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월] 부산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조건 실태조사연구 – 2

일터기사


부산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조건 실태조사연구

김정원 / 한노보연 부산연구소


2회. 승무노동자의 건강상태와 노동조건

공공기관의 민영화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흐름은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노동조건을 악화시켰다. 구체적으로 인력감축, 운행시간연장, 1인 승무 등 노동강도강화, 부족한 휴일수와 외주화, 비정규직 하청 등 고용불안, 그리고 지하환경, 안전・사상사고와 교번제 등의 제반 노동조건의 문제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회에는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의 피로, 위장장애, 수면장애 등의 일반적 건강상태와 함께 심혈관계 및 스트레스 호르몬 등의 건강지표와 승무노동자 사상사고와 교번제, 그리고 노동조건・노동강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승무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상태

1.1. 육체적・정신적 피로도

부산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를 물어보았다. 노동자들은 육체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와 항상 있다가 42%,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는 약 40% 정도였다. 또한 육체적으로 지치는 경우는 ‘간혹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55.8%으로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56.9%으로 가장 많았다. 즉 상당수의 승무노동자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로 운전하고 있었다.

* 그림 1(작업중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 그림 2(작업중 육체적으로 지치는 경우)는 일터6월호 참조

“특히 많이 피곤할 때가 있는데 새벽 4, 5시에 출근할 때 2인 승무가 될 때는 20-30%의 보조가 되는데 나 혼자 하니까 정상적인 컨디션에서는 100이라는 피로가 온다면 몸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는 200-300의 피로도가 온다”

즉, 승무노동자의 피로도는 1인승무와 새벽출근 등 노동조건과 관계가 있었다.

1.2. 불규칙한 식사와 심각한 위장관 장애

승무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인 교번제는 불규칙한 출퇴근과 운행시간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는 아래의 그림처럼 99%의 노동자가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고, 반수에 육박하는 노동자가 식사를 아예 굶은채로 운전하고 있었다.

* 그림 3(근무중 식사시간), 그림 4(운행중 식사여부), 그림 5(소화기계 증상 종류)는 일터6월호 참조

불규칙한 식사와 자주 거르는 것은 위장관의 장애의 한 원인이 된다. 그 결과 대부분의 노동자가 위 그림처럼 만성 속쓰림, 소화불량, 만성 복통, 변비, 설사 등의 만성 위장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급박한 변을 느끼는 노동자가 열 명중 아홉 명의 꼴로 나타났으며,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94%로 배변감 또한 매우 좋지 않은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식사가 불규칙하고 출근이 불규칙한 게 힘들다. 식사 불규칙으로 인한 위장 장애가 많다. 오늘 같은 경우도 6시 40분 출근이라 밥을 못 먹고 출근해서 12시에 점심 겸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승무원 중 60%가 치질 수술을 했다. 앉아서 일하고 불규칙한 식사생활로 인해 내장 기능이 안 좋아 변비가 발생해서 그렇다. 다른 타 부서 보다 치질이 많다”.

1.3. 불규칙한 출퇴근・다이아(교번제)와 수면 장애

부산 지하철 승무노동자들은 새벽 (6:30-8:00), 오전 (8:00-12:00), 오후(12:00-15:00), 야간 (19:00-) 등 다양한 출퇴근 시간과 ‘다이아(diagram)’로 규정된 복잡한 운행시간의 교번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벽출근을 할 때 수면의 양과 질, 그리고 근무중 각성도가 가장 좋지 않았다. 새벽출근시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5.6시간으로 가장 적었고, 오전출근이 6.7시간, 오후출근과 야간출근은 각각 8.1시간, 8.0시간이었다. 반면 지하철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수면시간은 평균 7.7시간이었다. 이는 새벽출근과 오전출근의 경우 승무노동자들의 ‘적절한 양’의 수면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수면의 질 역시 새벽출근을 하는 경우 나쁨 127명(41.0%), 매우 나쁨 86명(27.7%)으로 오후, 야간 출근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결국 부족한 수면시간과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새벽출근 노동자들은 근무 중 각성도가 떨어져 6.1점으로, 오전출근(5.0점), 오후출근(4.1점), 야간출근(4.4점) 보다 높았다.

보다 구체적인 수면장애 증상은 불면증, 수면부족, 주간졸림과 코골이로 아래 그림처럼 많은 노동자들에게 수면장애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림 6(근무중 각성도), 그림 7(수면장애 증상 유병률)은 일터6월호 참조

이는 불규칙한 출퇴근과 교번제 문제의 전반적 개선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특히 수면의 양이 부족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새벽출근의 경우 인력의 재배치 등 다양한 고민들이 필요하다.

