식사문제부터 전기, 수도 등 한두 가지 힘든 게 아닙니다.”

부당하게 해고된 87명(87명의 해고자 중 단기계약직 15명)의 원직복직과 단기계약제도 철폐, 고용안정보장, 비정규직보호입법안 통과반대를 요구하며 고공단식농성을 진행하였던 동지들이 건강상의 문제로 내려왔지만, 지회장 동지는 여전히 목숨을 내걸고 노동조합 지부 사무실에서 계속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농성장을 나오면서, 정문 앞을 버티고 서있는 컨테이너와 철조망이 또다시 눈앞을 가로 막는다. 우리 손으로, 우리 투쟁으로 부수어야만 할 저 벽들이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기에, 노동자는 하나이기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들어가서 일하고 싶어요”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힘들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어요. 교섭도 잘 진행되고 동료들과도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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