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월/현장통신1]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일터기사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화룡 /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조합원

청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는 그동안의 어려움과 고통에 대한 얼굴들에서 조금은 벗어 난 듯하다. 오히려 내일에 대한 기대와 1년 7개월 동안에 우리에게 일어났었던 모든 사건들을 잊어버린 듯 웃음 띤 목소리가 버스 여기저기에 번지는…….

지난 5월 13일 새벽 5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절규와 함께 15만 볼트 고압이 흐르는 철탑위에 올라갔다. 5월 23일에는 서울 강남 대치동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12층 대표이사실을 조합원 38명이 기습점거하고 현재까지(5월 30일) 대표이사 면담과 노사 직접 교섭을 요구중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사측은 이렇다 할 모습도 아니 오히려 농성장으로 들어 가야할 최소한의 음식물 반입마저도 전면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본사 사옥 여기저기에 용역 깡패의 분주한 모습들만 보일뿐, 회사 그 어느 누구도 우리와 사태 해결에 대한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우리는 16일간의 전조합원 본사 앞 거리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한 바있다. 그때 충청북도 도지사와 지역의 지도자들로 구성된 범도민 대책위가 우리를 찾아왔고 하이닉스 대표이사와 진행된 면담이후 농성을 중단하고 지역(청주)으로 내려가만 주면 중재단을 구성해 모든 방면의 사태해결을 만들어 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우리는 이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청주 농성장으로 복귀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의 약속은 온 데 간 데 없다. 하이닉스자본은 간접교섭에서 우리들의 투쟁을 온갖 이유와 핑계를 대며 조금씩 파괴하였고, 매그나칩 자본은 애당초 교섭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전보상처리를 강요하였고 조합원들의 현장복귀 거부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등 현장으로의 복귀는 오히려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듯했다. 때문에 우리는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오지 않는 한, 우리들의 문제가 절대 해결될 수 없음을 4개월간의 시간을 통해서 재확인했다. 그래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들의 투쟁을 새롭게 출발하였고 그 결의를 받아 지역에서는 5월말, 6월 집중투쟁을 힘있게 결의했다.

우리의 새로운 투쟁은 5월 1일 하이닉스. 매그나칩 청주공장을 시작으로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경찰들은 공장 정문을 봉쇄하고 물대포를 쏘아댔지만 결코 주저하지 않고 공장 정문 경비실 옥상을 점거했다. 그 싸움의 뜻은 예전과는 달랐다. 지역의 모든 목소리를 떠나 노동자들만의 힘으로 회사로 돌아갈 것이며 그 과정은 지난 2005년의 치열한 싸움들을 예상하게 했다.

이제 우리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천 길 낭떠러지 생존의 벼랑 끝에 서있다. 15만 볼트의 고압이 흐르는 철탑위에서, 식수와 음식물이 차단된 밀폐된 농성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전력투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1년 7개월간의 싸움을 끝내려고 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어두운 절망을 찢어버리고 희망을 쏘아 올리기 위한 결단과 결의를 앞두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긴 일회용 부품 같은 인생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더 이상 천대받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반드시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동자의 손으로 깨부수고자 한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서울 어느 한복판의 길거리겠지만 우리가 다진 결의만큼 우리가 느끼는 분노만큼 우리가 하고자 하는 굽히지 않는 강하고자 하는 싸움인 만큼 내일 공장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을 꼭 느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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