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월/4월의 야단법석] 건강하게 일할거야~

일터기사

4월의 ‘야단법석’, 건강하게 일할거야~

– 노동자건강권쟁취투쟁의 달을 맞아 거리선전을 하다 –

윤영

4월 토요일마다, 대학로 거리에 수상한 무리가 나타난다!
깜찍하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선전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자세히 살피면 ‘쟁반 노래방’에 나왔을 법한 둥근 알루미늄쟁반 여러 개가 색지를 쓰고 선전물로 둔갑한 것이다! 한 손엔 구호가 적힌 쟁반, 다른 한 손엔 숟가락을 들고, 그 쟁반을 숟가락으로 사정없이 때리며 무리는 이동했다.

아, 대형 피켓 하나와 목에 걸린 말풍선 네 개의 글귀가 이들 정체에 대한 의문을 조금 해소해 준다. 노동강도가 강화되어 노동자가 산업 재해로 많이 죽고 병드는 현실, 자본의 이윤추구 때문에 노동자의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 무리의 선두에 선 사람은 ‘신자유주의, 노동강도 강화’를 상징하는 1m남짓의 악어모형을 끌고 다녔는데, 그 악어 입은 끈으로 꽁꽁 묶여져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 요상한 무리의 출현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다들 궁금해 한다, 저들의 정체를.. 그러자 때맞춰 화려한 선전물을 든 채로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4월은 무슨 달?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

산업재해로 하루에만 10명이 죽고 300명이 다치거나 병드는 노동현장, 노동자라면 이 산업재해의 고통을 피해가는 것이 힘들 정도로 지금의 노동 현실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98년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노동 유연화, 비정규직 확대,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점점 많은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하며 몇 명이 할 일을 한두명이 맡게 됩니다. 인간의 속도가 아닌 기계의 속도로, 자본의 공식대로 부품처럼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도 산업재해는 줄어들 줄 모릅니다.
그래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를 막아내고 비정규직 차별철폐뿐 아니라 고용안정을 쟁취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노동강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정말 중요하겠죠!
다시 말씀드릴게요, 자본의 이윤추구로 하루에 10명의 노동자가 죽고 300명이 다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들이 단체로 착용한 조끼에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라는 말과 함께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이라는 문구가 박혀있다. 그제야, 쟁반에 써 있던 그 많은 구호와 요구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가치관을 찾을 수 있었다,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 자본의 이윤보다 소중하다는 당연한 전제!
그들이 든 엽기발랄 쟁반 8개는 제법 진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죽음과 골병의 현장을 당/장/멈/춰]내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반대, 비정규직 철폐, 한미 FTA 저지, 노사관계로드맵 분쇄]가 꼭 필요하다는..
나도 모르게 집회의 커다란 대오에게선 느끼기 힘든 친근함을 오합지졸(!) 그들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소란하고 자유로운 선전방식이 자칫하면 가볍게 보일 수도 있으나 바로 그 점이 다가가기 부담스러웠던 기존의 노동자 이미지를 바꾸는 신선함일 것이다. 전하려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은 만큼, 아예 유쾌발랄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쉬운 접근을 유도하여, 사실상 자신들의 주장을 더 잘 전달하는 나름의 전략은 꽤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

4월 토요일, 대학로에 왔다가 거리 선전을 목격(!)한 어느 행인 A씨는 위와 같은 후기를 남겼다..가 아니라 남겼을 성 싶다(좋은 평가 일색의 위의 글은 행인 A씨가 아닌, 우리의 ‘기대’가 쓴 글일 뿐이란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대학로에서 야단법석을 피우던 우리는 눈길을 보내줬던 많은 사람들에게 저 후기에서의 반응을 기대했다. 실제로 4월 주말 대학로에 우리를 보던 시민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을 맞아 한노보연 회원 뿐 아니라 하이텍 공대위, 여러 보건의료 학생들이 함께 했던 ‘야단법석’은 ‘노동건강권 인식의 대중화’에 그 목표를 두고 ‘대중적 성격’으로 가져간 사업이었다. 물론 우리의 구호와 요구의 내용을 후퇴시키지는 않았으며 다만 선전의 방식에서 기존의 선전과 차별화를 꾀했다. ‘깜찍, 엽기, 발랄, 유쾌’한 코드를 가지고 난장을 준비했고, 가판을 차려 정적인 방식으로 주장을 전달하기보다 대학로 거리를 누비며 그야말로 ‘한판 놀자’는 기분으로 동적인 선전을 해보았다. 야단법석을 직접 떠는 우리들은 초반 살짝 민망해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나는 분위기에 취해 선전이 곧 놀이가 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거리선전을 하는 사람도, 거리선전을 보는 사람도 모두 즐거운 ‘4월의 야단법석’이 아니었나 싶다.

불안정 고용과 노동강도 강화의 모습으로 노동자의 숨통을 죄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는 거창한 목표에 비해 4월의 야단법석은 어찌보면 소박한 실천이었다. 하지만 큰 목표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이 작은 야단법석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게다가 자기 자신이나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이 대부분 노동자인 대중을 상대로 노동자건강권에 대해 소통하는 일은 어느 때고 중요하다. ‘야단법석’ 거리선전은 4월 토요일에 벌어졌었던 한시적인 대중사업이지만 건강한 일터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은 이번 5월, 올해, 앞으로도 각 현장과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길 바란다.

모든 사람들은 안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은 소중하다는 사실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동자, 이들이다. 자본의 공식으로 움직이는 지금의 노동현장을 본다면 인간인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은 그 가치가 사라진 듯 보인다.
자본의 이윤이 인간의 생명을 앞설 수 없다는 명제는 당연하다. 우리는 이 당연한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하루에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10명, 다치는 노동자가 300명 이상인 현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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