1.4. 정신증상 및 근골격계 질환

설문조사결과 의학적이든 비의학적이든 어떤 형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울증상이 15.7%(49명), 상당한 불안상태가 21.9%(64명), 특히 3명(1.0%)은 아주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 있다고 응답하였다. 유사한 조건의 노동자들에 비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승무노동자의 직무특성상 안전 및 사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무스트레스의 감소와 적절한 정신건강관리프로그램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기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정밀검진대상자가 25.0%(78명), 치료대상자가 8.9%(28명), 즉시치료대상자가 1.6%(5명)이었다. 특히 정밀검진대상의 부위별 비율을 살펴본 결과 목 부위의 증상 유소견자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어깨, 허리, 무릎 순이었다. 목이 가장 높은 이유는 운행 중 모니터링을 위해 목을 돌리는 자세가 원인으로 판단되며, 어깨 증상이 많은 것은 지속적으로 긴장한 상태에서 전방주시와 계기조작을 위해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동작 때문으로 생각된다.


2. 직무스트레스, 노동조건・노동강도, 사상사고와 승무노동자 건강

2.1. 직무스트레스와 건강영향

직무스트레스와 수면장애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부산지하철 승무노동자의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점수는 물리적 환경(70.0점), 직무자율(59.2점), 관계갈등(50.7점), 조직체계(67.7점), 직무불안정(62.2점), 직장문화(42.9점), 총점(56.8점)으로 국내 생산직노동자 평균점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물리적 환경과 조직 체계관련 항목이 높게 나타나, 승무지부의 경우 직무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이 두 가지 스트레스요인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건강영향을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의 표는 수면, 위장관, 근골격계, 그리고 우울과 불안 등이 직무스트레스와 연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직무요구도가 건강항목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쳤다.

* 표 1(직무스트레스와 건강장해)는 일터6월호 참조

2.2. 노동강도와 건강영향

노동강도는 사회학적으로 “일정시간 내의 지출노동량의 크기”를 의미한다. 흔히 사용하는 노동강도강화는 보다 더 많은 노동량이 동일한 길이의 노동일에 압축되는 것, 즉 단위시간당 노동지출을 의미하는 노동밀도의 증가와 같은 상대적 노동강도를 의미하고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동일한 노동밀도하에 작업시간의 연장을 통한 절대적 노동강도 역시 이윤율확대를 위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노동강도 그 자체의 과중함과 함께 과거와 비교한 강화 여부 모두를 함께 파악하였다.

* 그림 8(노동강도의 의미)는 일터6월호 참조

건강장애와 노동강도와 그 변화항목과 관계있는 항목을 살펴보자. 수면장애 증상이 있는 노동자들이 없는 노동자에 비해 절대적 노동강도변화, 상대적 노동강도 변화, 총유연화 변화 점수가 국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수면장애와 노동강도조건의 관계는 ‘지하 환경을 제외한 인간공학적 요인, 고용불안, 작업환경 변화, 강제전보로 인한 출퇴근시간의 증가가 중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결과를 보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승무지부의 노동강도 변화 항목과 수면장애와의 관계는 ‘일하는 부서의 파견이나 전보가 늘어났다, 새로 작업 방식이나 새로운 작업이 늘어났다, 현장 관리 및 통제가 강화되었다, 운행 중 사상사고가 늘어났다, 정신적으로 더 집중해야 한다’는 항목들에서 노동강도가 높을수록 수면장애 증상을 나타내는 노동자가 많았다.

노동강도 변화와 근골격계증상은 ‘상대적 노동강도 변화’가 높을수록 근골격계질환 유소견자가 많았으며, 위장관 장애와의 관계는 위장관 장애 증상이 있는 군에서 절대적 노동강도 변화, 상대적 노동강도 변화, 총유연화 변화 점수가 국내 평균을 초과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노동강도 개별 항목과 위장관 장애는 ‘정신적으로 더 집중해야 한다’와 관련하여 위장관 장애를 호소하는 노동자가 많았다. 위장관 장애와 노동강도 조건과의 관계의 모든 항목에서 장애 증상자와 증상이 없는 노동자들 사이의 통계적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승무지부의 노동강도 변화와 우울증상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우울 증상이 있는 군에서 없는 군에 비해 절대적 노동강도 변화, 상대적 노동강도 변화, 총유연화 변화 점수가 국내 평균을 초과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승무지부의 노동강도 변화항목과 우울증상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항목중 ‘일하는 부서에 새로운 작업방식이나 새로운 작업이 늘어났다’의 항목에서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많았다. 승무지부의 노동강도 변화 항목과 불안증상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항목 중 ‘정신적으로 더 집중해야 한다’에 변화가 많을수록 불안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현장 관리 및 통제가 강화되었다는 응답이 높은 결과를 보였으나 경계적 유의성이 있었다. 노동강도조건과 불안증상의 관계에서는 ‘외주하청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 1인승무로 인한 작업환경 변화, 강제전보로 인한 출퇴근시간의 증가’항목이 중요할수록 불안증상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많았다.

* 표 2(노동강도변화와 건강장해)는 일터6월호 참조

2.3. 교번제와 건강영향

교번제에 따른 건강영향에서는 일근(비교대)에 비하여, 수면 장애 증상의 오즈비가 3.8로 나타났으며 수면장애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타 위장관증상, 정신증상 등에 대한 관련성은 보여주지 않았다.

* 표 3(교대형태와 수면장해)는 일터6월호 참조

교대형태의 건강영향과 관련하여, 설문조사와 별도로, 객관적 지표를 이용한 검사를 시행하였다. 부산지하철의 승무노동자 330명중, 최종적으로 사상사고경험이 없는 노동자 31명, 사상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18명에게 타액중 코티솔과 심박동수 변이를 검사하였다. 사상사고 경험은 지하철 열차에 몸을 부딪혀 사망 또는 부상을 입은 경우로 정의하였다. 일반적으로 타액 코티솔의 증가는 스트레스 반응이 증가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며, 심박변이의 저하는 심혈관계 질환의 예측인자로 만성적인 자율신경계의 저하와 관련해서 급사와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다. 결과만을 간단히 언급하면 불규칙한 근무(교번근무)로 인한 코티솔의 농도증가가 있었으며, 심박변이를 감소시켰다. 교번근무가 스트레스 인자로 작용하여 인체 신경내분비계의 정상적인 리듬을 깨뜨린 것이다.


2.4. 사상사고와 건강영향

승무노동자의 노동조건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사상사고의 경험 혹은 경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상존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승무노동자의 우울과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그리고 자살 등은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이다. 이 연구에서는 사상사고 경험에 따른 건강영향을 살펴보았다.

사상사고 경험과 위장관 장애 증상을 비교해 본 결과 승객의 사망이나 병원치료를 요하는 안전사고를 경험하거나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 사상사고를 직접 처리한 노동자에게서 위장관 장애증상이 더 많았으며 경계적인 통계적 유의성이 있었다.

* 표4(사상사고 경험과 위장관 장애), 표 5(사상사고 경험과 수면 장애)는 일터6월호 참조

사상사고 경험은 특히 수면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사고경험 노동자에게서 수면장애 비율이 더 높았고, 사고목격을 한 경우 수면장애와 관계가 있어 사상사고 경험자 뿐 아니라, 사상사고의 목격자에 대한 이후 대처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상사고 경험과 정신 증상의 관계에서 우울증상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불안증상은 사상사고를 직접 경험하였거나 직접 처리한 노동자에게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객관적 조사에서도 사상사고를 경험한 횟수가 증가할수록 코티솔 농도가 증가하였고, 심박변이의 감소가 관찰되는 등 사상사고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정신증상이다.

“사고 후 3일 휴가를 주는데 그것은 일주일을 줘도 의미가 없다. 다시 사고 역에 들어가면 사람이 승강장에 앉아 있든가 사람이 단순히 걸어오고 있는데도 그 사람만 클로즈업되어 다른 배경은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고 그 사람만 아주 크게 보이게 된다”

“사고 후에 꿈에도 한 번씩 나타나고 한다. 사고 이후부터는 출근해서 오면 오늘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걱정이 앞서고, 사고 난 역을 지나갈 때 사고 났던 상황들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작년에 있었던 사고는 기억이 잘 난다”

“사고 후 조서를 꾸미고 하는 부분이 5-6시간이 걸리다 보니 공단 내에서 자체적으로 사고난 후 사고 후 조치를 등한시 한다. 사고 후 정신이 멍하다가 몇 시간 후부터 충격이 오는데 그때부터 조서를 꾸미니까 스트레스가 많다.”

사상사고와 수면장애, 위장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등을 예방하고,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사상사고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공학적, 행정적 대책의 마련, 사상사고 이후의 체계적인 사후대책 마련 (교대인력, 사후처리를 위한 대책반, 의학적 관리프로그램)등이 요구된다. 다음 회에는 사상사고와 관련한 구체적 대안을 검토하고, 노동강도강화의 대응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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